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열 세 번째회 (13)

  • 등록 2016.09.28 09: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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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열 세 번째회 (13)

 

봉이 김선달

 

 

 

소경(장님)들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김선달의 말이 옳았다. 박소경이 이렇게 말했다.

이거 미안하외다. 우리가 그릇을 망가뜨려 놓았으니 마땅히 값을 물어드려야죠

이보시오! 지금 값이 문제가 아니오. 김진사댁 대대로 내려오는 고려자기 술병을 빌려 왔는데 그것을 깨뜨렸으니 천금을 준다고 해도 어디서 구할 수 있겠소.. 아이구 이거 야단 났구만. 애당초 안 빌려 줄려고 할 때 그만 두었으면 이런 낭패 보는 일은 없었을텐데... 아이구 이를 어쩌나.. 아이구 이거 어쩌나... ”

김선달金先達의 말을 들은 소경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이보시오 선달님! 우리가 일부러 한 일이 아니니까 우리 한번 서로 타협을 해 봅시다

박소경은 점잖게 김선달에게 말했다. 역시 자기네들이 실수로 저지른 일이니 수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글쎄 이왕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우리가 그릇 값을 물어 드리죠

소경(장님)들은 상대가 천하가 다 아는 봉이 김선달이라 어물어물 적당이 넘어갈 수 없는 일이어서 이같이 먼저 제의를 했다.

글쎄 올시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김진사 댁에서 빌려 온 그릇들은 워낙 값비싼 귀한 것들이라 큰 일입니다. 그러나 저러나 나도 운수가 나빠서 이런 일을 당한 것이니 오백 냥만 내시구려.. ”

오백 냥요? ”

소경(장님)들은 오백 냥이란 말에 입이 딱 벌어지면서 당치도 않다는 표정이었다. 그것을 김선달金先達이 모를 리가 없었다.

아니 이 봉사들이 고리대금을 해먹더니 자기 돈 아까운 줄만 알고 남의 물건은 귀중한지 모르는 모양이지.. 오 백 냥을 내놓지 않으면 못간다 못가... 김진사댁의 가보家寶를 물어 내 놓고 가거라 ! 물어 내 놓지 않으면 김진사댁에 가서 기물파손 죄로 관가에 잡아 들이라고 할 것이다.. 내 그리 하는지 안하는지 두고 보거라 ! ”

큰 소리로 호되게 다그치는 김선달金先達의 칼날 같은 소리에 소경들은 쩔쩔 매었다. 게다가 김진사댁에 가서 기물파손 죄로 관가에 잡아 들이라고 하겠다고 하자 장님(소경)들은 더욱 겁이 났다.

이보시오 선달님! 우리가 돈이 아까워서 그러는 게 아니오. 너무 노여워 하지 마시고 우리 말을 좀 들어 보시오. 오백 냥은 너무 과하고 삼백 냥만 받는 것이 어떻겠소? ”

그러자 김선달金先達

삼백 냥이라.. 내 그릇도 아니고 김진사 댁에서 삼백 냥을 받을지가 알 수 없구만... ”

하고 한동안 묵묵히 있더니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글쎄 올시다. 김진사 댁에서 빌려 온 귀중한 물건들만 아니면 그렇게 하겠습니다만 김진사 댁에서 빌려 온 그릇이니 김진사 댁에서 뭐라고 하실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선달님이 김진사댁에 가셔서 잘 말씀해 주시구려. 우리가 일부러 깬 일도 아니니... 잘 말씀드려 주시오

글쎄 올시다. 나도 오늘 일진이 나빠서 당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럼 삼 백 오십 냥으로 합시다. 김진사댁에 가서 사정을 해 보겠소... 만일 안된다고 하면 내 호주머니 돈이라도 털어서 내 놓아야 하니 나도 이만 저만 손해가 아니지 않소.. 그렇게 할려면 하고 안할려면 김진사댁에 가서 기물파손 죄로 잡아 들이라고 하겠소

 

 

<계속>

권우상 기자 kg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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