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다섯 번째회 (5)

  • 등록 2016.09.09 20:41:08
크게보기

 

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다섯 번째회 (5)

 

    봉이 김선달

 

 

 

김선달金先達은 마음 속으로 쾌재快哉를 부르며 매를 맞아서 아직도 후끈거리며 아픈 볼기짝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닭장수를 골탕 먹일 생각에 젖어 있었다.

저기 저 놈이 바로 닭을 봉이라고 판 놈입니다

김선달은 닭장수를 보고 포졸들에게 알려준 후 자신은 포졸보다 먼저 뛰어가서 고함을 질렀다.

이 놈아! 닭을 봉이라고 일곱 냥이나 받아 먹은 도둑놈아! 관가에서 너를 잡으려 왔으니 가서 곤장이나 죽도록 맞아 봐라! ”

 

 

김선달金先達의 고함소리에 닭장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아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데 포졸들이 들이 닥쳤다.

네가 닭을 봉이라고 속여서 판 놈이냐 ? ”

네 네.. 그저 장난 삼아 한번 해 봤습지요

장난이라니... 에끼 이놈! ”

포졸의 호통에 닭장수는 비굴한 웃음을 얼굴에 흘리며 안절부절 못하고 두 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이 놈아! 닭을 봉이라고 속여 팔다니.. 이 놈이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구나.. 닭을 봉이라고 속여서 팔았으니 관가로 가자. 사또의 명령이다! ”

 

 

 

아이구 관가라니... 용서해 줍쇼

관가에 가서 사또 나으리에게 용서를 청해 보거라. 어서 가자 !.. ”

네 네.. 잠깐만.. ”

닭장사는 연신 비굴한 웃음을 짓고 허리를 굽실거리며 재빨리 묘안을 생각했다.

( 이거야 원... 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구나. 모처럼 바보같은 촌놈을 만나 바가지를 씌운 줄 알았는데 이거 내가 되레 올가미에 걸렸구나.. 관가에 가면 볼기를 맞을 것은 뻔한데 여기서 적당이 포졸들을 구워 삶아야겠구나! )

 

 

 

닭장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장사꾼의 잔재주를 부리기 시작했다.

이거 저 때문에 여기까지 오셨으니 가기는 가겠습니다만 제가 닭을 봉이라고 한 것도 그만한 까닭이 있으니 천천히 술이라도 한잔 드시면서 이야기를 들으신 후에 가면 어떻겠습니까 헤헤..”

하고는 포졸들에게 눈을 찡긋해 보였다.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냐? 용건만 간단히 말해 보거라

아따 성미도 급하시긴. 이리 오셔서 조용히 들어 보십시오

 

 

 

닭장수는 그렇게 해서 포졸들과 김선달을 큼직한 술집으로 데리고 들어 갔다. 잘 차린 술상이 나오고 닭장수가 포졸들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소곤거리며 주머니를 열었다 닫았다 하더니 엽전 꾸러미를 포졸들의 손에 쥐어 주자 두 포졸의 얼굴이 금방 봄 눈 녹듯이 풀리면서 입이 헤에 벌어졌다. 김선달金先達은 일부러 모른 척 하고 돌아 앉아 있는데 닭장수는 김선달에게 가까이 오더니 싱글벙글 웃으면서 속삭이듯 이렇게 말했다.

여보시오! 오늘은 내가 장난이 좀 지나쳤던 것 같구려

뭐요 장난이라 하였소? ”

아따 이 양반 큰소리를 치긴... 누이 좋고 매부 좋다고 피차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소? ”

 

 

 

그래서 어쩌자는 거요? ”

김선달金先達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오늘 운수가 댁이나 나나 모두 나빠서 일이 이렇게 된 것이니 내가 닭 값을 물어주는 것으로 없던 일로 합시다

 

<계속>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 저작권자 © 구미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구미일보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 등을 금합니다.

PC버전으로 보기

사업장주소 : 경북 구미시 상사동로 167-1, 107호(사곡동) Fax. (054)975-8523 | H.P 010-3431-7713 | E-mail : kgnews@hanmail.net 발행인 : 이안성 | 편집인 : 이안성 | 청소년 보호책임자 :김창섭 | 등록번호 : 경북 아 00052 | 신문등록일 : 2007년 8월 7일 Copyright ⓒ 2009 구미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