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동화 = 어린 솔거 (제2회)
어린 솔거
솔거 엄마는 품에 안았던 솔거를 바닥에 내려 놓았습니다.
“솔거야, 이 녀석! 이렇게 일찍 가다니 말이 되느냐? 일흔이 넘으신 할머니를 두고 네가 먼저 가다니....”
솔거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어린 솔거의 뺨을 사정없이 때렸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러자 솔거 엄마는 울부짖으며 아버지의 매질을 말렸습니다.
“제 명대로 살다 가지도 못한 이 불쌍한 어린 것에게 이 무슨 몹쓸 짓이란 말입니까? 이러지 마세요. 흐흐흑.”
엄마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우는 순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어린 솔거가 갑자기 으아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아버지와 엄마는 반갑고 기뻤습니다. 솔거는 여섯 살이 되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서당에 나가 글을 배우면서도 그림 그리기를 더 좋아해 선생님의 얼굴을 그려 그림에 천재란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솔거의 뛰어난 그림 솜씨는 온 마을로 알려졌습니다. 솔거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렸으나 집이 가난하여 그림을 그릴 만한 종이를 구하기가 어려워 늘 강가(지금이 양산천)에 나가 나무가지를 손에 쥐고 모래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가난한 농가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그림에 열중했으나 농촌에 선생님이 없어 하늘의 신에게 가르침을 부탁하여 그림 공부를 했는데 하늘의 신이 가끔 꿈에 나타나 그림 그리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밤 꿈 속에 나타난 단군님을 보고 단군님의 얼굴을 많이 그렸습니다.
솔거가 열 살이 되자 그림에 천재적인 소질을 보였습니다. 산과 들과 같은 자연 풍경을 막대기로 땅에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나뭇가지 하나, 꽃 한송이 세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도 길렀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서로 재잘거리는 귀여운 새들의 모습도 그렸습니다. 솔거는 자연에서 물감을 만들어 그림을 그렸습니다. 특히 백년초에서 뽑아낸 분홍색은 조금 진한 색인데 이 물감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또 지치의 뿌리에서 뽑아낸 보라색으로 솔거는 그림을 그리는데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솔거는 아버지가 식물에서 색깔을 뽑아내는 것을 보고 알고 개나리꽃에서 노란색을 뽑아내 물감으로 사용하여 빨강, 노랑, 분홍, 보라색 등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붓은 빳빳한 돼지털이나 말총을 잘라 묶어서 사용했습니다. 솔거는 이처럼 자연에서 얻은 물감으로 동물도 그리고 식물도 그렸습니다. 솔거가 그림을 잘 그린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신라 전국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솔거가 열 두살 때였습니다. 그에게 반가운 소식이 하나 날아 들었습니다. 신라의 서라벌에서 그림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전국 각 지방에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모여서 누가 그림을 제일 잘 그리는지 시험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역 마을마다 그림 대회가 열렸고 거기에서 뽑힌 사람은 신라의 서라벌에 와서 그림 솜씨를 겨루는데 솔거는 양주 마을에서 뽑혀 최종 결승전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이 대회는 신라 조정에서 실시하는 큰 행사로서 전국에서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들에게는 큰 관심꺼리였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