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해학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두 번째회 <2>
봉이 김선달
닭 주인은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이렇게 대답했다.
“ 정말 보기는 잘 보았소. 저건 닭이 아니라 봉황새요 ! ”
“ 과연 봉이로구만... 내가 보기는 잘 보았구만... 진짜 봉이지요? ”
“ 앗따 두 번 말하면 잔소리지요. 봉이면 봉이지 봉에도 진짜 가짜가 있단 말이오? 봉이 틀림 없다니까 안심하고 사시오 ! ”
처음에는 약간 얼떨떨하게 주저하던 닭 주인은 이 무식한 촌놈을 속인다고 별 탈이야 있겠느냐 싶어 음흉한 생각이 나서 한 술 더 떴다.
“ 허어. 내가 어젯밤에 꿈을 꾸었는데 꿈이 맞았소이다. 꿈에 내가 어느 산길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오색이 찬란한 새 한 마리가 내 어깨에 와서 앉는 꿈을 꾸었는데 오늘 이 닭전에 와서 희귀한 봉황새를 보려고 그런 꿈을 꾼 모양이오. 여보시오 ! 저 봉을 팔지 않겠소 ? ”
“ 아 그야 팔려고 가져 왔는데 안팔 리가 있소. 살려면 사시오 ”
닭 주인도 속셈이 있어 얼굴에 웃음을 흘리며 바가지를 씌울 생각을 했다.
( 흥 오늘은 재수가 좋은가 보다. 웬 촌놈이 하나 걸려 들었으니.. 에라 모르겠다. 이왕 봉이라고 했으니 끝까지 봉이라고 우겨 값이나 많이 부르자 “
“ 얼마 받겠소? ”
“ 나야 헐값일수록 좋소이다. 닭 주인이 먼저 말해 보시오? ”
김선달金先達은 슬쩍 닭장사의 마음을 떠 보았다.
“ 글쎄 그것도 좋은 말씀이오. 장닭 한 마리에 한 냥씩 하니까 손님께서 저 봉을 꼭 사고 싶거든 열 냥만 내시구려 ”
“ 열 냥이라.. 그 좀 과한 것 같은데... 그 밑으로는 안 되겠소? ”
“ 봉이 어디 흔한가요? 정 그렇다면 일곱 냥으로 해주겠소 ”
“ 일곱 냥이라 으음.. ”
김선달金先達은 고개를 끄덕이며 할 수 없다는 듯이 주머니에서 엽전 일곱 냥을 꺼내 닭 장사에게 주었다.
“ 봉을 꺼내 주시오 ”
김선달은 봉 아닌 닭을 봉이라고 일곱 냥을 주고 사서 그 길로 바로 관가官家를 향해 발길을 옮겨 놓았다.
“ 흥. 네 놈이 내 올가미에 걸렸으니 어디 한번 두고 보자 ! 남의 돈은 몰라도 이 선달先達이 돈만은 공짜로 삼키지는 못할테니까... 으흠... ”
김선달金先達은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고는 헛기침을 하고 나서 걷는 동안 어느새 관가 앞에 이르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