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스물 여덟 번째회 (28)
봉이 김선달
“ 내가 보아 하니 선비들께서는 혹시 이번 여름에 있는 과거에 응시하러 가시는게 아니오 ? ”
길을 걸으면서 김선달은 일방적으로 말을 건넸다. 원래 과거는 매년 가을에 있는 것인데 올해는 나라에서 임금王이 가을에 왕비王妃를 맞이 하게 되어 있는 터이라 앞 당겨 여름에 실시하게 된 것이었다.
“ 그렇소 ”
( 흠. 이제보니 네놈들이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랍시고 도도하게 구는구나! 어디 보자 ! 네놈들을 한번 골탕 먹여 줄테니... )
봉이 김선달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어젯밤에는 밤새도록 주둥이를 놀린 대가로 밥술이나 얻어 먹더니 오늘은 우리에게 무슨 덕을 볼려고 자꾸 말을 붙일려고 하지... 흥 어림 없다... )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더니 같은 길을 걸어가는 나그네들과 김선달의 생각은 이렇게 서로 판이하게 달랐다. 길을 걸어 가면서도 선비들은 어젯밤 단잠을 못잔 홧김에 무슨 수라도 써서 찰거머리처럼 자꾸만 달라 붙는 김선달을 떼어 버릴려고 궁리를 하고 있었고, 김선달은 김선달대로 이 거만스러운 선비들에게 혼줄이 나도록 골탕 먹일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주막을 떠난지 한나절쯤 되어 김선달의 뒤를 따라가던 선비들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저희들끼리 입을 맞대고 무어라 한참동안 소곤거렸다.
“ 여보게 ! 어떻게 저 봉이 김선달을 떼어 버릴 방법이 없겠는가 ? ”
“ 글쎄. 지금 생각 중인데 무슨 좋은 수가 있겠지 ”
“ 저 녀석은 워낙 재주꾼이라 잘못 하다가는 우리가 되레 역습을 당할거야 ”
“ 그렇지 ! ”
“ 그러나 염려 말게. 내게 좋은 방법이 있으니까 ”
“ 그래. 뭔가 ? ”
“ 기다려 보게. 곧 알게 될테니 ”
선비들의 이런 꿍꿍이 속도 모르고 봉이 김선달은 기세 좋게 손을 내저으며 저 만큼 앞장서 걸어가고 있었다.
“ 흥. 천하에 교활한 봉이 김선달도 내 계략에는 꼼짝 못할걸....”
일행이 어느 마을을 지나게 되었을 때 선비 중의 한 사람이 입가에 야릇한 웃음을 흘리면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 여보게들! 드디어 김선달을 떼어 버릴 묘안이 떠올랐네 ”
“ 무슨 방법인지 말해 보게! ”
“ 저길 보게. 저기 옹달샘에서 지금 물을 긷고 있는 처녀가 보이지 않은가? ”
“ 그렇네 ”
선비들이 바라보고 있는 길가의 조그마한 옹달샘에는 열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예쁜 처녀가 두레박으로 물을 긷고 있었다.
“ 그래서 저 처녀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
“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김선달한테 처녀의 은밀한 곳을 우리에게 보여 달라고 하자는 말일세. 아무리 날고 긴다는 봉이 김선달이지만 이 밝은 대낮에 어떻게 저 처녀의 은밀한 곳을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겠나 ”
“ 은밀한 곳이라니 어딜 말하는가? ”
“ 어딘 어디겠나 ? 보문陰門이지...”
“ 보문? ”
“ 그렇네 ”
“ 으음. 그렇지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