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열 다섯 번째회 (15)

  • 등록 2016.09.28 19: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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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

“ 선달님! ”

“ 무슨 일이 있으신지요? ”

“ 이거 큰 일 났습니다! ”

“ 큰 일이라니 무슨 일입니까? ”

“ 저 한양漢陽 다동골에 사는 이만수라는 사람을 선달님은 아시오 ? ”

“ 한양에 이만수라... 알구 말구요... 자기 집안의 권력을 믿고 돈푼이라 있는 백성들의 등을 쳐먹는 악질 모리배謀利輩가 아니오? ”

“ 선달님께서도 잘 알고 계십니다 그려. 그런데 이번에 그 사람이 나를 호출 하였으니 어찌 큰 일이 아니겠습니까 ? ”

“ 으음.. 그 사람이 박장자를 호출했다? ”

“ 그렇습니다 ”

김선달金先達은 입을 굳게 다물고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 선달님! 이걸 보십시오. 엊그제 이만수가 자기 하인에게 보낸 서찰입니다 ”

김선달은 이만수李萬洙가 직접 써 보낸 서찰을 읽었다. 소환장이었다.

- 다망多忙한 일이 있을지라도 만사萬事를 제쳐놓고 이 글을 보는 즉시 지체하지 말고 한양漢陽 내 집을 방문해 주시오. 만일 이를 거절拒絶하면 무사無事하지 못할 것이니 필必히 유념留念 하시오 -

간단한 서찰이었으나 그것은 은근히 겁을 주는 일종의 공갈 협박장이었다. 이만수가 박광서에게 이런 공갈 협박장을 보낸 까닭은 이렇다.

한양漢陽 다동茶洞골에 이만수李萬洙라는 사람이 살고 있는데 그 이름 석자만 들어도 그야말로 산천초목山川草木이 바르르 떨만큼 권력權力과 돈을 가진 무서운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만수가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이만수의 증조부가 영의정 벼슬을 지냈고 현재 이만수의 아버지는 형조 판서의 벼슬을 하고 있으며 큰 형은 포도청 대장이요, 숙부가 예조 판서로 있으니 그 가문의 위세는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아주 대단했다. 이만수李萬洙는 그만큼 집안 배경이 좋은 사나이였다. 그래서 이만수는 자기 가문의 막강한 권력을 믿고 온갖 못된 짓을 자행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돈 푼이나 있다는 부자富者들을 은근히 위협해서 돈을 빼앗는 일이었다. 말하자면 권력으로 치부致富를 하는 사람이었다. 이만수李萬洙의 하인이 박광서朴光書집에 서찰書札을 가져오기 사흘 전이었다.

“ 여봐라! ”

이만수李萬洙는 안방 비단 보료 위에서 양반 다리를 꼬고 앉아 심복 하인下人을 불렀다.

“ 네잇! "

대답과 함께 미닫이 문이 베시시 열렸다.

“ 그래 엊그제 잡아 온 충청도 강부자라는 놈은 얼마나 토해 놓았느냐 ? ”

“ 곤장 오십 대에 천 오백 냥을 내놓겠다고 약조 하였사옵니다 ”

“ 곤장 오십 대를 맞고서야 천 오백 냥을 내놓겠다고 약조했다? 하하하.. 그러면 그렇지 어느 놈이 감히 내 앞에서 돈 안 내놓고 뱃장 부릴 놈이 어디 있단 말이냐. 여봐라! 그럼 그놈의 집에서 돈을 가져 오거든 즉시 나한테 알리거라 ”

“ 네잇 ”

“ 그리고 다음은 어떤 놈의 차례인고 ? ”

이만수李萬洙의 말에 심복 하인下人은 품속에서 종이를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계속>

권우상 기자 kg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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