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일곱 번째회 (7)
봉이 김선달
(2)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하루 잠시 밖에 나갔다가 돈 백 열 닷 냥을 벌었다고 생각하자 돈 버는 일보다 더 쉬운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돈 버는 일이 쉬운데도 사람들은 먹고 살기도 어려워 생똥을 빌빌 싸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선달金先達은 또 다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사흘 동안이나 방안에 틀어 박혀서 꼼짝을 하지 않았다. 김선달 마누라는 방안에 틀어 박혀 있는 남편이 답답해서
“ 여보! 바람이나 좀 쏘이려 밖에 나가 보셔요 ”
하자 그제야 김선달은 엉덩이에 좀이 쑤시는지
“ 당신 말처럼 오늘은 바람이나 쏘이려 나가볼까.. ”
하면서 몸을 일으켜 방안에서 막 나오려는데 밖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났다.
“ 외삼촌 계십니까? ”
“ 누구냐? ”
“ 접니다. 장덕입니다. 마침 집에 계셨군요 ”
김선달은 방문을 열어 보았다. 건너 마을에 사는 누이의 큰 아들 장덕이었다.
“ 네가 어쩐 일이냐? ”
설이나 추석 명절이 아니면 잘 오지 않는 생질甥姪이라 김선달金先達은 궁금하여 물었다.
“ 외삼촌! ”
장덕이는 마루에 걸터 앉으며 김선달의 얼굴을 힘없이 바라 보았다. 김선달은 생질의 심상치 않는 얼굴을 보고 정색을 하면서 물었다.
“ 무슨 일이 있느냐? ”
“ 저.. 복잡한 일이 있어서 왔어요? ”
김선달은 멋쩍어서인지 뒤퉁수를 긁적거리고 있는 장덕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외삼촌! 제가 돈을 좀 빌려 쓴 게 있습니다 ”
장덕이는 말하기 거북스러운 표정이었다.
“ 돈을 빌려 썼으면 갚아야지 ”
“ 그게 잘 안되요 ”
“ 잘 안되다니. 갚지 못하는 돈을 왜 빌려 썼누. 사람이란 말이다. 남의 돈을 빌려 쓸 때는 갚을 요랑을 하고 빌려야지 갚지도 못하는 돈을 무작정 빌려 써놓고 뒷 감당을 못해서야 되나... 그래 얼마나 썼는데? ”
“ 백 칠십 냥 정도 됩니다 ”
“ 백 칠십 냥이라... 결코 적은 돈은 아니구나.. 그 돈을 어디에다 썼느냐 ? ”
김선달金先達의 말에 장덕이는 얼굴을 붉히며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말했다.
“ 저어.. 제가 어느 계집에게 홀딱 빠져 쓴 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 백 칠십 냥이나 되었어요 ”
“ 흠. 말하자면 기생 오입을 하셨다 그런 말이구나 ”
“ 제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