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시 = 삐삐새
삐삐새
외로움을 달래며
나무 끝에 앉아
홀로 우는 새야
짝은 어디 두고
무슨 사연에
혼자 슬피 우느냐
묻어둔 그리움이야
천겁만겁(千劫萬劫)
구름 같지만
한(恨)이 깃든 소리에
잠든 고요가 눈을 뜬다
산계곡 흐르는 물줄기가
청아한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햇살 부르는 꽃봉오리
애틋한 그리움이
서럽도록 가슴에 안긴다.
● 시작노트
인간은 본시 외로운 존재입니다. 그러나 외로움은 인간을 성숙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외로움을 벗삼아 자연과 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문득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짝 없이 홀로 사는 외로움은 비단 새와 같은 동물 뿐만 아니라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외로움을 이길 수 있는 한 마디를 전하고 싶습니다. (시인 권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