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작소설 - 천.지.인.명(天地人命) 제5부 스물 여섯 번째회 (26)

  • 등록 2017.04.07 21: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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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權禹相) 연작소설 제5부 스물 여섯 번째회 (26)

 

     천. . .

 

 

 

 

배비장(裵裨將)은 침을 꼴깍 삼키면서 사또 김인경에게 바칠 여자를 하늘이 점지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뻐했다.

이윽고 밥상이 들어 왔다. 감자 네 개, 산나물 한 접시가 저녁상의 전부였다. 배비장은 초라한 밥상을 보니 눈물이 잘 지경이라 식욕이 당기지 않았지만 얼른 먹어 치우고는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

노파는 자기가 입고 있던 치마를 훌렁 벗어 방 한가운데에 치고 경계선을 만들었다. 배비장은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흙냄새가 물씬 풍기는 토방에 웅크리고 누워 노파의 며느리를 납치해서 사또에게 바칠 생각을 하느라고 졸리는 눈을 억지로 부비면서 잠이 들지 않게 허벅지를 피가 나도록 꼬집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시끄럽게 짖어대던 마을의 개들도 잠잠해졌다. 바깥은 달도 없는 캄캄한 그믐밤이었다. 어느새 방안에는 깊이 잠든 숨소리와 윤비장(尹裨將)의 코 고는 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이제 됐다 ! ”

배비장은 살금살금 기어서 아랫목으로 다가 갔다. 어둠속을 더듬어 매끄러운 몸을 찾아 덮치고 손으로 우선 입부터 틀어 막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여자는 반항을 하지 않았다.

( 과부라 사내 생각이 간절하겠지... )

배비장은 그런 생각을 하며 여자를 들쳐 업고 밖으로 나갔다. 그가 한 오십보 쯤 걸을 갔을 때 등에 업힌 여자가 맹렬하게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몸을 비틀고 그의 상투를 휘어 잡으며 꼬집고 떠밀고 야단이었다. 그러나 배비장은 여자가 소리를 지르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라 싶어 무조건 사또 김인경이 머물고 있는 정승댁 사랑채로 달려 갔다.

김인경은 불을 끄고 기다리고 있었다.

사또 ! 분부하신 것을 대령하였습니다

오오 그래. 수고 했다 ! ”

김인경은 반색을 하며 얼른 문을 열고 맞아 들였다. 그러나 여자는 계속 반항하며 사또의 가슴을 떠밀고 발로 차는 바람에 사또는 뒤로 넘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여보게 배비장 ! 이년이 표독스러우니 허리 끈으로 손과 발을 단단히 묶게

배비장은 땀을 흘리며 어둠 속에서 간신히 몸부림치는 여자의 손과 발을 묶었다. 여자는 꼼짝할 수 없게 결박 당하자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분한 마음에 숨소리만 급하게 할딱거리고 있었다.

사또 ! 그럼 소인은 물러 가겠습니다

하고 배비장이 방을 나오는데 문을 채 닫기도 전에 사또 김인경은 정신없이 결박된 여자에게 겁탈할려고 덤벼 들었다. 배비장은 노파의 집으로 돌아 와 어둠속에 더듬거리면서 방문을 찾았다. 장정이 겨우 감자 네 개로 요기를 했으니 몹시 시장하기도 했을 것이지만 캄캄한 산길을 여자를 업고 뛰었기 때문에 피로한 데다 긴장이 풀리면서 졸음이 쏟아졌다.

그런데 문고리를 찾아 더듬거리는 배비장의 얼굴에 뭔가 이마에 부딪치는 것이 있었다. 배비장이 가만히 보니 그것은 문설주에 매달아 놓은 마른 오징어였다.

아니 이런 밤중에 오징어가 있다니... ”

배비장은 오징어를 들고 방으로 들어 갔다. 그리고 윤비장에게 오징어를 빼앗길까봐 어두운 방안에 앉아서 으적으적 씹어 먹다가 오징어를 입에 문 채 잠이 들어 버렸다. 깊은 잠에 빠진 배비장은 젊은 과부와 사또 김인경의 꿈을 꾸었다. 사또가 과부를 붙잡을려고 쫓아 오는데 배비장을 발견한 과부가 다급하게 구원을 호소하며 그의 품으로 뛰어드는 것이었다. 배비장이 과부를 안고 내놓지 않자 사또가 무섭게 노려 보더니 길다란 막대기를 쳐들어 그의 어깨를 후려치는 것이었다.

아이고......”

배비장은 몸을 움찔하고는 도망을 쳤다. 한참 도망을 치다가 발이 돌에 걸려 넘어졌다.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꿈이었다. 그런데 정말 막대기가 그의 어깨를 찍어 누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낯선 장정 두 사람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놈 ! 이제야 잠이 깼느냐 ? 아까는 뭣이 좋은지 침을 질질 흘리더니 기분이 어떠냐 ? ”

배비장은 눈을 부볐다. 이게 꿈이냐 생시냐 ? 옆자리의 윤비장도 보이지 않았고 방 가운데 쳐진 노파의 치마 너머에 윤비장이 발가벗은 채 꿇어 앉아 있었다. 더구나 그 옆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여자는 이 집의 젊은 며느리가 아닌가.

( 젊은 며느리는 들쳐 업고 김인경 사또에게 데려다 주었는데... )

그제야 젊은 며느리를 업고 간다는 것이 노파를 업고 갔다고 생각하자 마치 도깨비한데 흘린 기분이었다.

어서 일어서 ! 대감께서 네놈을 찾으신다

그렇다면 낯선 두 장정은 정승댁 하인인 모양이었다. 배비장이 비틀거리면서 일어나자 그 바람에 간밤에 먹다 남은 오징어 다리가 허리춤에서 떨어졌다.

 

<계속>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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