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연재소설 - 나를 살려준 남자 제7부 사십 네 번째회 <44>
나를 살려준 남자
“성욕을 향상시키는 데는 남자나 여자나 같지.”
지금까지 나는 비아그라가 남자의 성기를 발기시키는 촉진제 정도로 알고 있었지 여자에게도 성욕을 돋구어 주는 약인 줄은 미쳐 몰랐던 것이다. 성욕을 향상시키는 약이라고 하니 나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오늘따라 욕정이 충만하던 터이라 나는 남편이 내미는 알약을 입에 넣고는 물을 마셨다.
잠시후 나는 알몸으로 남편의 팔에 안겨 있었다. 남편은 고무풍선처럼 몽글몽글하게 피어오른 내 젓가슴을 손바닥으로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숨이 막힐듯한 짜릿한 쾌감이 온몸으로 번져왔다. 흥분이 머리끝까지 솟구치고 온 세상이 황홀한 불빛 세상에 잠기자 정말 이렇게 좋은 약도 있구나 싶었다..
‘정말 약발 받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는 벌써 두 시간이 지난후였다.
“방금 그약 또 있어요? ”
흥분을 잠시 가라 앉히면서 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많이 있어...”
“정말 그약 좋군요.”
“하지만 요즘엔 중국산 가짜가 많아 잘 사야 해. 내가 가져 온 건 미젠데(미국제) 진짜야.. 한국돈으로 한 개 십만원이야. 그래도 불티나게 팔려.... 비아그라가 정력에 좋다고 하니 사람들마다 사겠다고 난리지 뭐야. 그러다가 제명대로 못살고 죽을지도 모르지....비아그라 때문에 잠을 안자고 설친다니까.”
나는 오랫만에 남편과 오랜 시간 만족스러운 시간을 했다고 생각하면서 비록 한 달이라는 짦은 기간이지만 매일 밤 이런 만족스러운 시간이 있었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어찌된 셈인지 남편은 이튿날도 그 다음날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술자리를 한다는 핑계로 늘 밤늦게 집에 들어 와서는 혼자 그대로 혼자 시룩시룩 자곤 했다. 내가 성관계를 하자는 시스널로 몸을 집적거려도 남편은 코를 골며 잠만 잤다.
다음 날도 나는 장농에 ‘비아그라’가 있다고 생각하자 그걸 복용하여 남편과 섹스를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여 밤마다 기다렸지만 남편은 친구와 술한 잔 하느라 늦었느니 어쩌니 하면서 이런 저런 핑계만 되면서 나와의 관계를 회피하고 있었다.
한 달도 어느새 후딱 지나고 이틀 후면 남편은 다시 배를 타고 부산항을 떠나게 되자 나는 마음이 무척 허전했다. 매일은 아니라도 이틀에 한번 정도는 기대하고 있었는데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도 고작 두 서번 밖에 성관계를 하지 않았으니 남편이 야속하기만 했다.
출항을 이틀 앞둔 날, 남편은 술이 거나하게 취해 밤늦게 집에 들어 왔다. 얼마나 취했는지 혀가 꼬부라져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남편은 이제 내일 외항선을 타고 떠난다면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이제 떠나면 상당한 기간 동안은 집에 오지 못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남편의 말에 나는 당흑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말했다.
“상당한 기간동안 집에 오지 못하다니요?”
남편은 말했습니다.
“지금 내가 타고 있는 파나마 국적 선박이 부도가 나 뉴질랜드 잉카스타 선박회사로 넘어가게 되었어. 선박 국적이 바뀌다 보니 그 선박에 승선하고 있는 선원들도 다시 재계약을 해야 해. 그런데 선장에 한해서는 계약기간이 5년으로 되어 있고 사고가 없을 때는 재계약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선장에 대한 대우가 다른 선박회사보다 아주 월등하게 좋다는 거야. 그러니 나한테 이런 조건은 두번 다시 없는 절호의 기회야. 그런데 집에 자주 올 수 없는 이유는 뉴질랜드 국적선은 대서양에 인접한 항구만 다니고 있기 때문에 동남아시아인 부산항으로 올 수 있는 기회가 전연 없다는 것이야. 설사 태평양으로 항해를 한다 해도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항구로만 다니기 때문에 부산항으로 들어올 기회는 거의 없어..”
팔만톤급 화물선이라면 선장과 갑판장, 기관장, 통신장, 조리장, 등을 제외하고도 선원이 무려 100여 명이나 되는데 이들에게 매달 급료를 지불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돈을 벌어야 했다. 그러다보니 배가 하루도 운항을 중지하고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 항구에서 화물을 싣고 다른 항구로 가서 거기에다 화물을 내려 놓고 그대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그 항구에서 화물이 있으면 받아 싣고 오지만 바로 싣고 올 수 있는 화물이 없으면 있을 때까지 그 항구에 정박해 있다가 화물이 나오면 그 화물을 싣고 다음 항구로 떠나야 한다. 그러다보니 일년 내내 이 항구 저 항구로 부평초처럼 떠 다녀야 하는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