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열 일곱 번째회 (17)
봉이 김선달
“ 방도야 머리를 굴리면 나올 것이오 ”
“ 으음..”
김선달은 눈을 번뜩이면서 곰곰히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김선달金先達은
“ 내가 한양의 그 이만수란 놈을 한번 골려 주려고 마음을 먹고 있던 차였는데 잘 되었습니다. 으음.. 그런 악질 모리배는 이참에 버릇을 단단히 고쳐 놔야해 ! ”
“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데 무슨 방법으로 버릇을 고쳐 놓겠습니까 ? ”
“ 아무리 강자强者라 해도 약점이 있는 법입니다. 그 약점을 파악해서 치고 들어가면 승산이 있습니다 ”
김선달金先達은 박광서朴光書에게 그렇게 말하고 나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야기 내용은 이렇다.
추운 겨울 산속에서 호랑이가 배가 고파 어디에 잡아 먹을 것이 없나 하고 돌아다니다가 마침 토끼를 만났다. 토끼는 힘으로 호랑이를 맞상대 해 이길 수 없는지라 벌벌 떨면서도 한가지 꾀를 냈다.
“ 아. 잠간 호대왕님! 저 같은 같잖은 것을 잡아 먹어 보았자 별미도 못느끼실 것이고 입가심도 못하실 것인데 왜 잡수시려고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평생 처음 보는 별미가 무진장 많이 있는데 말입니다. 저기 말입니다 ”
그러자 호랑이는 별미別味라는 소리를 듣고 토끼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까 큰 연못이었다. 호랑이는 토끼를 보고
“ 에끼 이놈아! 약은 꾀로 죽음의 위기를 벗어나려 하지마라. 내가 너의 속셈을 모를 줄 알고....”
하면서 호통을 쳤다.
“ 호대왕님! 허약하기 짝이 없는 저는 조금 있다가 잡아 잡수시고 별미부터 먼저 맛을 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힘이 없는 제가 어찌 힘이 강한 호대왕님에게 거짓으로 공갈을 치겠습니까 ? 사실입니다. 저 연못에 꼬리를 담그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물고기가 몰려 들어 올 것이니 그 때 꼬리를 척 들어 올리면 많은 물고기가 꼬리에 딸려 올라 올 것이고 그러면 오랫만에 물고기 별미를 포식할 수 있지 않습니까 ? 호대왕님께서는 산속에서만 사시느라 연못에 사는 물고기 맛을 보지 못했을 터이니 이번에 한번 물고기 맛을 보십시오! ”
“ 아하 딴은 그 말이 맞겠구나. 어디 그렇게 해 보자. 물고기가 많으면 너에게도 좀 나누어 주마! ”
“ 그러시려면 오래 꼬리를 담구어 두셔야 합니다. 성질 난다고 금방 바로 꼬리를 빼면 물고기는 한 두 마리 밖에 안 잡힐 것이고 그때 놀란 다른 물고기는 그 다음 날에는 얼씬도 안 할 것입니다. 이 점을 잊지 마시고 꼭 명심하십시오. 호대왕님! ”
“ 오냐. 네가 시키는대로 어디 꼬리로 물고기를 잡아 보자 에헴... ”
호랑이는 토끼의 말대로 밤새도록 연못에 꼬리를 담그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시간이 갈수록 점점 꼬리가 묵지근 해지더니 끌어 올릴 수가 없을 정도로 무거운 상태가 되어 버렸다. 어찌나 꼬리가 무거운지 똥구멍이 빠지듯 아리고 얼얼했다. 호랑이는 물고기가 엄청나게 많이 딸려 올라 오겠구나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만족해 하면서 안간힘을 다해 꼬리를 들어 올리는데 꼬리가 요지부동으로 꼼짝 달삭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어느새 토끼는 온데간데 없이 도망쳐 사라졌다. 그제야 호랑이는 토끼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고 마음속으로 이齒를 갈며 분개했다.
“ 요놈 새끼 어디 한번 만나 봐라 내 당장 잡아 먹고 말테다 ! ”
하면서 이齒를 아드득 물었으나 얼음에 꽁꽁 얼어붙은 꼬리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밤이 지나고 날이 밝자 동네 사람들이 몽둥이를 들고 연못으로 우루루 몰려 나와서 단박에 호랑이를 때려 죽였다. 결국 토끼는 호랑이에게 잡아 먹힐 뻔한 위기의 순간을 꾀로써 모면했고, 사람의 손을 빌려 무지막지한 호랑이를 죽게 만들었다.
“ 힘으로 싸워서 이길 수 없는 호랑이를 토끼는 머리를 쓰써 이긴 것입니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