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작소설 제6부 스물 여덟 번째회 (28)
천天. 지地. 인人. 명 命
“ 늙은 할망구가 가만히 있더냐 ? ”
“ 처음엔 가만히 있더니 갑자기 소인의 상투를 쥐어 뜯으며 앙탈을 부렸습니다 ”
“ 음. 남녀의 운우(雲雨)란 합환(合歡)인즉 서로 즐기지 않고 한 쪽만 즐기는 것은 죄가 된다. 여자가 바둥거리고 싫은 내색을 하면 여자를 풀어 주어야 마땅하거늘 싫어하는 걸 억지로 데려 갔으니 네 죄가 크다. 알겠느냐 ? ”
“ 네. 그저 죽을 목숨 대감님의 자비로운 선처만 받겠습니다 ”
배비장은 두 손은 모아 싹싹 빌면서 애걸했다. 정승(政丞)은 그런 배비장을 물끄럼이 바라 보다가 다시 엄숙하게 목소리를 가다듬어 꾸짓었다.
“ 사또는 능히 스스로 죄 없음을 말했다. 그리고 지금 먼 길로 부임을 가는 처지이니 욕보일 수는 없는 일이다. 허나 비장(裨將)인 너는 죄가 있으니 상전을 대신하여 볼기 열 두대를 맞아야 마땅할 것이다 ”
“ 볼기를 열 두대씩이나 맞아야 합니까 ? ”
“ 열 두대가 적다면 다섯대를 더 얹어 줄까 ? ”
“ 아. 아닙니다 ”
울상을 짓는 배비장을 본 체도 하지 않고 정승(政丞)은 명령을 내렸다.
“ 여봐라 ! 저놈의 볼기를 쳐라 ! ”
그러자 하인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배비장을 형틀에 붙들어 맸다.
“ 하나요. 둘이요 셋이요...”
하면서 매가 떨어질 때마다 배비장은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고 구슬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다시는 계집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