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걸작 동화
개와 고양이
옛날에 가난하기 그지없는 한 여자가 남편 없이 살았습니다. 그런데 자신은 가난하여 끼니를 굶으면서도 개와 고양이를 굶기는 일은 없었습니다. 어느 날 개와 고양이는 주인 여자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서로 의논을 하였습니다. 개가 말했습니다.
“우리 주인은 정말 고마운 여자야. 먹을 양식이 없어도 우리는 굶기지 않으니 말이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너랑 나랑 힘을 합해서 주인 여자의 은혜를 보답해야 할게 아니야.”
그러자 이번에는 고양이가 말했습니다.
“자기는 굶어도 우리를 굶기지 않는 주인 여자의 착한 마음을 나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어떻게 보답을 할지 방법을 잘 모르겠는 걸..”
“그럼 우리 이렇게 하면 어떨까.”
“어떻게?”
“우리가 한번 모험을 해보잔 말이야.”
“모험이라니 어떤 모험인데?”
“저. 그러니까 마을 가까이에 있는 바다에 가서 용왕님에게 접근하여 우리 주인 여자가 부자로 잘 살도록 여의주를 얻어 오면 싶은데.”
“용왕님이 여의주를 우리에게 줄까?”
“언젠가 토끼에게 들은 얘기인데 토끼가 거북이 등을 타고 용궁으로 가서 용왕님을 만나고 왔다고 하던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나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 그럼 우리도 토끼처럼 거북이 등에 타고 용궁으로 가서 용왕님을 한번 만나보면 어떨까?”
“그렇게 하자.”
개와 고양이는 이렇게 약속을 하고는 용궁으로 가기 위해 바닷가에서 거북이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얼마를 기다리고 있으니 거북이가 나타났습니다. 개가 거북이에게
“거북아, 우리를 용궁으로 데려다 줄 수 있겠니?”
하고 묻자, 거북이는 무슨 일로 용궁에 갈려고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개가 말했습니다.
“우리를 키워주는 주인 여자 말이야.. 자기는 양식이 없어 굶어도 나와 고양이는 굶기지 않는단 말야. 그 정성이 너무 고마워서 용왕님에게 가서 우리 주인이 부자가 되어 잘 살도록 여의주를 얻어 올까 해.”
이 말을 들은 거북이는 개와 고양이를 바다에 있는 용궁으로 데려다 줄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약속 날짜에 개와 고양이는 주인 집에서 나와 거북이 등에 타고 용궁으로 향했습니다. 용궁에 도착한 개와 고양이는 용왕님에게 찾아온 이유를 말하자 용왕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기는 굶어도 너희들을 굶기지 않는 주인 여자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느냐?”
개와 고양이는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용왕님은 말했습니다.
“참으로 기특도 하구나. 그렇다면 주인이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 주겠다. 자, 이 여의주를 가지고 가서 네 주인에게 주거라. 이 여의주를 주인 여자가 받으면 부자가 될 것이다. 그대신 바다를 건널 때 빠트리지 말고 잘 가지고 가야 한다. 알았느냐?”
하고는 여의주를 주었습니다. 여의주를 받은 개와 고양이는 용왕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다시 거북이 등에 타고 용궁을 나와 마을 가까이에 거의 도착하여 바다를 건너는데 개가 고양이에게 말을 거는 바람에 고양이가 입에 물고 있던 소중한 여의주를 그만 바다속에 빠뜨려 버렸습니다.
앗 불사! 이걸 어쩌나 싶어 깜짝 놀랐지만 개와 고양이는 거북이 등을 타고 이미 바닷가에 나왔습니다. 거북이는 개와 고양이에게 안녕! 하면서 인사를 하고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바닷가에 앉아 한참동안 여의주를 되찾을 생각을 했지만 바다에 빠진 여의주를 되찾을 길이 없자 개와 고양이는 여의주를 포기를 하고 집에 돌아와 버렸습니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도 바다에 빠진 여의주를 어떻게 하면 건져 올릴까 곰곰이 생각하던 개와 고양이였지만 방법이 없었습니다. 개는 고양이에게 이왕 바다에 빠뜨렸으니 포기하자고 했지만 고양이는 이대로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며칠동안 생각하다가 집념이 강한 고양이는 다시 바닷가에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면서 며칠을 바닷가에서 지냈습니다.
