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단편소설 = 신인배우 연재 제1회

  • 등록 2024.10.12 12: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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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단편소설 = 신인배우 연재 제1회

 

 

 

                       신인배우(新人俳優)

 

 

 

며칠전이었다. 친구에게 신인배우 모집 공고가 있다는 말을 듣고 남빈동 롯데시네마와 쇼핑센터가 인접해 있는 포토존 골목 3층짜리 앞을 지나다가 포항매일신문사 사옥 빌딩건물 벽에 걸려 있는 현수막에 눈길을 꽂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현수막은 명진영화사가 신인배우를 모집하는 내용이었다. ‘여러분의 꿈을 이뤄보라’는 현수막을 본 순간 나는 가슴이 뛰고 흥분되기 시작했다. 영화배우는 내가 어릴때부터 키워온 꿈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배우가 되기 위해 대학에서 영화연극을 전공했다. 대학에 다닐 때에는 연극동아리에 들어가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몸매 또한 빼어난 미모였다.

영화배우 모집을 대행하는 ‘GF연예기획사는 포항매일신문사 건물 8층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번 여자 신인배우 모집에는 서울에 있는 한진흥업영화사가 협찬하고 있다고 했다. 한진흥업영화사는 서울에 있는 영화 제작사인데 명진영화사는 한진흥업영화사의 계열사라고 했다. 나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런 영화사가 협찬한다는 것은 영화배우로 데뷔가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주연이나 조연급 배우로 3년간 전속으로 채용한다는 특전도 있었다. 나는 지원서를 제출할려고 사무실에 들어서자 젊은 남녀들이 포토존 골목을 메우다 싶이 건물 밖 100여 미터까지 줄지어 서 있었다. 이미 팔려나간 지원서만 해도 350장이 된다고 했다.

나는 지원서를 접수해 놓고 면접과 카메라 테스트를 하는 날만 기다렸다. 접수비도 30만원이 들었다. 내일이면 심사하는 날이다. 그동안 배우가 되기 위해 아름다운 몸매를 가꾸고 얼굴 성형수술을 하느라 많은 돈을 썼다. 5천만원이 넘었다. 다른 응모자들도 그 정도의 돈이 들었다고 나에게 귀뜸해 주었다. 그러나 배우가 되면 5천만 원이 문제가 아니었다. 주연이 아니라 하더라도 조연급만 되어도 앞으로 스타로서의 길은 탄탄해 보였다. 나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었다.

며칠후 카메라 테스트(엑션)를 받으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강시후 씨가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지만 분명히 강시후 씨가 틀림없었다. 강시후 씨는 나의 대학 2년 선배로서 연극동아리에서 자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연기를 하면서도 영화 촬영기사 겸 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런 사람이 어느새 서울에 가서 영화촬영기사가 되어 메카폰까지 잡을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저 사람이 정말 강시후 씨인가 하고 눈을 의심해 보았지만 아무리 봐도 틀림 없었다. 그렇다고 심사를 받는 도중에 앞에 가서 강시후 씨가 아니냐고 묻기도 그렇게 해서 다른 응모자들과 같이 카메라 테스트에 응했다. 내가 강시후 씨 앞에 가서 심사를 받아도 그는 나를 알아 보지 못하는지 얼굴 모습이 조금도 변하지 않고 전연 모르는 사람처럼 나를 대했다. 혹시 내가 강시후 씨를 잘못 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아무리 보고 또 봐도 틀림 없었다.

심사는 수영복에 반나체로 유방만 가린채 그의 지시에 따라 여러가지 포즈(액션)를 취하는데 주로 희노애락(喜怒哀樂) 동작을 표현해야 했다. 예를 들면 감독이 카메라 앵글을 잡고 “자 웃으세요” 하고 “엑션!” 하면 나는 웃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심사를 마친 후 대학에서 연극동아리 맴버로 활동했던 차수임 씨에게 휴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강시후 씨에 대해서 묻자 강시후 씨는 서울의 어느 영화사에서 촬영기사 겸 감독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제서야 나는 강시후 씨가 맞구나 하고 생각하자 조금은 섭섭했다. 강시후 씨가 맞다면 나를 개별적으로 불러 “잘 봐 줄게” 하는 말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나를 모른 척 한다면 좋은 평을 해 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나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계속>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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