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동시 = 담배 쌈지
담배쌈지
옛날 옛날에
아빠의 할아버지가
허리춤에 차고
애지중지하며 살아온
담배쌈지
부싯돌에 마른쑥을 올려
쇠쪽으로 탁쳐서
불꽃을 일으키면
할아버지 입가엔
웃음꽃이 방실방실 피어난다
슬플 때에는
담배 한 모금에
근심 걱정을 털어내고
기쁠 때에는
담배 한 모금에
새로움 힘이 솟구치는
담배쌈지
지금은 먼 나라로 가신
할아버지의 고단함이 담겨 있는
손때 가득 묻은 담배쌈지는
세월의 뒤안길에서
한 폭의 그림처럼
방 한쪽 구석 벽에 걸려
나를 반깁니다.
ㅇ부산mbc문예상 당선.
ㅇ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ㅇ청구문화재단 문학상 공모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