그날도 고양이는 바닷가에 앉아서 바다에 빠진 여의주를 어떻게 하면 건져낼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마침 낚시꾼을 발견하고는 그곳으로 갔습니다. 고양이는 하루 종일 낚시꾼의 곁에 앉아 물고기를 낚아 올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잡혀 올라오는 물고기에 시선을 꽂고 아무리 보아도 여의주를 삼킨 물고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그 다음날도 바닷가에 나와서 낚시꾼의 곁에서 낚시줄에잡혀 올라오는 물고기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낚시꾼에게 잡힌 물고기 한 마리가 낚시 줄에 걸려 올라오면서 구슬같은 물체 한 개가 또르르 굴러 고양이 앞에 와서 멈추었습니다. 고양이가 보니 용왕님에게 받은 여의주가 분명했습니다. 여의주를 삼킨 물고기는 낚시 바늘에 걸려 물위로 올라 오면서 뱃속에 삼킨 여의주를 뱉어낸 것입니다.
고양이는 얼른 여의주를 입에 물고 집으로 달려 왔습니다. 그리고는 고양이는 개에게는 알리지도 않고 주인 여자에게 주었습니다. 여의주를 받은 주인 여자는 큰 부자가 되었고 그때부터 주인 여자는 개보다 고양이를 더 사랑했습니다. 추운 겨울이 되자 주인 여자는 고양이를 따뜻한 방에 살도록 했지만 개는 주인 여자에게 밉게 보여 추운 겨울에도 밖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개는 고양이가 미웠습니다.
여의주를 입에 물고 바다를 건너면서 개가 먼저 말을 걸었기 때문에 고양이가 대꾸를 하느라 입에 문 여의주를 바다에 빠트린 것인데도 개는 자신의 잘못을 모르니 고양이를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했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날이 갈수록 개는 추운 겨울에도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오돌오돌 떨면서 밖에만 사는 것이 못마땅해 멀리 달아날 궁리를 했습니다. 주인이 개보다 고양이를 더 사랑해 주니 개는 이제 주인도 싫어졌고 고양이도 미웠습니다.
어느 날 밤 개는 도망칠려고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곧 달아 날려고 하는데 주인 여자가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 날도 개는 도망칠려고 하는데 주인 여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매번 개가 도망칠려고 하면 주인 여자가 어김없이 나타났습니다. 그제야 개는 고양이가 주인 여자에게 몰래 알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개는 번번히 도망칠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러자 개는 고양이가 더욱 미워서 멀리 쫓아내던지 없애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방안에서 나오기만 하면 없애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방안에만 들어 앉아 밖으로 나오지 않아 좀처럼 죽일 기회가 없었습니다. 개는 어떻게 하면 고양이를 죽여 없앨까 생각하고 있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쥐에게 부탁하여 고양이가 밖으로 나오도록 유인하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개는 쥐에게 문구멍을 뚫어 방에 들어가 고양이를 밖으로 나오도록 유인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고양이는 어찌된 일인지 쥐를 보고도 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방안에만 앉아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되자 개는 난처해졌습니다. 여러 날 고민을 하던 개는 뜻밖에 찾아온 매의 말에 귀가 솔깃했습니다. 매는 개에게 지금 자신이 나라에서 나온 관리들에게 쫓기고 있으니 감추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인 즉 나라의 관리들은 매를 잡아 훈련을 시킨 후 토끼나 여우 등을 사냥하는데 쓰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잡힌 토끼나 여우는 모피로 만들어져 임금님이나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받쳤습니다.
매는 자신의 위험한 처지를 도와주면 은혜를 갚겠다면서 개에게 애원했습니다. 그러자 개는 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매를 감추어 주는 대신 고양이를 없애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매가 약속을 하자 개는 매를 감추어 주었습니다. 매를 잡으려고 뒤쫓아 온 나라의 관리는 매가 주인 여자의 집에 와서 사라진 것을 알고 주인 여자에게 매를 내 놓으라고 닥달했지만 주인 여자는 모른다고 하자 나라에서 나온 관리들은 주인 여자를 옥방에 가두어 버렸습니다. 주인 여자가 옥방에 갇힌 사이 매는 방에 있는 고양이를 물고 멀리 사라지고 개도 여자의 집에서 도망쳤습니다.
