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는 종교인에게 관행적으로 세금을 물리지 않고 있다. 여러 차례 사회적 논란도 있었지만 명확한 유권 해석조차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표를 의식하여 종교계의 비과세(非課稅) 문제는 입에 담지도 않고 있는 실정이다. 종교계의 비과세 주장자들은 교인의 신념에 따른 봉사나 헌신을 일반인들의 노동처럼 과세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소속된 단체에서 월급을 받고 설교나 강연 등 정신노동을 해서 받은 수익금인 만큼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보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돈벌이로 하는 일은 봉사나 헌신이 아니다. 이런 필자의 견해는 비종교계에서도 계속 끊이지 않았다. 지난 대선 당시 권영일 민주노동당 후보는 종교인도 수익이 발생하면 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불교와 개신교의 일부 성직자들도 수익이 발생하면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은 과세가 부당하다는 성직자의 태도는 국가가 제공하는 보호와 의료 및 연금 등의 혜택은 받으면서 자신은 특별한 신(神)의 사람으로 여기는 이율배반이라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쿠크> 법안 통과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개신교계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모양이다. <수쿠크>는 이자 등 불로(不勞) 소득을 금지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채권 투자자의 자금을 부동산이나 설비 대여 같은 실물 사업에 투자한 뒤 거기에서 나오는 수익을 배당하는 행태로 나눠주는 이슬람식 채권을 말한다. 투자에 대한 이자 소득세가 면제되는 달러 등 다른 외화 표시 채권과의 형평을 위해 실물 투자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법인, 취득, 등록, 부가가치, 양도 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면제해 주자는 법안이 바로 <수쿠크 법안>이다. 일부 목사들은 ‘수쿠크 법안을 통과시킨 의원은 낙선운동을 각오하라‘면서 공공연히 밝힐 정도라 한다. 이들이 ’수쿠크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이유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가 자금 운용을 통제해 국내 경제에 이슬람 영향력이 확대되고 의무적으로 떼는 기부금(자카트)이 알카에다 등에 흘러 들어가 테러 용도에 쓰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법안 통과를 우려하는 측은 <수쿠크>를 운영하는 샤리아가 기부금(자카트) 이름으로 수익금의 2.5%를 반드시 자선단체에 기부하는데 이 기부금이 이슬람 과격단체와 연계돼 있다는 것이 최근 위키리크스에 밝혀졌다는 이혜훈 의원의 설명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면제 조치가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 수출에 대한 대출금 마련용이 아니냐’는 반대 논리를 내세우지만 여.야 합의로 심사까지 마친 법안을 밀어부치지 못하는 것은 결국 개신교계의 표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2월 22일자)에 따르면 당초 이 법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는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고 한다. 하지만 찬성에 기울었던 의원들이 하나 둘씩 ‘입장보류’ 방향으로 가닥을 바꾸면서 현재로서는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개신교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反) 이슬람 정세다. 특히 한국장로교총연합회가 <수쿠크> 법안 통과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수쿠크>는 이슬람 채권을 말한다. 이슬람 채권에 대해 과세의 혜택을 주자는 것이 <수쿠크> 법안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는 조세 형평주의에도 맞지 않는다. 이 <수쿠크>법을 놓고 찬반 양론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표면상으로는 이슬람권 채권에 대한 비과제를 주면 이것이 테러에 사용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지만 실제적인 배경은 종교적인 이유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수쿠크> 법이 통과되면 국가의 경제적 부분에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닌가 하는 실제적인 문제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고 무조건 종교적인 배척으로 <수쿠크> 법안에 논란의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더욱이 이것을 빌미로 개신교가 한나라당에 대한 일방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은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 같아 씁쓰레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정치가 종교계의 힘에 흔들일 때 그 정치는 올바르게 굴러갈 수 없다. 또한 종교라는 힘에 흔들리는 정치가 된다면 국가를 이롭게 할 수가 없게 된다. 정치인 역시 종교의 힘에 눌러 굴복하고 복종한다면 이는 종교를 정치의 도구화로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종교는 잘못된 인간의 모습을 바로 잡고 인간다운 삶을 가꾸며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이지 해롭게 하는 것이 아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과세는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쿠크> 법안이 ‘과세 형평주의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