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칼럼 = 왜 조조같은 놈이라고 하는가?

  • 등록 2024.12.05 15: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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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왜 조조같은 놈이라고 하는가?

 

 

                     권우상

                       사주추명학자. 역사소설가. 극작가

 

 

자기보다 남이 잘 되는 걸 질투하거나 회사 내에서 자기보다 머리가 영리한 사람을 싫어하는 사장을 ‘조조 같은 놈’이라고 한다. 이 말의 유래는 이렇다. 한(漢)나라가 위(魏). 촉(蜀). 오(吳) 삼국으로 갈리면서 위왕 조조(曺操)와 촉왕 유비(劉備)가 싸움을 할려고 두 나라 군사가 영채를 세웠다. 그런데 양쪽 군사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은 채 며칠이 흘렀다. 조조가 앞으로 나아가려고 보면 유비가 길을 막아 지키고, 군사를 거두어 돌아갈려고 보면 촉군이 비웃을까봐 자꾸만 머뭇거리면서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마침 요리를 담당하는 부하가 닭국을 올렸다. 조조가 보니 사발 속에 닭갈비 ‘鷄肋 : 계륵’가 있어 마음속에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한참 말 없이 궁리하다가 장수 하후돈이 장막에 들어와 밤에 쓸 암호를 정해 달라고 조조에게 청했다. 암호를 ‘닭갈비’로 하후돈이 군사들에게 명령을 돌려 모두들 이날 밤 암호는 ‘닭갈비’라는 것을 알았다. 행군주부 양덕조(德祖)는 암호가 ‘닭갈비’란 말에 곧 자기의 병졸들에게 짐을 꾸리고 돌아갈 채비를 하게 했다. 누군가 하후돈에게 양덕조의 동태를 보고해 깜짝 놀란 하후돈은 곧 양덕조에게 묻자 양덕조가 말했다. “오늘밤 암호로 미루어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군사를 물려 돌아가려 하심을 알 수 있습니다. 닭 갈비란 먹으려 보면 고기가 없어 먹을 것이 없고 버리려고 보면 맛이 있어 아쉽습니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려면 촉군을 이길수 없고 뒤로 물러서려면 남이 웃을까 두려운데 여기 있어 보았자 이익이 없으니 차라리 일찌감치 돌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내일 위왕께서 반드시 회군하십니다.

 

그래서 떠날 무렵 허둥대지 않도록 미리 준비를 했습니다” “공은 참으로 위왕의 폐부를 속속들이 아는구려” 하후돈이 감탄하면서 역시 짐을 쌌다. 이날 밤 조조는 유비와 싸울 생각을 하니 마음이 어수선하여 잠이 오지 않아 강철 도끼를 들고 영채를 돌며 군영을 살피자 병졸들이 짐을 싸고 있었다. 조조는 깜짝 놀라 하후돈에게 그 까닭을 묻자 하후돈이 말했다. “주부 양덕조가 먼저 대왕께서 돌아가시려는 뜻을 알았습니다” 조조가 양덕조에게 물어보니 닭의 갈비로 맞추어 본 뜻을 풀어 대답하자 조조는 크게 노하여 죽일려고 하자 측근이 말렸다. 하지만 조조는 양덕조의 머리가 비상하여 늘 그를 미워하면서 죽일 생각을 갖고 있었다.

 

언젠가 조조가 화원(花園)을 만들었다. 화원이 완성되자 조조는 문에 붓으로 활(活) 자를 하나 쓰고 가 버렸다. 사람들은 아무도 그 뜻을 모르는데 양덕조가 말했다. “글자로 보아 문(門) 안에 활(活) 자를 보태면 넓을 활(闊) 자가 되오. 승상께서는 화원의 문이 너무 넓다고 하신 것이오.” 사람들이 다시 화원의 문을 고치자 조조가 대단히 기뻐하며 “누가 내 뜻을 알아냈느냐?” 묻자 측근들이 양덕조라고 말했다. 조조는 입으로는 칭찬했지만 속으로는 몹시 꺼렸다. 또 하루는 장성 북쪽의 사람들이소(酥 : 치즈)를 한 함 보내왔다. 조조는 일합소(一合酥)라는 세 글자를 써서 상위에 놓았다. 양덕조가 방에 들어와 보더니 숟가락을 가져다가 나누어 먹었다. 조조가 그 까닭을 물었다. “함 위에 분명히 일인일구소(一人一口酥)라고 쓰셨으니 어찌 감이 승상의 명을 어기겠습니까?” 합(合) 자를 뜯어보면 사람 인(人) 자와 한 일(一)와 입구(口) 자가 된다. 거기에 앞에 있는 일(一) 자와 뒤애 딸린 소(酥) 자를 붙여보면 ‘한 사람이 한 입씩 먹는 소’라는 뜻이 된다. 조조는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자기보다 머리가 영리하여 죽일 생각을 했다. 어느 날 조조는 아들 조식과 조비의 재주를 시험해 보려고 각기 업성의 문을 나가면서 비밀히 사람을 보내 문 지키는 관원들에게 자기 아들을 내 보내지 말라고 명령했다. 조비가 먼저 성문에 이르자 문지기가 앞을 막았다. 조비는 별 수 없이 되돌아 갔다. 조식이 그 소식을 듣고 양덕조(德祖 : 호는 양수)에게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양덕조는 가르쳐 주었다.

 

“그대는 왕의 명령을 받고 나가니 만약 막는 자가 있으면 아예 목을 자르면 되오“ 조식은 성문에 이르자 문지기가 막았다. ”내가 왕의 명령을 받았거늘 누가 막느냐?“ 조식은 호통을 치며 문지기의 목을 쳤다. 누군가 이 사실을 조조에게 일려 바쳤다. 조조는 크게 분노했다. ”같잖은 녀석이 어찌 감이 나를 속이느냐?“ 그렇지 않아도 죽일 명분을 찾고 있던 조조는 왕명을 어겼다는 죄로 양덕조를 죽였다. 이때 양덕조의 나이는 34세였다. 사람들은 양덕조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면서 지은 시(詩)가 후세에 전해지고 있다.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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