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열 아홉 번째회 (19)

  • 등록 2016.10.03 19: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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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열 아홉 번째회 (19)

 

 

봉이 김선달

 

평양平壤을 떠난지 열흘 만에 김선달金先達의 일행은 한양漢陽에 도착하여 즉시 다동茶洞골 이만수李萬洙의 집으로 향했다.

여봐라! ”

김선달金先達은 이만수 집의 솟을 대문 앞에서 큰 소리로 불렀다.

뉘시오 ? ”

문지기가 호화로운 김선달 일행을 눈이 부시도록 바라보면서 물었다.

평양에 사는 박장자께서 이만수 나으리를 만나러 왔다고 여쭈어라! ”

평양의 박장자라 하셨소? ”

이놈이 귀가 먹었느냐 한번 하는 말을 알아 듣지 못하느냐? 냉큼 너의 나으리한테 가서 평양의 박장자가 왔다고 아뢰어라! ”

문지기는 그제야 잽싸게 안으로 들어 가더니 이윽고 육중한 대문이 삐커덕 소리를 내며 열렸다.

으음. 박장자가 왔다고? ”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이만수는 직접 거만스러운 걸음으로 마루까지 나왔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불문 곡직하고 뜰 아래 잡아다가 곤장부터 쳤지만 워낙 서도西道에서는 첫째 가는 부호富豪요 평양 감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인물이고 보니 역시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이윽고 김선달金先達이 들어섰다.

아이구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소

김선달金先達을 보자 이만수李萬洙가 먼저 인사를 했다.

그러잖아도 한양에 올 일이 있으면 한번 만나 뵙고 싶었던 차였는데 일부러 사람을 보내어 이처럼 초대해 주시니 대단히 감사합니다

김선달의 말에 이만수는 속이 따끔했다. 다른 사람들은 들어 오기가 무섭게 아부를 하며 허리를 굽히고 슬글슬금 기는데 김선달은 의젓하게 자기를 만나고 싶었다고 하니 오히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 흐음. 보통 인물이 아니구나. 이런 인물 같으면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되레 화가 미칠 수도 있겠구나.. 필시 예사로 다룰 인물은 아니구나 ...)

이만수李萬洙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한층 더 대접을 극진히 했다.

영감! ”

이만수는 김선달이 대뜸 영감이라고 부르자 한편으로는 괘씸한 생각이 들면서도 지레 주눅이 들어 김선달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영감이 날 부른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줄로 알고 있소. 우리 서로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단도직입單刀直入적으로 핵심 용건만 터놓고 말해 봅시다

허허... ”

처음부터 김선달에게 선수先手를 빼앗긴 이만수李萬洙는 이 말을 듣자 그만 기가 질려 버렸다.

( 흐음. 조선 팔도의 돈 있다는 놈들을 모두 다루어 보았지만 평양의 박광서처럼 호탕한 놈은 처음 봤다. 아주 대단한 놈이로구나! )

이만수는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박광서(김선달을 박광서로 알고 있다)의 배포에 감탄을 했다. 한 달 전에 불러들인 호남湖南에서 제일 갑부라는 이택길은 처음부터 기가 죽어 결국 볼기를 삼십 대나 맞고서야 오천 냥을 내놓았다. 그런데 박광서는 처음부터 당당하게 나오니 이만수는 자기 자신이 사람을 잘못 보았다는 자괴감과 울화통이 터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에게는 찾아 볼 수 없는 사나이다운 어떤 매력을 느꼈다.

영감! 뭘 그리 생각하시오? 아마 돈 때문에 나를 부르신 모양인데 얼마나 필요 하오? ”

이만수李萬洙는 오천 냥을 말하려다가 이왕 내친 김에 일만一萬 냥을 불렀다.

일만 냥이 필요합니다. ”

 

<계속>

권우상 기자 kg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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