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단편 역사소설 = 협객 장돌복의 지혜 (제2회)

  • 등록 2024.12.26 13: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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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단편 역사소설 = 협객 장돌복의 지혜 (제2회)

 

 

                                  협객 장돌복의 지혜

 

 

장돌복은 농담 잘 하고 놀기를 좋아하는 부랑자가 아니었다. 그는 약한 사람을 돕고 강한 사람을 억제하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협객(俠客) 기질의 대장부였다. 그래서 거리를 휩쓸고 다니는 불량배도 장돌복이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꽁무니를 살금살금 뺐으며 또 불의가 제대로 발호(跋扈)하지 못하고 굴복하였으니 거리에서 강자(强者)와 약자(弱者) 사이에 분쟁이 생기게 되면 사람들은

“ 저기 장돌복이 온다 ! 저기 장돌복이 온다 ! ”

하고 위협을 하였다. 이러한 위협의 말이 이곳 저곳에서 떠돌기만 하면 거리의 모든 악한들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을 쳤다. 그야말로 장돌복은 호랑이 보다 더 무서운 사나이였다.

더구나 장돌복은 여러 기생(妓生)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인물도 잘 생긴 데다가 항상 약한 사람을 도우는 협객(俠客) 기질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러 기생들은 서로 장돌복을 독점하려고 질투하고 다투었다. 장돌복은 그 기미를 알아차린 후부터는 기생들이 찾아오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다 보니 장돌복이 기생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자연히 냉정해졌고 기방(妓房)에 찾아가는 일도 적어졌다.

이렇게 되자 기생들은 더욱 장돌복에게 열을 올렸다. 요새 말로 표현하면 장돌복을 차지하기 위해 기생들간에 과열 경쟁을 별였던 것이다. 한 기생은

“ 내게 저렇게 냉대하는 것을 보니 필경 다른 기생에게 마음을 두고 있기 때문이겠지 ”

하고 장돌복(張乭福)이가 사랑하는 기생(妓生)이 누구인지 몰라 애를 태우면서 타오르는 질투심을 어쩌지 못하고 안타가워 했다.

그러던 어느날 달 밝은 밤, 장돌복이 혼자 방에서 글을 읽고 있는데 가벼운 발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며 아름답게 단장한 기생 하나가 들어 오더니 다정하게 인사를 했다. 장돌복은 또 기생을 대하게 된 것을 마음 속으로 괴롭게 여겼으나 밤중에 찾아온 사람을 너무 냉대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어서 싫은 기색을 감추고 이런 저런 말을 주고 받게 되었다. 그 기생(妓生)은 밤은 이미 깊었고 또한 장돌복의 기분이 좋은 것을 보고

( 옳다 ! 됐다. 오늘 밤이야말로 내가 바라는 소원을 성취하겠구나 ! )

마음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온갖 아량을 떨며 하연 허벅지가 보일락말락 치마폭을 살금살금 걷어 올리며 장돌복의 마음을 사로 잡으려고 애썼다. 이때 장돌복은 기생의 행동이 점점 노골적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얼굴 빛을 고치며 근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 노는 것도 때가 있지 않은가 ? ”

“ 예. 밤이 깊었으니 이제 주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 ”

“ 응. 자야지. 하지만 손님이 있으니 어찌 나 혼자 잠을 잘 수 있나 ? ”

“ 저를 손님으로 보시나요 ? ”

“ 우리 집에 왔으니 손님으로 보지 않으면 누구로 보란 말인가 ? ”

“ 저는 서리(書吏)님의 손님이 되려고 온 계집은 아닙니다 ”

기생(妓生)은 장돌복의 무릎에 머리를 파묻고 흐느껴 울었다. 장돌복은 매우 딱하고 괴로운 생각이 간절하여

“ 허허. 나는 잠이 오지 않아 글을 읽고 있는데 어찌 내 글 읽는 것을 방해 하려 드는가 ? 그러니 생각을 달리하고 그만 돌아가는 것이 좋겠네 ”

하고 기생(妓生)을 달래어 속히 돌아 가기를 권했다. 그 기생은 장돌복의 말을 듣고 더욱 그의 고결(高潔)한 성품이 마음에 들었다.

 

<계속>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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