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장편 역사소설 제1회
다라국의 후예들
제1부 亡國의 슬픔
여기서 말하는데 천하대세는 나누어진 지 오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서 오래 지나면 나누어진다. 고조선이 망한 후 한반도 남쪽에서는 가야의 여러 나라가 나누어 싸우다가 다라국에 합쳐지더니, 다라국이 신라에 합쳐지면서 신라, 고구려, 백제가 삼국으로 나누어지더니 고려로 합쳐졌다. 이 이야기는 가야의 여러 나라가 다라국으로 합쳐지고, 다라국이 신라에 합쳐지면서 나라를 잃은 다라국 왕족과 지배계급들이 일본 열도에 건너가 나라를 건설하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
기원전 108년 고조선이 멸망하자 한반도의 한강 이남 지역과 남부지방에는 기원후 300년까지 마한(馬韓), 진한(辰韓), 변한(弁韓)이라는 큰 부족연맹이 있었다. 이들은 서기 300년까지 지속되었다. 그런데 낙동강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진한, 남서쪽에는 변한이 있었다. 변한에는 12개의 부족이 있었고 그 가운데 다라국(多羅國)이 가장 세력이 강했다. 다라국(多羅國)과 사이기국(斯二岐國)이 전쟁을 시작한지 십여 일이 지나면서 사이기국 군사들은 마지막 공격을 퍼부었다. 천지가 진동하듯 와! 하는 함성과 함께 3천의 사이기국 기마병들이 다라국 진영을 향해 돌진해 나가자 다라국 기마병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주하던 다라국 기마병은 좁은 계곡에 이르자 갑자기 말 머리를 돌려 사이기국 군사들에게 대항하면서 전투가 시작되자 계곡에 숨었던 다라국 군사들의 기습공격이 가세했다.
사이기국 기마병은 다라국 군사를 이끌고 있는 비슬라왕(比瑟羅王)의 유인 작전에 속았던 것이다.
사이기국 군사들은 많은 희생자를 내면서 대패하고, 도성이 함락될 위기에 놓이자 사이기국 아진타왕(兒眞他王)은 동생인 거타지(巨他之)를 급히 불러 이제 더 이상 싸워도 이길 방도가 없다고 하면서 죄없는 군사들과 백성들을 더는 희생시키지 말고 항복하라고 했다. 하지만 거타지는 울면서 항복을 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하자 아진타왕은 이미 성이 함락될 위기에 놓였는데 끝까지 싸워봐도 승산이 없다고 했다. 승상(丞相) 마천우(馬天宇)도 더는 버티기 어려우며 식량이 이미 바닥난 상태라 단 몇일분의 식량밖에 없는데다 적군에게 포위되어 외부에서 식량을 반입할 수도 없고 병사들을 먹일 방도가 막막하다고 말했다. 식량이 바닥났으니 항복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하는 말이란 것을 모를 리가 없었지만 아무도 더 이상은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 항복을 한다고 해도 아진타왕을 살려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어차피 죽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진타왕은 항복을 해도 죽일 것이고 성안에서 웅크리고 있다가는 결국 굶어 죽게 되니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어차피 죽어야 한다면 대장부답게 적과 싸우다가 죽는 것이 낫다고 하면서 성문을 열고 나가 최후의 결전을 벌리자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태위(太尉) 걸우찬이 나서더니 최후의 결전도 좋지만 군사의 수가 적은데 무조건 성문을 열고 나가면 패할 것은 뻔하고 우리 모두 죽음을 재촉할 뿐이니 신하를 적군에 보내 협상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걸우찬(乞宇贊)도 마천우(馬天宇)처럼 사이기국의 장수이며 삼공 벼슬을 하고 있었다. 이 무렵 다라국 조정에 승상, 태위, 대부를 설치 하여 삼공(三公)이라 불러 왕을 보좌했다. 삼공 아래에는 여섯 장관을 두어 6경(六京)이라 하였다. 지방에는 군,현,항제를 만들어 전국을 8군으로 나누고 군(郡) 아래 현(縣)을 설치, 군의 수장은 군수, 현의 수장은 현령, 현 아래에는 마을 단위인 항(恒)이 있었고 항의 우두머리는 항정(恒丁)이었다,
삼공들의 의견이 서로 엇갈렸으나 항복하여 치욕을 당하고 수치스럽게 사는 것보다 사이기국의 용감한 군사로써 죽음을 각오하고 최후의 결전을 감행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밥을 짓고, 닭을 잡고, 돼지를 잡고, 성안의 술을 모두 모아 군사들을 배불리 먹인 후 다라국 비슬라왕이 직접 지휘하는 상군(上軍)을 집중 공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만약 주력군이 상군을 격파한다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때 다라국(多羅國)의 비슬라왕은
“이제 전쟁을 끝낼 때가 되어 오는 것 같구나. 성안에서 닭 잡는 소리가 들리고 돼지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적들은 군사들을 배불리 먹인 후 최후의 일전을 각오하고 도전해 올 것이다. 아마 적들은 내가 이끄는 상군을 공격 목표로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내가 군사들을 계곡으로 유인하여 섬멸해야겠으니 단단히 준비를 하라.”