한참 도망을 친 개는 바닷가에 왔습니다. 그러자 마침 옥방에서 풀려나 집으로 돌아오다가 나룻배가 뒤집어져 바다에 빠진 여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개는 얼른 바다에 뛰어 들어가 물에 빠진 주인 여자를 구출해 주었습니다. 개의 도움으로 살아난 주인 여자는 이번에는 개를 방안에서 살도록 했습니다. 주인 여자는 바다에 빠진 자신을 구해준 개의 은혜를 잊지 않고 개를 무척 사랑했습니다. 늘 개를 옆에 두고 살았습니다.
어느 날 개가 병에 걸려 죽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주인 여자는 개를 살려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산신령을 찾아가 개를 살려 달라고 애원하자 산신령은 개를 살리고 싶으면 매에게 잡혀간 고양이를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양이를 잡아간 매를 찾아야 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고양이와 개의 사이가 나빠졌기 때문이며 그것은 여의주 탓이다. 그러니 여의주를 바닷가에 놓아두면 그 여의주를 보고 매가 올 것이니
“여의주 가져가라! 여의주 가져가라! 하면서 주문을 외우면 매는 여의주를 가져가고 잡아간 고양이를 돌려 줄 것이다”
하였습니다. 주인 여자는 산신령의 말대로 여의주를 바닷가에 놓고
“여의주 가져가라! 여의주 가져가라!”
하면서 주문을 외우자 매가 고양이를 물고 나타나더니 고양이를 놓고 여의주를 입에 물고 사라졌습니다. 고양이를 되찾은 주인 여자는 고양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고양이가 집에 돌아 왔지만 개는 병이 들어 고양이가 돌아온지도 모르고 잠을 자듯 눈을 감고 끙끙 앓고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개를 깨웠습니다. 개는 눈을 뜨자 깜작 놀랐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에게 잡혀간 네가 죽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시 나타나다니.. 그동안 나는 너한테 무척 미안했어. 네 혼자만 주인 여자의 사랑을 받는 것을 보고 질투심이 나서 내가 잡아가라고 매에게 부탁한 것이... 정말 매에게 잡혀간 고양이 네가 돌아 온 거니?”
하면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고양이가 말했습니다.
“내가 매에게 잡혀가더니 무슨 소리야. 나는 지금도 주인 여자 방에서 잘 지내고 있는데.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서 방안에 있었지만 이젠 따뜻한 봄이 되었으니 밖에 한번 나와 본 거야.”
“그런데 말이야 용왕님에게 가서 여의주를 얻어다 주어 주인 여자가 부자가 되어도 우리에게는 달라진 것이 없네. 말하자면 밥이나 고기 반찬을 많이 준다던가 하는 그런 거 말이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용왕님에게 가서 여의주를 얻어다 주인 여자에게 주어 부자가 되다니?”
“너랑 나랑 거북이 등을 타고 바다에 사는 용왕님에게 찾아가지 않았니?”
“나도 그런 꿈을 꾸긴 했어.”
“꿈이라니?”
“깨어 보니 꿈이였잖아..”
“그럼 나도 여태 꿈을 꾸고 있었단 말이냐?”
“꿈이 아니면 우리가 어떻게 바다속에 사는 용왕님을 찾아간단 말이니. 그건 말이 안되자나. 그런데 너 말이야.”
“내가 왜?”
“어제 주인 여자가 어떤 남자와 나누는 말을 들었는데 너를 보신탕 집에다 판다고 하더라..”
“보신탕이 뭔데. 사람들은 여름이 되면 개를 잡아서 국을 끓어 먹는데 그걸 보신탕이라고 한데.. 네가 없으면 난 외로울텐데...”
“나를 보신탕 집에 판다면 난 그럼 죽는 게 아니냐.”
“이걸 어떻게 하면 좋아. 이것도 꿈이였으면 좋겠어..”
개는 슬픔에 잠겼습니다. 보신탕 집에 팔려가 죽는다고 생각한 개는 주인 여자가 얄미웠습니다. 고양이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개가 보신탕 집에 팔려간다는 말을 간흑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양이가 신경통에 잘 듣는 약재로 사용한다는 말이 들리면서 고양이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런 걱정 속에서 하루 하루 살아가던 개와 고양이에게 좋은 소식이 들렸습니다.
그건 나라에서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개와 고양이와 같은 동물을 학대하거나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임금님의 명령이 내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모피로 사용하던 토끼나 여우를 잡는 것을 금지한다는 명령도 내렸습니다. 개와 고양이는 이것도 혹시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끝)
1996년 월간 9월호 ‘時兆’에 동화 <작은 나무와 미루나무>를 발표하면서 동화 작가로 활동.
< 저작권자 © 구미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구미일보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