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열 네 번째회 (14)

  • 등록 2016.09.28 19: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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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

 

“ 삼백 오십냥이라... 이거 적은 돈이 아닌데.... ”

소경(장님)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로 상의를 하더니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잠깐 동안의 연극으로 김선달金先達은 구두쇠 소경들에게 삼백 오 십냥이라는 큰 돈을 받아 챙겼다. 김선달金先達은 속으로 생각해 보니 웃음이 나왔다. 밑천 한 푼 들이지 않고 이렇게 쉽게 삼 백 오 십냥이란 큰 돈이 손에 들어 왔다고 생각하자 또 한번 웃음이 나왔다.

“ 망할 놈의 소경들. 너희들은 고리대금으로 없는 사람들 등을 쳐서 돈을 벌었잖냐... 거기에 비하면 나는 양반이지.....양반이구 말구 허허허.. ”

김선달은 소경(장님)들을 따라가 돈 삼백 오 십냥을 받아 가지고 집으로 돌아 오면서 중얼거리다가 한바탕 웃었다.

“ 백 칠십 냥은 장덕이에게 나머지는 술값이나 하자. 머리만 짜내면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으니까... 또 무슨 일로 봉鳳을 잡을까.... ”

김선달金先達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신바람이 나도록 집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주머니에 담긴 엽전 소리가 짤랑짤랑 하면서 경쾌하게 들리자 기분이 좋아 하늘로 날아갈 듯했다.

이튿날 김선달金先達은 장덕에게 오라는 전갈을 보내자 장덕이가 왔다. 김선달은 백 칠십 냥을 내어 놓았다.

“ 네가 말한 백 칠십 냥이다. 빌려 쓴 돈을 갚아라 ! ”

“ 외삼촌 고맙습니다 ”

“ 하지만 두 번 다시 그런 돈을 빌려 쓰면 안된다. 이번 만은 내가 갚아 주지만 다음에는 모른다 알겠느냐? ”

“ 예 ”

장덕은 돈(엽전) 꾸러미를 손에 받아 쥐고는 기쁜 마음으로 김선달金先達의 집을 나왔다.

(3)

그런 일이 있은 후 십 여일이 지났다. 안방에 들어 누워 이번에는 또 무슨 일로 돈을 벌까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데 대문 밖에서 김선달金先達을 찾는 사람 소리가 들렸다.

“ 선달님! 선달님.. 선달님.. 계시우? ”

김선달金先達은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 보았다.

“ 뉘시오? ”

“ 저는 박광서朴光書 장자를 모시고 있는 하인입니다 ”

“ 박광서라? ”

“ 그렇습니다 ”

“ 무슨 일로? ”

“ 그건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급히 좀 오시라는 어르신의 당부십니다 ”

“ 으음. 알았네 ”

김선달金先達은 갑자기 박광서朴光書가 자기를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즉시 의관衣冠을 갖추어 입고 하인을 앞세워 박광서 집으로 향했다. 박광서 집에 들어서자

“ 아이고 선달님 어서 오십시오! ”

박광서는 마루에 앉아서 김선달은 기다리고 있다가 김선달이 나타나자 얼마나 기쁜지 마당으로 뛰어 내려 오면서 반갑게 맞았다.

“ 오늘은 박장자께서 웬 일로 나를 찾으십니까 ? ”

“ 그 이야기는 천천히 하기로 하고 어서 올라 오십시오 ”

박광서朴光書는 김선달金先達의 손을 잡고 안방으로 들어 갔다.

( 나를 찾는 걸 보니 중대한 일이 생긴 모양이구나 )

김선달金先達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박광서朴光書와 마주 앉았다.

<계속>

권우상 기자 kg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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