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우상 연재소설 - 나를 살려준 남자 제9부 육십 네 번째회 (64)
나를 살려준 남자
제4경
무대 다시 밝아지면 박영수의 아파트 거실이다. 정면에 큰 방 출입문이 있고 박영수는 거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방문이 열리며 외출차림으로 강순희가 나온다. 구영감 아파트와 다른 점은 벽에 대형거울이 없고 거실 공간이 약간 협소하다는 점이다.
강순희 = 나 외출해요. 혹시 저녁에 늦을지도 몰라요.
박영수 = (강순희를 힐끗 쳐다보며) 또 외출이냐? 무슨 외출이 그리도 많아?
강순희 = 계모임이 있어서요.
박영수 = 뭐? 계모임? (의아하며) 도대체 계모임을 한 달에 몇 번이나 해?
강순희 = 열 다섯 번요.
박영수 = 열다섯이면 이틀에 한번 꼴이자나.
강순희 = 수치상으론 그런 셈이죠.
박영수 = 뭐하는 계가 그리도 많아.
강순희 = 즐겁게 사는 계죠.
박영수 = 즐겁게 사는 계? (눈이 휘둥거래지며) 너 지금 그게 말이라고 하나? 한 달에 한 두 번도 아니고 이틀마다 놀러간다구?
강순희 = 놀러 안가면 뭘 하게요..(손을 내밀며) 놀다 올게 돈좀 줘요. 카드로 긁어라면 그리 할게요.
박영수 = (벌떡 일어나 강순희의 손을 잡으며) 너 정말 너무하는 게 아 니냐?
강순희 = 너무 하다니요? 너무 한건 당신이죠.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 기가 답답해서 외출 좀 할려고 하는데 그것도 안된다니.. 정 말 너무 하자나요..
박영수 = 여자는 모름지가 결혼을 했으면 여자답게 집에서 살림이나 살아야지.. 이건 맨날 밖앝에만 쏘다니니.. 여자는 그런게 아 니야..
강순희 = (박영수의 손을 뿌리치며) 흥, 여자니까 죽은 듯 집안에 틀어 박혀 살림이나 해라 그런 말인가 본다 난 그렇게 못하거던 요..
박영수 = 못하다니?
강순희 = 나는 그렇게 살려고 세번이나 이혼한 당신과 결혼 한 거 아 니예요.
박영수 = 이혼 한건 너도 마찬가지자나.. 너도 세번이나 이혼했자나....
강순희 = 그래도 난 당신보다 나이가 젊었죠. 얼굴도 예쁘구요. 그래서 당신이 날 꼬셨자나자요..
박영수 = 그러니까 젊고 얼굴도 예쁘니까 나하고 이혼해도 다시 결혼 할 수 있다 그말이구나.
강순희 = 어차피 실패한 결혼 세 번이면 어떻구 네 번이면 어때요. 지금 내 생각 같아선 열 번이든 스무 번이던 끝까지 가볼 생각이예요..
박영수 = 이 여자 이제 보니 완전히 창녀구만... 매춘부라구..
강순희 = 이혼을 여러번 했다구 날 보고 창녀 매춘부라면 당신도 이혼 을 여러번 했으니 창남이고 매춘남이니 나와 다를 게 뭐가 있어요.
박영수 = 그러니까 몇 번이든 이 남자 남자 골라가며 결혼을 해보겠다 그말이구나. 이건 안전히 계획적인 매춘부구만.. 니 생각이 그렇다면 마음대로 해라. (큰 소리로) 마음대로 하라구....
강순희 = 그럼 우리 헤어지는 거죠. 그 대신 큰 거 한 장만 주세요.
박영수 = 큰 거라니 뭘?
강순희 = 위자료로 일억원 한 장은 주셔야죠.
박경수 = 이건 칼만 들면 강도구만..
강순희 = 아니 그럼 일년이나 싫건 단물 빨어먹고 돈 한푼 안주고 쫓 아낼려고 했어요? 이 강순희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여잔줄 알았어요? 당신이야 말로 날강도죠. 젊고 예쁜 여자 데리고 살다가 위자료 한 푼 없이 헌신짝처럼 버리다니..
박영수 = (기가 막힌듯) 나 요즘 와서 생각해 봤는데 너 정말 너무 하 더구나...내가 너하고 살면서 지금까지 생활비가 얼마나 들어 갔는지 알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