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삼국시대 재미있는 짧은 야화 (16)
글 : 권우상
조선시대 선비 한윤(韓胤)은 자신이 살 집을 한 채 짓고는 친분이 두터운 조찬(趙贊)에게 건물에 붙일 당호(堂號)를 지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조찬은 웃으면서 “그러지, 내 평소 자네를 유심히 관찰해 보니 세 가지 문제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보이네, 그러니 자네 새 집의 당호(堂號)는 삼외(三畏)라고 하면 좋을 것 갔네” 삼외란 세가지 두려움을 말한다. 그러자, 한윤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되물었다. “아니 나에게 세 가지 두려움이 있다니 그게 뭔가? 난 아무것도 두려워 하지 않은데...” 조찬은 크게 웃으며 세 가지 두려움을 말했다. “첫째는 아내가 늙고 병들어 때가 낀 얼굴에 주름이 모이고 너풀너풀한 해진 옷을 입고 머리에 무명 수건을 두른 채 멀리 또는 가까이에서 자네 있는 곳을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는 모습이며,
둘째는 여름철 긴 장마에 양식과 땔나무가 모두 떨어졌을 때 아내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말도 하지 않고 토라져 있고 여종은 머리를 긁어면서 들락거리며 거북 등에 털을 깎뜻 애를 태울 때이며, 셋째는 달 없는 캄캄한 밤에 기회를 보아 가만가만 걸어서 여종이 자는 방으로 들어가 채 옷을 벗기지도 전에 아내가 달려나와 호통치며 자네를 끌어 낼 때 일세. 어때? 내 말이 맞지. 그러니 자네는 삼외 선생이 되네. 그러니 당호호란 이름이 따 어울리네”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쳐다 보고 한바탕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