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연재소설 - 나를 살려준 남자 제9부 육십 두 번째회 (62)
나를 살려준 남자
제3경
무대 다시 밝아지면 구영감의 아파트 거실이다. 정면에 큰방 출입문이 있고 구영감은 거실 소파에 앉아 돋보기를 끼고 신문을 보고 있다. 큰 방문이 열리며 외출차림으로 강순희가 나온다. 손에는 명품백을 들었다.
강순희 = (대형 거울앞에 서서 옷차림을 좌우로 살피며)
구영감 = (강순희를 힐끗 쳐다보며) 어디 가냐?
강순희 = 대학친구들 모임이 있어서요.
구영감 = 뭐? 대학친구이라니.. (의아하다) 너 대학 다니냐?
강순희 = 그럼요.
구영감 = 무슨 대학인데?
강순희 = 부녀대학이죠.
구영감 = 부녀대학? (눈이 휘둥거래지며)
강순희 = 말하자면 지금 어르신이 다니는 노인대학과 같은 그런 곳이 라고 생각하면 돼요.
구영감 = 그럼 너 지금 놀러 다니다 그말이냐?
강순희 = 놀러 안다니면 뭘 하게요...(손을 내밀며) 놀다 올게 돈좀 줘 요... 카드로 긁어라면 그리 할까요.
구영감 = (벌떡 일어나 강순희의 손을 잡으며) 너 정말 너무하는게 아 니냐?
강순희 = 너무 하다니요? 너무 한건 어르신이죠.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기가 답답해서 외출 좀 할려고 하는데 그것도 안된다니.. 정말 너무 하자나요.
구영감 = 여자는 모름지가 결혼을 했으면 여자답게 집에서 살림이나 살아야지 밖앝에만 쏘다니다니.. 여자는 그런데 아니야..
강순희 = (구영감 손을 뿌리치며) 흥, 여자니까 죽은 듯 집안에 틀어막 혀 살림이나 해라 그런 말인가 본데.. (큰소리로) 난 그렇게 못하거던요...그렇게 살려고 어르신한테 온 것도 아니구요. 난 그렇게 못해요.
구영감 = 못하다니?
강순희 = 나는 그렇게 살려고 일흔 아홉살 노인한테 온 거 아니예요. 아파트 주민들이 나보고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젊은 여자가 여든이 다 된 노인하고 산다구 쑥덕거려요. 이왕 내가 그런 비웃음을 받고 살려면 호강이라도 좀 하고 살아야죠... 안그 래요?
구영감 = (기가 막힌듯) 나 요즘와서 생각해 봤는데 너 정말 너무 하더 구나.. 내가 너하고 살면서 지금까지 돈이 얼마나 들어 갔는 지 아냐?
강순희 = 그 정도 각오 안하고 나같은 젊고 예쁜 여자와 살려구 했어 요? 요즘 물가 오르고 자동차 기름값 오르고 지금 그돈 갖 고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어요. 다음 달부터 전기요금 30% 오르고 도시가스 20% 오르고 수도료 28% 오르고 자동차 보험료도 20% 오르고.. 전부 오르는 것뿐인데 한 달에 300 만원 갖고 어찌 살아요. 이왕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다 음 달부터는 생활비 인상해 줘요. 500만원으로.....
구영감 = (놀라) 뭐 500만원? 야 이거 사람 죽이네.. 안된다면 어찌할 거냐?
강순희 = 어찌 하긴요 헤어져야죠.
구영감 = 야 너 말이야..헤어지는게 무슨 장난감 기관차 객차처럼 붙였 다 뗐다 그렇게 쉽게 하는 줄 알어? 더구나 세 번이나 결혼 에 실패하고 네 번째 나하고 만났으면 어지간하면 살아야 지..
강순희 = 나도 어지간하면 살아볼려고 해요. 하지만 한달 생활비 300 만원 갖고는 어림반푼어치도 없는데 어떡해요. 팔자가 더러 운 여자라 네 번째 만나서는 어지간하면 나도 살아볼려고 해요 하지만..
구영감 = 하지만 뭐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