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다섯 번째회 (5)
봉이 김선달
김선달金先達은 마음 속으로 쾌재快哉를 부르며 매를 맞아서 아직도 후끈거리며 아픈 볼기짝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닭장수를 골탕 먹일 생각에 젖어 있었다.
“ 저기 저 놈이 바로 닭을 봉이라고 판 놈입니다 ”
김선달은 닭장수를 보고 포졸들에게 알려준 후 자신은 포졸보다 먼저 뛰어가서 고함을 질렀다.
“ 이 놈아! 닭을 봉이라고 일곱 냥이나 받아 먹은 도둑놈아! 관가에서 너를 잡으려 왔으니 가서 곤장이나 죽도록 맞아 봐라! ”
김선달金先達의 고함소리에 닭장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아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데 포졸들이 들이 닥쳤다.
“ 네가 닭을 봉이라고 속여서 판 놈이냐 ? ”
“ 네 네.. 그저 장난 삼아 한번 해 봤습지요 ”
“ 장난이라니... 에끼 이놈! ”
포졸의 호통에 닭장수는 비굴한 웃음을 얼굴에 흘리며 안절부절 못하고 두 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 이 놈아! 닭을 봉이라고 속여 팔다니.. 이 놈이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구나.. 닭을 봉이라고 속여서 팔았으니 관가로 가자. 사또의 명령이다! ”
“ 아이구 관가라니... 용서해 줍쇼 ”
“ 관가에 가서 사또 나으리에게 용서를 청해 보거라. 어서 가자 !.. ”
“ 네 네.. 잠깐만.. ”
닭장사는 연신 비굴한 웃음을 짓고 허리를 굽실거리며 재빨리 묘안을 생각했다.
( 이거야 원... 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구나. 모처럼 바보같은 촌놈을 만나 바가지를 씌운 줄 알았는데 이거 내가 되레 올가미에 걸렸구나.. 관가에 가면 볼기를 맞을 것은 뻔한데 여기서 적당이 포졸들을 구워 삶아야겠구나! )
닭장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장사꾼의 잔재주를 부리기 시작했다.
“ 이거 저 때문에 여기까지 오셨으니 가기는 가겠습니다만 제가 닭을 봉이라고 한 것도 그만한 까닭이 있으니 천천히 술이라도 한잔 드시면서 이야기를 들으신 후에 가면 어떻겠습니까 헤헤..”
하고는 포졸들에게 눈을 찡긋해 보였다.
“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냐? 용건만 간단히 말해 보거라 ”
“ 아따 성미도 급하시긴. 이리 오셔서 조용히 들어 보십시오 ”
닭장수는 그렇게 해서 포졸들과 김선달을 큼직한 술집으로 데리고 들어 갔다. 잘 차린 술상이 나오고 닭장수가 포졸들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소곤거리며 주머니를 열었다 닫았다 하더니 엽전 꾸러미를 포졸들의 손에 쥐어 주자 두 포졸의 얼굴이 금방 봄 눈 녹듯이 풀리면서 입이 헤에 벌어졌다. 김선달金先達은 일부러 모른 척 하고 돌아 앉아 있는데 닭장수는 김선달에게 가까이 오더니 싱글벙글 웃으면서 속삭이듯 이렇게 말했다.
“ 여보시오! 오늘은 내가 장난이 좀 지나쳤던 것 같구려 ”
“ 뭐요 장난이라 하였소? ”
“ 아따 이 양반 큰소리를 치긴... 누이 좋고 매부 좋다고 피차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소? ”
“ 그래서 어쩌자는 거요? ”
김선달金先達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 오늘 운수가 댁이나 나나 모두 나빠서 일이 이렇게 된 것이니 내가 닭 값을 물어주는 것으로 없던 일로 합시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