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연재소설 - 나를 살려준 남자 제4부 스물 다섯 번째회 <25>
나를 살려준 남자
김문석이가 내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간지 두 달이 거의 다 되었을 무렵이었다. 박희정은 김문석의 집으로 찾아갔다. 평소에 어디에 사는 누구라는 것을 상세하게 알아 두었던 터이라 김문석은 집을 찾는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김문석의 집은 부산 변두리 고지대인 남부민동 달동네였다. 부산 앞 바다가 한 눈에 바라보였다. 지은지 오래되어 낡은 스레이트 집에 부엌이 달린 방 한 칸을 세들어 살고 있었는데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김문석과 세 식구였다. 김문석은 강민희 집에 들어가 살고 있기 때문에 김문석과 어머니와 여동생 단 둘이 살고 있었다.
그때 마침 일요일이라 여고(女高)에 다니는 여동생은 어머니와 함께 집에 있었다. 박희정은 말했다.
“저는 김문석이가 가정교사로 있는 주인 강민희 올케입니다.”
김문석 어머니는 반가히 맞으면서 박희정을 방으로 안내했다. 박희정 은 방에 들어가 앉자 김문석 어머니도 앉으며 말했다.
“이리 누추한 집에 찾아 오셔서 부꾸럽심니더.”
박희정은
“부끄럽긴요.”
하면서 사들고 간 음료수 박스를 내놓았다. 김문석의 여동생인 소녀가 윗목 책상에 엎드러 공부를 하고 있었다.
“미안하게 우째 이런 걸 다 사오십니껴.”
“이렇게 어렵게 사니다니 참 안됐군요. 생활하시는데 어려움이 많으실텐데 생활비는 어떻게 벌고 있어요?”
박희정이 묻자 김문석 어머니는 말했다.
“내가 공사판에 노가다 일도 하믄서 쪼께식 버는데 그것도 요새는 일이 없어 하다 말고 하고 있심니더. 다행이 우리 문석이가 가정선생으로 벌고 그 월급으로 그냥저냥 먹고 살고 있심니더. 한 달에 백만원 받아 온다 카는데 이십만 원은 지 용돈 씨고 80만원은 나한테 갖다 주는데 카이 말이지 가정선생으로 한 달에 백만원 받는다 카믄 적은 돈이 아닌기라예... 나이도 애리고 중학교 밖에 안나온기 한 달에 백만원 번다카이 참말이지 눈이 확 터이는기라예... 내 아들이라꼬 카는기 아이라 참말로 기특한기라예 ..”
‘대학에 다닌다고 한 말은 거짓말이였구나.’
박희정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제가 알기로는 김문석은 대학에 다니다가 휴학중이라고 하던데요?”
하자 김문석 어머니는 화들짝 놀라면서
“아이고 누가 그깝디까? 중학교 밖에 안나왔는데 대학은 무신 대학입니껴? 대학엔 문 앞에도 안가봤심니더. 고등학교도 못나왔는데 대학은 무신 대학입니껴. 중학교 뻬기 안나왔십니더.”
“그래요. 그러면 제가 잘못 들었나 보군요.”
“아매 그럴깁니더. 잘못 들었지예.”
“우리 문석일 한달에 백만원이나 주고 가정선생으로 쓰주는 주인댁 아지맬 찾아가 인사라도 해야 하는긴데 미안해서.....한집에서 같이 먹고 자도록 해주니 이 얼매나 고맙심니껴. 진짜로 이 은혜는 안잊어 삐릴깁니더.”
김문석 어머니는 아들 김문석이가 가정교사로 침식을 하고 한 달에 백만원을 받는다고 서슴없이 털어 놓으면서 무척이나 기뻐했다.
“우리 시누이가 늘 김문석을 착하다고 칭찬하시기에 어머니도 훌륭한 분이시겠지 하고 어떤 분인가 궁금해서 이렇게 찾아온 거예요.”
“잘 오셨십니더. 가정선생으로 들어간 뒤로는 딱 두번 집에 댕기갔는데 아(아이) 얼굴이 바짝 애빗길레(야웠기에) 물어 보니께 말도 안하고 괜찮다고만 카는기라얘. 이왕 우리 집에 오셨으니께 드리는 말씀입니더만 우리 문석이가 와 그리 애빗는지 혹시 알고 있심니껴?”
박희정은 김문석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지례 짐작을 했다. 김문의 얼굴이 바짝 야위어 있어 물어보니까 괜찮다고만 말할 뿐 왜 야위었는지, 무슨 일로 야위였는지 말하지 않더라는 그런 말이었다. 김문석의 얼굴이 강민희의 집에 들어간 후 야윈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박희정은 생각했다. 그것은 강민희가 매일 김문석에게 섹스를 요구해 와 김문석이 무리하게 거기에 응하다보니 체력이 극도로 쇠약해져 얼굴이 야윈 것이라고 믿었다.
남편(박중배)을 멀리 떠나 보내고 과부나 다름없이 독수공방 하고 있는 나는 솔직히 말해서 끓어 오르는 욕정을 김문석이란 젊은 청년을 통해 해결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