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칼럼 = 노인 증오 시대로 가는 길

2024.07.25 07:41:39

 

 

 

 

 

칼럼

 

 

                            노인 증오 시대로 가는 길

 

 

                                                                권우상

                                                 사주추명학자. 역사소설가. 극작가

 

 

빈곤 노인의 대표적 이미지로 묘사되는 폐지수집 노인에게는 폐지 수집보다도 더욱 슬픈 것이 있다. 그것은 인격 모독, 즉 말이나 행동으로 더럽혀 욕되게 하는 것이다. 일부 젊은이는 노인에게 반말하거나 막말하는 경우도 있다. 노인을 경멸하거나 노인을 증오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사회 분위기라면 매우 불행한 일이다. 물론 노인중에는 일부 잘못된 행동으로 사회에 지탄을 받아야 할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노인들에게 경멸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한 달 전 나는 길에서 젊은이와 노인이 다투는 모습을 보았다. 노인이 버럭 고함을 지른다. “나는 젊어 봤다.. 너는 늙어 봤나.” (젊음이의 욕설은 생략함) 내가 알아 보니 노인이 젊은이를 쳐다본 것이 화근이라고 한다. 이 노인은 어느 교회 목사로 일하다가 목사직을 그만 두었다고 한다. 내가 목사도 정년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70세가 넘으면 교회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 목사의 대답이었다. ‘늙었다’ ‘젊었다’라는 판단은 세월로 쌓인 얼굴의 나이테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몸(건강)과 정신(능력)이다. 사람은 누구나 세월의 나이테를 그으면서 늙어가게 된다. 늙는다는 것은 추해지는 것이 아니라 성숙하고 아름다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에서도 신병보다 군대 경험이 풍부한 노병이 잘 싸운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 중에는 노인들을 증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어 씁쓰레하다. 산에 올라가서 소나무를 한 번 보라. 키가 작고 땅달막한 소나무와 수 백년 동안 풍상을 겪고 살아온 아람드리 소나무를 비교해 보면 어느 소나무가 아름다워 보일까? 아마 수백 년을 살아 온 소나무가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소나무도 병충해에 말라 죽어 볼품이 없다면 누구도 아름답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도 세월의 늙음에는 어찌할 수 없다고 하지만 스스로 마음의 주름살이 쌓이지 않도록 푸르고 울창한 나무로 존재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이는 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있다. 웨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노인은 어린 소년과 야구 이야기를 하면서 친구가 되었다. 미국의 대학원에서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나 있는 교수의 대부분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老)교수들이 많다. 강의하는 솜씨도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어려운 수학도 재미있고 쉬운 철학으로 강의한다. 세월로 다듬어진 능숙한 강의 솜씨가 아름다운 무지개처럼 한층 돋보이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길가에 차를 세워 놓고 자동차를 점검하는 노인도 쉽게 볼 수 있다. 귀밑머리 휘날리면서 엔진 부분의 본닛을 열고 부품들을 체크하고 있는 모습은 젊은이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자동차에 문제가 있어 물어보면 친절하게 문제를 풀어준다. 조금도 귀찮아 하거나 싫은 기색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남을 배려하는 노인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그리고 노인끼리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말을 하고 행동한다.

 

그래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노인들의 말과 행동은 젊은이와 다른 점이 있다. 이런 노인들은 지금도 진리를 탐구하는 어르신들이다. 진리를 탐구하는 어르신들은 아름답다. 그러나 진리를 탐구하지 않고 세월만 붙잡고 있는 노인은 아름다울 수가 없다. 노인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것은 어쩌면 초라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버스와 전철 안에서 품위를 지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특히 노인이 부녀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값비싼 벤츠 승용차는 아무리 타고 다녀도 미학(美學)이 없지만 버스나 전철을 타면 누가 추하고 누가 아름다운지 금방 나타난다.

 

나이는 꽃밭처럼 가꾸기에 따라 젊음이 따를 수 없는 ‘성숙함’의 아름다움을 은은한 향수처럼 발산한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노인시절에 나타난다. 젊음은 피부와 에너지 그리고 재주로 아름다움을 표시하지만 노인들은 굵은 주름과 깊은 사색으로 인생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노인에게는 성숙한 영혼과 절제된 매너, 그리고 화려한 젊은이들이 거리에 버린 휴지나 담배 꽁초를 줍는 노인들을 보면 아름다움은 더욱 돋보인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움은 뒷전으로 밀리고 노인을 증오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회로 변해 간다면 노인들에게는 결코 마음 편안 일은 아니다.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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