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우상 연재소설 - 나를 살려준 남자 제5부 설흔 번째회 <30>
나를 살려준 남자
한참 돌아가던 화투패가 이번에는 황선엽이가 기선을 잡은 듯 고우를 하자 이봉숙과 남자는 화투패를 던지고 만원짜리 지폐 석장씩을 황선엽에게 건네 주었다. 황선엽의 무릎 밑에는 만원짜리 지폐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지금까지 남자들에게 딴 돈이었다. 그런데 아무런 말 없이 잘 나가던 남자 하나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몹시 불안하고 초조해 하는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소리치듯 말했다.
“이건 사기다! 아직 한 판도 못먹다니 이건 사기야!”
다른 남자도 말했다.
“그렇다. 이건 사기다!”
그러자 문양옥이가
“사기라니?”
하고 대들자
“분명히 이건 사기다.. 사기가 아니면 지금까지 한 판도 못먹을 수가 있나.”
“맞다 사기다! 우릴 속이고 있어! 사기를 친거라구... ”
하며 다른 남자가 합세했다.
“웃기지 마! 돈 잃고 기분 좋은 사람은 없지만 사기라니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야! 화투를 치다보면 늘 잃을 때도 있고 딸 때도 있는 거야.. 그런데 잃었다고 해서 사기라니?”
이봉숙의 말에 남자 하나가
“사기가 아니면 지금까지 한판도 못먹을 수가 없어. 벌써 천만원이나 나갔어 천만원을 잃을 동안 한 판도 못먹다니...우리를 사기친거야 이 여편네들!”
하자 문양옥은
“여편네라니... 어쭈 이것들이 부알찬 남자라고 제법 노네...”
하고는 이봉숙에게
“기분 잡친다. 더 이상 못하겠어 가자!”
하며 일어서자 남자 하나가 다른 남자에게 눈짓을 했다. 무슨 심상치 않는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황선엽은 그 자리에 남고 문양옥과 이봉숙이 돈가방을 챙겨들고 현관 밖으로 나가 엘리베이트에 몸을 밀어 넣자 두 남자도 엘리베이트에 몸을 밀어 넣었다.
현관 밖에까지 나온 황선엽은 엘리베이트 문이 닫기는 것을 보고는 얼른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내려 갔어요.”
“ 알았어.”
하는 말이 휴대폰에서 들렸다. 맨 아래층에 내려가 엘리베이트에서 내린 이봉숙과 문양옥은 승용차를 세워놓은 주차장으로 가자 두 남자가 두 여자 앞을 가로 막았다. 한 남자가 문양옥의 손목을 나뀌잡으며 말했다.
“내돈 내놔!”
순간 다른 남자도 이봉숙의 손목을 나뀌 잡았다.
“돈 내놔!”
이봉숙이가
“왜 이래 못내놔.”
하자 남자는
“이게 죽고 싶어?”
“내가 왜 죽어?”
하며 이봉숙은 당당하게 맞섰다.
“돈 내놓기 싫으면 몸으로 떼워!”
“정 원하면 그렇게 하지!”
하는 이봉숙의 말에 문양옥은
“몸도 주고 돈도 달라는 것은 아니겠지?”
“몸도 주고 돈도 주면 더 좋고...”
“쳇.”
하고 문양옥이 옆을 돌아보자 멀치감치 떨어진 곳에서 황선엽이가 이 광경을 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봉숙과 문양옥은 못이긴척 하며 인근 모텔로 두 남자를 따라 갔다. 이들을 여관까지 미행한 황선엽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