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우상 연재소설 - 나를 살려준 남자 제6부 설흔 아홉 번째회 (39)
나를 살려준 남자
지금 생각 보면 나는 내 눈을 스스로 찔렀구나 싶었다. 남편과 함께 지내지 못한 외로움에 순간적인 욕정만을 생각하며 얄팍한 꾀를 부리다가 이런 역공(逆功)을 당했다고 생각하자 몹시 속히 상했다. 나는 김문석을 흔들어 깨웠다. 그는 눈을 부시시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가 무엇 때문에 그대로 있을려고 하는지 그속 마음을 정확히 알고 싶었다.
“그래 너 정말 원하는 게 뭐냐?”
“원하는거요? 그건 말씀드렸자나요.”
“정말 날 사랑하니?.”
“그럼요. 솔직히 말해서 강여사님을 사랑하고 있어요. 좀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이들 공부 가르치는 것보다 강여사님을 더 사랑하고 싶어요.”
“너 말야. 대학생이라고 한 말이 거짓말이지?”
“예. 맞아요.”
“왜 거짓말 했니?”
“강여사님이 좋아서요?.”
“내가 좋아서?”
“예. 정말입니다.”
“나를 꼬실려고 그랬던 것이구나.”
“그렇다고 봐도 돼죠.”
순간 나는 ‘롯데월드’의 땐스빠에서 처음 만난 김문석이 한 말이 뇌리에 떠올랐다.
‘저의 무례한 행동을 용서해 주십시요. 춤을 추다보니 감정이 격해서 정신없이 누님을 그만 부둥껴안게 되어서....’
“가정교사로 우리집에 더 있겠다고 하는 것도 내가 좋아서니?”
“그럼요.”
“이봐.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엄연히 달라. 나는 소고기를 좋아하지만 소를 사랑하지는 않아. 그런데 너는 좋아하는 것을 사랑하는 것과 혼동하고 있는 것 같애. 그렇지?”
“아닙니다. 진짜로 강여사님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롯데월드의 땐스빠에서 춤을 추다가 내가 강여사님을 부둥껴안은 일 생각나시죠?”
“그래 생각나.”
“그때 왜 부둥껴안은지 아십니까?”
“춤을 추다가 감정이 격해서 정신없이 부둥껴안게 되었다고 했자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솔직히 말해서 강여사님의 예쁜 얼굴에 반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이 싹튼 겁니다.”
“너 지금 제 정신으로 하는 소리냐? 총각이 남편 있는 여자를 사랑하다니.....”
나는 말을 잃고 잠시 멍청해졌다. 도대체 이 녀석이 왜 이러는가 싶어서였다. 속다르고 겉다른 이런 녀석을 가정교사로 집에 끌어들인 내가 애초부터 잘못이라고 생각하면서 말했다.
“나는 남편이 있는 여자야...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그건 그림속의 떡일뿐이야. 그리고 나이도 너는 내 동생뻘 밖에 안돼.”
“사랑 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입니까.”
나는 더욱 화가 나서 말했다
“나이가 무슨 상괸이냐구? 먹지도 못하는 떡을 손에 잡고 있자는 거야 뭐냐?”
“먹지도 못하는 떡을 손에 잡고 있다니요. 이미 떡은 내가 잡고 먹고 있자나요.”
“그게 무슨 말이야?”
“나에게 처음 섹스를 가르쳐 준 사람은 강여사님입니다. 그래서 나에게는 강여사님은 첫사랑입니다.”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늘에 와서야 김문석이 이렇게 당돌하게 사랑을 들고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나는 말했다.
“아이들 공부 두 서너시간 가르치고 백수건달처럼 이렇게 허구헌날 방안에서낮잠이나 잘 거야?”
“낮잠은 강여사님의 섹스 파트너가 되느라 몸이 피곤해서죠. 다른 일을 하라면 강여사님 팬티라도 빨아 드릴까요?”
“누가 너보고 내 팬티 빨아 달라고 했니?”
“팬티를 빨라고 하면 빨아 드리죠. 스타킹도요”
순간 나의 손이 김문석의 따귀를 한대 후려 갈겼다.
“너 이제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팬티라니.....”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