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여덟 번째회 (8)

  • 등록 2016.09.20 15:18:24
크게보기

 

 

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여덟 번째회 (8)

 

 

     봉이 김선달

 

 

 

잠시 나간 것이 아니라 나가도 한참 나갔구만... 기생 사타구니에 집어 넣은 돈 치고는 적은 돈이 아니구나... ”

장덕이는 김선달의 얼굴을 보기가 송구스러운지 슬그머니 고개를 떨구었다.

백 칠십 냥이라... 셈을 해보니 집채 만한 황소 네 마리 값은 넉넉히 되는구나... 너도 불알 달린 사내라고 기생 오입을 해도 아주 단단히 했구나.. 그건 그렇다 치고 그 돈을 누구한테 빌려 썼느냐? ”

저 동문 밖 소경한테서요? ”

동문 밖 소경한테서? ”

 

 

 

이거야 원... 골치 아픈 사람에게 돈을 빌려 썼구나... 소경(장님)의 돈이라면 갚지 않고는 못베기는데... 하필이면 왜 눈 먼 장님한테 돈을 빌렸느냐 ? 갚지 않아도 되는 눈 먼 돈으로 알았던 게지... 에끼 이 못난 녀석 같으니라구... ”

그렇게 말하고 나서 김선달金先達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만 깜빡거릴 뿐 입을 굳게 다물었다. 동문 밖 소경 집이라면 이 넓은 평양에서도 고리대금업으로 소문 난 곳이었다. 평양에 사는 소경들의 우두머리 격으로 있는 박소경을 비롯해서 강소경 최소경 이소경 김소경 등 대 여섯 명의 소경들이 같이 힘을 모아 어울려 살고 있는 집으로 그들의 돈을 한번 빌려 쓰기만 하면 이자가 마치 여름 장마철에 칡덩굴 자라 듯이 엄청나게 불어날 뿐만 아니라 갚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차라리 문둥이 콧구멍에서 마늘을 뽑아 먹으라는 속담도 있지만 이 소경들의 돈을 단 한 푼이라도 갚지 않았다가는 소경들이 함께 뭉쳐 떼거리로 몰려와 난장판을 만드니 갚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앞을 못보는 소경(장님)과 가타부타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 그것 참 머리통이 아파도 한참 아프게 되었구나.. 이를 어쩐담... ”

김선달金先達은 입맛을 쩍쩍 다시며 곰곰이 무슨 생각에 잠기었다. 백 칠십 냥이라면 아닌 게 아니라 적은 돈이 아니었다. 더구나 소경(장님)의 돈이라면 갚지 않고는 견딜 재간이 없었다. 하기야 지난날 자기는 닭을 봉이라고 사서 백 냥이 넘는 돈을 챙긴 일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일이 늘 있는 것도 아니고 보면 백 칠십 냥을 벌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소경(장님)에게 빌린 돈은 아무 날아무 시까지 갚기로 약속하면 반드시 지켜야지 내일 주겠다 모레 주겠다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는 날에는 큰 봉변을 당한다. 그것도 한 두번 쯤은 직접 찾아가서 똥구멍이 아리도록 두 손을 모아 싹싹 빌면서 애걸복걸 하면 하루 이틀은 봐 줄지 모르지만 그 다음부터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눈먼 소경(장님)들이 떼지어 몰려와서 웅성거리는 날이면 돈을 갚든가 아니면 소경 등쌀에 집안의 대들보가 빠지든가 둘 중의 하나였다. 이러한 사정도 모르고 소경(장님)들의 돈을 빌려 쓰고 패가망신한 사람이 이 평양平壤에서도 한 두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 보다도 잘 아는 김선달이었다. 한참 생각에 잠겼던 김선달金先達

 

 

 

그래 어쩔 생각이냐? 마땅한 생각이 있으면 말해 보거라

돈이 없는데 마땅한 생각이 나올 리 있겠어요? ”

자식... 그런 기생 오입을 왜 했느냐 ? 기생 사타구니에서 기분 낼 때는 좋았지... 에끼 이 못난 녀석... ”

김선달金先達은 장덕을 바라보며 한 마디 내벧았다.

 

 

<계속>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 저작권자 © 구미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구미일보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 등을 금합니다.

PC버전으로 보기

사업장주소 : 경북 구미시 상사동로 167-1, 107호(사곡동) Fax. (054)975-8523 | H.P 010-3431-7713 | E-mail : kgnews@hanmail.net 발행인 : 이안성 | 편집인 : 이안성 | 청소년 보호책임자 :김창섭 | 등록번호 : 경북 아 00052 | 신문등록일 : 2007년 8월 7일 Copyright ⓒ 2009 구미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