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열 여섯 번째회 (16)
봉이 김선달
“ 평양에 사는 박광서朴光書인 줄 아뢰오! ”
“ 평양에 사는 박광서라... 으음. 그 놈은 다른 놈들 보다 콧대가 셀 터이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러면 내일이라도 당장 일을 시작해라! ”
“ 네잇! ”
이만수는 드디어 평양의 박광서朴光書를 털기로 작정했다. 지금까지는 남도南道에 있는 갑부甲富들을 털었지만 이제부터는 목표를 북쪽으로 돌리고 그 첫 번째 희생물로 평안도平安道 일대에서 최고로 부자富者라는 박광서를 찍은 것이다. 그렇다면 한양漢陽의 이만수가 노리는 평양의 박광서朴光書는 어떤 인물일까? 서북西北 일대에서 제일가는 부자富者로 소문이 나 있는데 수십 만 황금黃金이 집에 있으며 그가 소유한 토지土地만 해도 삼만 오천 석거리였다. 그러니 부리는 하인들이 무려 남녀를 합쳐서 백여 명이나 되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억만장자億萬長者였다.
이렇게 큰 부자富者이고 보니 이만수李萬洙는 박광서朴光書를 그냥 놓아 둘 리가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정당한 방법이 아닌 권력으로 돈을 빼앗을려고 하니 두려운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것은 상대가 너무나 큰 부자이려니와 소문으로는 박광서가 한양漢陽의 벼슬아치들에게 수시로 뇌물을 바치고 권력의 비호庇護를 받는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박광서를 두려워 할 이만수가 아니었다. 이 무렵의 조선시대 사회는 탐관오리貪官汚吏들의 횡포가 극심하여 그야말로 사회가 썩을 때로 썩어 문드려져 있었다. 구월산九月山을 본거지로 장길산張吉山과 같은 의적義賊이 나타나 탐관오리들과 맞서 싸운것도 이 무렵이었다.
이만수李萬洙는 마음을 다져 먹고 일을 결행하기로 했다. 자기도 그만한 권력이 있으니 한번 겨누어 볼만 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 흥 세상에 내가 두려워 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일단 점을 찍었다 하면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다 ”
그리고 즉시 서찰(소환장)을 써서 심복 하인을 시켜 박광서에게 전하도록 했다. 한양에서 이만수의 하인이 출발한지 십 여일 정도 되어서 평양에 사는 박광서의 집은 발칵 뒤집혀졌다. 악명 높은 이만수의 서찰(소환장)을 받은 박광서는 사흘동안 자리에 누워 고민을 하다가 마침내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 그렇지. 내가 왜 진작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
박광서朴光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하인下人을 불렀다.
“ 여봐라! ”
“ 네잇 ”
하인下人이 방문 앞에서 대답했다.
“ 너 지금 당장 선교리에 살고 있는 김선달님을 모시고 오너라! ”
박광서의 입에서 김선달의 이름이 흘러 나왔다.
“ 봉이 김선달님 말이 옵니까 ? ”
“ 봉이 김선달님 말고 또 다른 김선달님이 있다더냐 ? ”
“ 알겠습니다 나으리! ”
하인은 즉시 선교리의 봉이 김선달金先達 집으로 향했고 김선달은 박광서의 집을 찾았다.
“ 흠. 이만수라... 이만수 이 녀석이 간댕이가 부어도 한참 부었구만.. 으흠 이 놈이 기여히 박장자 목에 칼을 겨누었구만... ”
김선달金先達은 서찰書札(협박장)을 팽개치며 입속에서 중얼거렸다.
“ 괘씸한 놈! ”
“ 그러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
박광서朴光書는 근심스럽게 김선달의 얼굴을 바라보고 물었다.
“ 김선달님 도와 주십시오 ! ”
“ 염려 마십시오 ”
“ 무슨 좋은 방도가 있습니까 ?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