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 다라국의 후예들 제1부 제2회

  • 등록 2020.01.09 14:59:29
크게보기

 

 

권우상(權禹相) 장편 역사소설 제 1부 제2회

 

 

                                       다라국의 후예들

 

 

거타지는 만삭의 부인 고화(高花)를 마차에 테우고 승상 마천우. 태위 걸우찬, 대부 배천 등 삼공은 부하장수 여섯 명과 함께 조용히 궁궐 뒷문을 빠져나가 말을 타고 남쪽을 향하여 험준한 산길을 힘차게 달렸다. 거타지가 성을 빠져 나간 다음 날, 아진타왕은 군사들에게 공격을 명령했다. 기마병들은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신속하게 성밖으로 달려 나갔다. 다라국 군사들이 저항했으나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사이기국 군사들에게 점점 밀리더니 결국 다라국 군사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사이기국(斯二岐國) 군사들은 다라국 군사들을 추격했다.

그런데 한참을 도망치던 다라국 군사들은 갑자기 멈추어 서서 일제히 함성을 지르자 계곡의 양 옆 산에 다라국 군사들의 영채에 깃발이 일제히 세워졌다. 사이기국 군사들은 다라국 군사들의 유인작전에 걸려 포위되었음을 알아차렸고, 순간 대열이 흐트러져 각자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매복해 있던 다라국(多羅國) 군사들은 산의 위쪽에서 아래로 화살을 쏘아댔고, 크고 작은 바위 돌을 굴렸으며 도망치던 비슬라왕의 군사들도 뒤돌아서서 공격해 왔다. 사이기국 기마병에 이어 보병도 비슬라왕의 유인작전에 말려 대패했다. 비슬라왕은 이미 사이기국 군사들의 작전을 꿰뚫어 보고 군사들을 산속에 매복시켜 놓고는 밀리는 척 하면서 사이기국 군사들을 함정으로 유인했던 것이다.

결국 사이기국 군사들은 비슬라왕의 전술에 속아 크게 패하고 말았다. 이 전쟁에서 사이기국은 기마병과 보병 모두가 전멸을 당했고, 아진타왕은 사당으로 들어가 칼로 가슴을 찌르고 스스로 자결했다. 이로써 사이기국의 도성은 비슬라왕(比瑟羅王)이 이끌고 있는 다라국 군사들에게 함락되었고, 사이기국은 아진타왕이 나라를 세운지 50여 년만에 멸망했다.

 

한편 아진타왕의 동생 거타지(巨他之)는 마차(馬車)를 타고 남쪽으로 산길을 계속 달리자, 눈앞에 넓은 벌판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계속 달려온 터이라 말들도 지치고 사람도 지쳤다. 거타지는 잠시 쉬어갈려고 마차를 세웠다. 얼마나 달려왔는지 거타지가 묻자 승상 마천우는 조금만 더 가면 졸마국(지금의 진해) 국경을 넘을 수 있다고 했다. 다시 떠날려고 하는데 고화(高花)에게 복통이 왔다. 거타지는 급히 부인곁으로 다가서자 고화는 배가 아프다고 신음을 했다. 처음에는 가끔 배가 아프다고 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자주 아프다고 하는걸 보니 아마도 산통인 것 같았다.

