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작소설 - 천.지.인.명(天地人命) 제4부 열 아홉 번째회 (19)

  • 등록 2017.03.26 19: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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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權禹相) 연작소설 제4부 열 아홉 번째회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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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아(葡萄牙) 사람들이 큰 범선(帆船)을 타고 사해(四海)를 건너 우리나라를 여러 번 찾아와서 통상(通商)하기를 바랐던 것은 조선 중엽 때부터였다. 그러나 조정에서는 쇄국(鎖國)과 개국(開國) 두 파로 분열되어 서로 싸우다가 결국 쇄국파가 이겨 포도아(葡萄牙) 사람들과의 통상은 거절돼 버렸다.

하지만 포도아 사람들은 통상의 뜻을 굽히지 않고 집요하게 서해안의 작은 섬마을 만을 찾아다니면서 여러가지 비단과 화약(火藥), 잡화(雜貨) 등을 주고 우리나라의 귀한 금은(金銀)과 바꿔 갔다.

이 포도아 사람들의 배가 관가의 눈을 피해 섬마을에 찾아 들어 오면 온 마을 사람들이 괴상하게 생긴 서양 사람들을 구경하기 위해서 벌떼처럼 모여 들었다.

모두 와서 구경하시오 ! 여러가지 물건들이 있습니다...”

상술이 뛰어난 포도아 사람들은 큰 소리를 외쳐가며 바닥에 자리를 깔아 여러가지 신기한 물건들을 늘어 놓고 선전에 열을 올렸다.

! 저것들 좀 봐요. 정말 희얀하네

눈이 휘둥거래진 섬마을 사람들은 이것 저것 닥치는 대로 만져 보다가 그 중 몇가지를 그들이 달라는 대로 값을 주고 바꿔 갔다. 물건을 이것 저것 고르고 만지느라 온통 아우성이었다.

저건 무엇에 쓰는 것일까 ? 이상하게 생겼네.... ”

이런 말과 함께 섬마을 사람들의 눈이 곧 잘 쏠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께쓰였다. 우리 가정에서 흔히 쓰는 바께쓰란 말은 미국말도 아니고 흔히 쓰는 일본말도 아니요 순전히 포도아(葡萄牙) 말이었다. 포도아 사람은 섬마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긴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바께쓰를 놓고 이름을 가르쳐 주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바께쓰...”

파케스...”

파가 아니고 바...

...”

바께쓰...”

바께서...”

서가 아니고 쓰...”

... ”

. 저 바께쓰란 물건은 동이 대신 물을 퍼다 나르는데 쓰는 것이라고 하지만 밑이 약해서 아낙네들이 머리에 일 수도 없고, 몸통이 둥그니 손으로 잡을 곳이 마땅치 않고 선비들이 머리에 쓰는 갓이나 삿갓 대신으로 쓰자니 둘레가 너무 커서 벙거지처럼 머리에서 목까지 뒤덮혀 쓸 수가 없으니 서양 사람들이 다른 것은 다 잘 만들어도 바께쓰라는 것은 아무래도 잘못 만들었다고 섬마을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께스의 용도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여론이 여러가지로 엇갈렸다.

뭐라 해도 그릇은 조선에서 만든 것이 제일이지. 저 바께쓰 위에 달린 둥근 끈은 도대체 무엇에 쓰라는 거야. 어깨에 메고 다니라는 건지 알 수가 없구만....”

이처럼 어디에 쓰는지 모르다 보니 다른 물건은 잘 팔리지만 바께쓰만은 잘 팔리지 않았다. 도무지 어디에 사용하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바께쓰라는 것은 물을 긷거나 퍼 나르는데 쓰는 것이라니까 바가지로 쓰라는 게 틀림없어.. 그러니까 양바가지 아니겠나... 좌우간 물이 젖어 있거나 말라 있거나 들어 보면 무게는 똑 같아 신기하구만.. 한 개 사다가 우리 며느리한테 줘야겠네

그렇게 말하고는 한 노인이 많은 바께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이리저리 골라 가지고 금()을 얼마간 주고는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 후 이 노인의 집에서는 며느리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너무 귀여워서 시집 온 첫날 신기하게 생긴 바께쓰를 며느리에게 주었다. 며느리는 처음보는 물건이라 무엇에 쓰는 것인지 알 수가 없고 시아버지가 주는 것이니 덮어 놓고 받아 방 구석에 놓아 두었다.

그날 밤이었다. 쥐 죽은 듯 조용한 밤에 며느리는 오줌이 마려워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지만 사방이 칠흑같이 캄캄하여 어디가 어딘지 분간할 수가 없고 더구나 처음 시집 온 터이라 칠흑같이 캄캄하여 뒷간(변소)이 어디 붙어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남편은 초저녁에 이미 성관계를 끝내고 피곤해서인지 녹초가 되어 잠을 자고 있었다. 한참 잠이 든 남편을 깨워 물어 보자니 그렇고 뒤뜰에 나가서 함부로 엉덩이를 내놓고 오줌을 누자니 시부모에게 들키면 난처해 질 것이었다.

<게속>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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