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작소설 - 천.지.인.명(天地人命) 제1부 일곱 번째회 (7)

  • 등록 2017.03.03 13: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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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權禹相) 연작소설 제1부 일곱 번째회 (7)

 

     천. . .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계시오?”

눈뜨고 있소

댁도 장님이오?”

그렇소

나도 눈 좀 뜨게 해주시오

안되오, 눈을 뜨기 위해서 초가삼간을 다 팔아서 이것을 사가지고 이 속에 들어앉아 이 주문(呪文)을 외우는 것이 벌써 아흐레째가 되어, 이제는 눈이 거의 다 떠서 앞을 환히 보게 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댁이 누구시라고 눈을 뜨게 해드리겠소.. 왠 미친놈 다 봤군. 네 눈 깜깜.. 내 눈 번뜩.. 네 눈 깜깜.. 내 눈 번뜩....”

 

강만수는 더욱 용기가 솟아올라 더 큰 목소리로 주문(呪文)을 외웠다.

그러자 장님은 애가 달아올랐다. 과연 강만수가 생각했던 대로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버드나무 밑을 이리저리 헤매었다.

여보슈, 보아하니 젊으신 분 같은데 당신의 눈이 다 뜨거든 그 보물을 나에게 팔 수 없소? 쉰 냥을 드리리다

장님은 애원하듯 간청했다.

정 그러시다면 할 수 없이 들어드릴 수밖에 없군요. 사실은 나도 눈을 뜨면 이것은 소용없게 되니 이왕이면 당신 같은 사람에게 드리겠소

못이기는 척하면서 강만수는 승낙했다.

고맙소이다, 은혜는 잊지 않겠소이다

 

한사코 치사하는 장님의 도움을 받아 자루에서 무사히 빠져 나오게 된 강만수는 매우 측은한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모처럼 눈 뜨기를 갈망하는 장님의 소원을 묵살해 버리기가 안쓰러워 우선 장님을 자루에 넣고 버드나무 가지에 매달아 놓았다.

여보, 장님! 쉰 냥은 이 다음에 주시오

고맙소이다

다시 없는 적선을 베푸는 것 같아 한마디 내뱉고는 곧장 이웃 고을 주막으로 향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죽은 줄만 알았던 강만수가 불쑥 정대감 앞에 나타났다.

대감마님의 높으신 은혜는 소인 백골난망이옵니다. 대감마님께서 염려하신 덕분으로 용궁(龍宮)에서 후한 대접을 받고 돌아 왔습니다

하면서 넙죽이 큰절을 세 번 했다.

아니 용궁에서 후한 대접을 받고 돌아왔다니 그것이 사실이란 말이냐?”

대감마님께서 소인을 자루에 넣어 연못에 던지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래서 저는 물속 용궁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소인이 거짓으로 아뢸 까닭이 있사옵니까. 모두 사실이옵니다

그러면 어째서 벌써 돌아왔느냐?”

 

정대감이 기다시피 무릎 걸음으로 바싹 강만수 앞에 다가앉았다.

다름이 아니오라 소인은 오랫동안 대감마님의 높으신 은혜를 입고도 은혜를 갚을 길이 막연하여 항상 송구스럽기 짝이 없었사온데 이번에 용궁(龍宮)에서 꽃같이 아름다운 궁녀들로부터 밤낮으로 극진한 대접을 받고 보니 대감마님과 도련님 생각이 더욱 간절하옵기에 특별히 용왕님의 윤허를 얻어 이같이 대감마님을 모시려 온 것입니다

그래. 기특도 하고 착하기도 하지, 그러면 언제 용궁으로 찾아가는 것이 좋을까? 말해 보게

내일 진시(辰時)에 가기로 용왕님과 안약이 되었사오니 이 때를 놓치지 마시옵소서

그리하마

벌어진 정대감의 입속에 뿌연 침이 담북 고였다.

그리고 대감마님, 다시 없는 기회이오니 이참에 온 가족을 모두 함께 데리고 떠나심이 어떠하오리까?”

그것 참 더욱 좋지

그리고 또 한가지..

뭐냐?”

 

 

용궁에는 이 세상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있사온데, 다만 한 가지가 없사옵니다

그것이 뭐냐?”

맷돌이 옵니다. 맷돌이 없어 곡식을 갈려고 해도 갈수가 없으니 잔치를 차릴적마다 퍽 불편을 느끼는가 보옵니다. 그러하오니 맷돌을 많이 마련하시어 한 짝씩 지고 가시면 좋을 듯 하옵니다

그거야 어렵지 않지, 하기야 용왕님한데 찾아 가는데 빈손으로 갈 수 있겠느냐?”

 

정대감은 모든 하인(下人)을 시켜 이날 안으로 어른, 아이들을 막론하고 한 짝씩 지고 갈 수 있도록 크고 작은 맷돌을 마련하게 하였다.

이튿날 아침 정대감 댁의 가족과 강만수(姜萬洙) 내외는 모조리 무거운 맷돌 한 짝씩을 지고 시간(辰時)에 늦지 않도록 열을 지어 앞산 밑 연못가에 이르렀다.

도련님께서 먼저 들어가십시오

그러면 내 먼저 갈 테니 뒤에서 아버님을 모시고 오게

첨벙하는 소리와 함께 대감 아들 상진(相眞)이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등에 돌로 만든 무거운 맷돌을 지었으니, 물에 뛰어들기가 무섭게 물위로 떠오르지 않고

물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계속>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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