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동화 = 어린 솔거 (마지막회)

  • 등록 2025.01.27 22: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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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동화 = 어린 솔거 (마지막회)

 

 

                                어린 솔거

 

 

겨우내 몸을 움츠렸던 나무가지에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는 봄이었습니다. 신라 서라벌의 넓은 궁궐 마당에는 전국에서 뽑힌 화가들이 자기의 그림 솜씨를 보여주기 위해 백 사십여 명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 대회에 나온 사람은 거의 모두가 30살이 넘는 어른들이었지만 솔거는 열 두살로 가장 나이가 어렸습니다. 그러다보니 솔거에게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나이 어린 솔거를 비웃기도 하였습니다. 이 대회에서 1등으로 당선된 사람은 상금이 덤북 주어지고 궁궐에 들어 올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솔거는 이 대회에서 산수화 두 점과 늙은 소나무 다섯 점을 그려서 제출했습니다. 이제 곧 당선자가 발표될려고 하였습니다. 먼저 3등 당선자가 발표되었지만 솔거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다시 2등 당선자가 발표되었지만 역시 솔거는 아니었습니다. 이제 1등 당선자 발표만 남았습니다. 이때

“1등 솔거!”라는 시험관의 말과 함께 ‘두웅..’하는 징소리가 크게 울렸습니다. 솔거는 1등으로 당선되어 상금을 받고 궁궐에 들어 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침 이 대회를 참관하기 위해 신라 서라벌 궁궐에 와 있던 당나라 왕의 신하는 솔거의 그림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연 하늘에 계시는 신의 그림입니다. 솔거야말로 대단한 그림의 신입니다. 나이도 이런 화가가 신라에 있다는 것은 온 세계가 놀랄 일입니다.”

그 신하는 연신 고개를 돌려 솔거가 그린 늙은 소나무 그림을 보고 또 보고 했습니다. 이 대회에 참석한 문무 임금님도 솔거의 그림 솜씨에 감탄하였습니다.

그날 집에 돌아온 솔거는 저녁 밥을 먹자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밖으로 나가 숲속에서 연못 주위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하늘에서 갑자기 나타난 어린 스님이 연못 주위를 돌며 불경(다라미)을 외우자 연못위로 용 세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린 스님은 입맛을 다시며 그 중 한 마리를 연못 밖으로 끌어내려 하고 있었습니다. 솔거는 숨소리를 죽이고 활을 겨누었습니다. 가슴이 터질듯이 두근거렸지만 활시위에 팽팽하게 힘을 넣었습니다. 솔거는 활시위를 힘껏 당겼습니다. 시위를 떠난 활은 바람보다 빠르게 날아가 어린 스님의 가슴에 꽂혔습니다.

어린 스님은 울부짓는 소리도 없이 그대로 푹 꼬꾸라졌습니다. 솔거가 달려가자 이미 어린 스님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붉은 피를 입으로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솔거는 또 한번 놀랐습니다. 죽은 어린 스님은 다름아닌 늙고 커다란 여우였습니다. 솔거가 놀라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는데 한 노인이 솔거 앞에 나타났습니다. 노인은 딸인 듯한 어린 소녀와 함께 있었는데 고맙다고 하면서 꼭 은혜를 보답하겠다고 했습니다. 노인은 옆에 서 있는 어린 소녀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이 아이를 옆에 두면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야!.”

솔거는 노인의 딸인 어린 소녀를 바라보았습니다. 지금까지 본적이 없는 얼굴이 아름다운 여자 아이였습니다. 눈부시게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얼굴을 붉히는 그 모습은 더욱 아름답고 신비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솔거는 이 소녀를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 가는데 그만 잠이 깨었습니다. 꿈이었습니다. 솔거는 엄마에게 꿈 이야기를 하자 엄마는 점쟁이에게 찾아가 꿈풀이를 부탁했습니다. 점쟁이는 여자 아이는 왕비(자의 왕후)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솔거는 왕비의 부름을 받고 궁궐에 들어가 초상화를 그렸는데 왕비의 얼굴과 똑 같이 그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불교를 숭상하는 왕비는 자신이 다니는 영흥사 벽에 솔거에게 그림을 부탁하자 솔거는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오는 그림(여하강신선도)를 그렸는데 이 그림을 본 임금님과 왕비는 물론 왕자인 소명, 정명(신문왕)도 감탄했습니다. 하강천신도는 폭포가 흐르는 아름다운 깊은 산에 신이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때 임금님은 신하들에게 절(사찰)을 지으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 절은 황룡사라고 이름 지어졌고, 3년에 걸쳐 황룡사가 완성되자 왕은 솔거에게 이 절의 벽에 나무를 그리도록 하자 솔거는 늙은 소나무 그림(노송도)를 그렸습니다.

그런데 솔거는 얼마나 그림을 잘 그렸는지 이 그림이 진짜 소나무인줄 알고 참새, 제비, 까마귀, 비둘기 등의 새들이 종종 날아와 앉다가 머리를 부딪혀 떨어지곤 했습니다. 이를 보고 임금님은 천재적인 소질을 타고난 솔거의 그림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솔거의 뛰어난 그림 솜씨는 신라 전국으로 알려졌고, 당나라에까지 이 소문이 퍼졌습니다. 솔거의 그림 솜씨는 신라 천년의 뛰어난 작품으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고 있습니다.

 

( THE END )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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