거타지는 급히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마차안에 산실을 준비하자 양수가 터졌다. 잠시 쉬었다 다시 떠날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이 가던 길을 멈추고 마차 위에서 고화의 출산이 시작되었다. 오랫동안의 진통 끝에 드디어 여자 아이를 낳았다. 거타지는 무사히 아이를 낳았다는 안도감으로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고화의 손을 꼭 잡고 고생이 않았다고 하면서 무탈하게 순산했으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자 고화(高花)는 송구스럽다고 했다. 포대기로 폭 감싸안고 곧 바로 출발해야만 했다. 언제 또 다시 다라국 군사의 추격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빨리 국경을 넘어야 했다. 거타지와 그의 일행을 태운 마차는 다시 남쪽을 향해 험준한 산길을 달렸다. 한참을 더 달려서야 국경을 가로 질러 흐르는 강을 건널 수 있었다. 이제 국경을 넘었으니 일단 다라국 군사들의 추격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 마천우의 말에 거타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거타지는 일행과 함께 천막을 쳤다. 그리고는 산모와 어린아이를 천막 안으로 옮기고, 강물을 떠다가 장작불을 피우고는 물을 따뜻하게 데워 어린애를 목욕시켰다. 거타지는 마천우, 걸우찬, 배처 등 삼공과 상의한 끝에 아이 이름을 미파(美巴)라고 지었다. 거타지는 천막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려 보니 길게 흐르는 강줄기를 가운데 두고 넓은 벌판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고, 멀리 염소들이 무리지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이때 저 멀리서 말을 탄 일단의 무리들이 이곳을 향하여 달려오고 있었다. 거타지는 다라국의 군사들이 추격해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거타지 일행들은 지쳐있고, 아이를 낳은 고화를 데리고 도망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산모를 두고 도망갈 수도 없는 일이라 어차피 죽어야 한다면 끝까지 싸우겠다는 각오로 거타지는 신하에게 칼과 활을 가져 오라고 하였다. 칼을 허리에 차고 활통을 등에 가로 메고, 왼 손에 활을 들었다. 마천우, 걸우찬, 배처도 무장을 나고 나섰다. 장차 왕이 될 거타지를 모시고 있는 장수로써 적과 싸우는데 그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거타지는 지금 이쪽으로 달려오는 무리들이 다라국 군사라면 싸울 수 밖에 별 도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끝까지 싸우다 죽을 각오를 했다. 거타지는 신하들을 무장시키고, 각오를 단단히 한 후 말을 타고 달려오는 사람들을 향해 섰다. 거타지는 신하들에게 싸울 준비가 되었느냐고 묻자 신하들은 싸워서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하면서 결전을 다짐 했다.

그런데 가까이 오는 것을 보니 다라국의 군사가 아니라 사이기국 군사들이 백성들과 함께 오고 있었다. 사이기국 군사들 속에는 장수들도 있었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자“대군! 대군!”하고 거타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놀란 거타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아닌가 하고 마천우에게 묻자 마천우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거타지는 일단 안심이 되어 그들이 강을 건너 도착할 때까지 잠간동안 그대로 기다렸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터이라 거타지의 얼굴은 긴장되었다. 조금 기다리자 달마천 장군이 군사를 이끌고 거타지 앞에 이르러 말에서 내려 예의를 올렸다. 이 군사들은 다라국 군사들과 싸우다 살아남은 패잔병들이었다. 달마천 장군임을 안 거타지는 달마천 장군의 손을 잡고 감격했다. 달마천 장군은 울면서 결국 사이기국의 궁궐이 다라국 군사들에게 함락되었다고 하면서 고개를 떨구며 울었다.

달마천 장군은 아진타왕께 피신하기를 간청하였으나 마다하며 거타지 대군이 남쪽으로 떠났으니 빨리 따라가 도와주라고 했다면서 그래서 살아남은 군사들과 백성들을 이끌고 말발자국과 마차바퀴 자국을 따라 대군을 뒤쫓아 왔다고 했다. 거타지는 형인 아진타왕을 두고 온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 저작권자 © 구미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구미일보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 등을 금합니다.

PC버전으로 보기

사업장주소 : 경북 구미시 상사동로 167-1, 107호(사곡동) Fax. (054)975-8523 | H.P 010-3431-7713 | E-mail : kgnews@hanmail.net 발행인 : 이안성 | 편집인 : 이안성 | 청소년 보호책임자 :김창섭 | 등록번호 : 경북 아 00052 | 신문등록일 : 2007년 8월 7일 Copyright ⓒ 2009 구미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