하면서 여러 장수들과 함께 세밀한 작전계획을 짜고 있었다. 이때 사이기국 아진타왕은 군사들을 배불리 먹인 후
“적군이 지금 우리를 포위하고 있다. 비록 적군이 우리보다 군사 수가 많다고는 하나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우리 군사들은 사이기국이 자랑하는 최정예 군사들이니 죽음을 두려워 말고 필사의 각오로 전투에 임하라.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며. 천지신명이 우리를 끝까지 보호하여 주실 것이다.”
하고 나서 동생 거타지(巨他之)에게
“나라의 존폐는 하늘이 결정하는 것이니 어찌 하겠느냐. 나는 나라를 망친 죄인으로서 죽는 것이 마땅하지만 너는 조상의 신주를 모시고 빨리 도망쳐 사직을 보전해 주기를 부탁한다. 일이 급하니 지체하지 말고 적군이 성안으로 밀려 들어오기 전에 빨리 이곳을 빠져 나가라.”
하자 거타지는 형인 왕을 남겨두고 혼자만 도망칠 수는 없다고 하면서 자신이 왕을 호위하겠으니 어서 이곳을 빠져 나가라고 했다. 그러나 아진타왕은 나라가 망하면 왕도 함께 죽는 것인데 어찌 왕이 도망을 치느냐고 하면서
“나는 나라와 마지막까지 운명을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하다. 나는 끝까지 싸우다 죽을 것이다.”
라고 했다. 아진타왕은 품속에서 옥패를 꺼내 아우 거타지의 손에 꼬옥 쥐어 주며 어서 가지고 도망가라고 재촉했다. 그리고 왕위를 거타지에게 물려 줄려고 했는데 나라가 망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고 하면서 훗날 나라를 다시 세운다면 편안히 죽을 것이라고 하면서 마천우를 데리고 떠나라고 했다.
“승상 마천우는 현명한 사람이니 도움이 될 것이다. 무슨 일이든지 마천우와 상의해서 하라. 혼자 결정하지 말고..”
하면서 어서 떠나라고 했다. 궁궐 밖에서는 전쟁을 하느라 아우성과 비명이 요란스럽게 들렸다. 거타지는 눈물을 흘리며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거타지는 자신이 반드시 잃어버린 나라를 다시 일으키겠다고 하면서 마지막으로 아진타왕의 두 손으로 꽉 잡았다. 떠나는 거타지에게 아진타왕도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솟아오르는 눈물을 옷깃에 적시며 마지막으로 슬픈 작별을 나누었다. 거타지는 아진타왕에게 엎드려 큰 절을 두 번 하고 나서 자리를 떠났다. 거타지가 자리를 떠날 때 아진타왕은 어딜가도 항상 칼을 지니고 다니라고 하면서 언제 어디서 목숨을 거두어 갈 지 모르니 조심하라고 하자 거타지(巨他之)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