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칼럼 = 문둥이(문디)라는 말의 유래를 아시나요?

  • 등록 2024.08.23 10: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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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둥이(문디)라는 말의 유래를 아시나요?

 

                                                            권우상

                                        사주추명학자. 역사소설가. 극작가

 

곽재우 장군은 명종7년(1552년) 8월 28일 경남 의령군 유곡면 세간리에 있는 외가에서 출생했으며, 아버지는 곽월(郭越)이고 할아버지는 곽지번(郭之藩)이며, 조식의 외손자였다. 곽재우 장군은 별시에 급제한 뒤 선영에 성묘를 갔을 때 묘소 앞에 망주석이 쓰러져 있었지만 여러 명의 하인이 합세하고도 일으켜 세우지 못하자 곽재우 장군은 도포도 벗지 않는 채 혼자 힘으로 넘어진 망주석을 번쩍 들어 일으켜 세우자 하인들과 함께 간 사람이 경탄을 금치 못했다. 야사에 따르면 곽재우의 나이가 아홉 살이 되었을 때, 그의 아버지(곽월)가 의주 목사를 지낼 때였다. 어린 곽재우는 방에서 혼자 큰 벼룩 한 마리를 발견했다. 곽재우는 벼룩을 잡으려고 문갑 위에 꽂힌 송곳을 들고 이리저리 쫓아다니면서 함부로 장판을 내리 찍었다.

 

온 방안을 헤매며 벼룩을 잡으려고 했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마침 집에 하인이 들어 오다가 그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도련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아버지께서 돌아오시면 꾸지람을 들을 줄 모르십니까?” 하며 송곳을 빼앗고는 벌집처럼 뚫어 놓은 장판을 보고 자기가 큰 죄를 지은 듯이 벌벌 떨었다. 곽재우는 다시 달려들어 송곳을 빼앗고는 아랫목 벽에 달라붙은 벼룩을 힘껏 내리쳤다. “옳지 이놈이 여기 있구나!” 벼룩은 또 펄쩍 뛰어 달아났다. 하인은 이제는 할 수 없다는 듯이 우두커니 서서 곽재우가 하는대로 내버려 두었다. 이구석 저구석 무릎팍 걸음으로 한참을 쫓아 다니다가 끝내 송곳에 벼룩을 꿰어 들고 하인에게 내보였다.

 

마침 퇴청한 곽재우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자 하인은 바깥 툇마루에 넙죽 엎드렸다. “대감 나으리 황송하옵니다!” “왜 그러는가?” “도련님께서 송곳으로 장판을 송곳으로 찔러 성한 곳이 없사옵니다.” “왜 그랬는가?” “벼룩을 잡느라고 그랬사옵니다.” “뭐 벼룩?” “예. 그렇사옵니다.” “그래. 잡기는 했나?” “기어코 잡았사옵니다.” “그럼 됐지 뭘 그래.” “장판이 하도..” “그거야 다시 깔면 될게 아닌가! 그래 재우는 어디 갔는가?” “방에서 글씨 씁니다.” 곽재우 아버지가 방을 들어다 보니 장판이 한 군데도 성한 곳이 없이 벌집처럼 구멍 투성이었다. 어린아이 식견으로는 너무나 엄청난 짓이라 곽재우 아버지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어려운 시험문제를 내고 나갔다.

 

무우씨(蕪種子) 한 말을 가져 오라해서 곽재우에게 다 주면서 말했다. “이것이 모두 몇 알인지 내가 올 때까지 틀림없이 다 세어 놓아라!” 엄격한 아버지의 명령이라 세다가 못 세더라도 온종일 세어 보기는 해야 할 것이지만 곽재우는 아주 천하태평이었다. 무씨를 집어 팽개치고 막대기를 들고 장난만 하고 있었다. 방안에 어머니는 물론 하인들은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아버지 말씀은 듣지 않고 한 말(斗)은 커녕 한 웅큼도 세어 볼 생각을 하지 않으니 이 일을 어찌나 하고 모두들 걱정이었다. 온 집안 사람들이 모두 달려들어 며칠을 두고 세도 못 셀텐데 어쩌자고 어린애가 그처럼 태연스러울 수 있는지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와서 종아리 맞을 것을 생각하니 모두를 한심하기만 한데 곽재우는 막대기를 들고 전쟁놀이를 하듯 사람을 찌르는 장난만 하고 있었다. 저녁 무렵이 되자 곽재우는 문득 무슨 생각이 난 것처럼 방안에 뛰어 들어 왔다. 아버지가 올 때가 거의 된 것이다.

 

곽재우는 방안에 얼빠진 사람들처럼 둘러 앉아 있는 여러 하인들에게 무우씨를 한 숟갈씩 나누어 주면서 세어 보라고 했다. 심심도 하거니와 곽재우가 걱정이 되어 초조하는 판이라 무슨 일꺼리라도 생긴듯이 모두들 방바닥에 무씨를 쏟아놓고 제각기 세어 보았다. 그러자 곽재우는 하인에게 저울을 갖고 오라고 하더니 집안의 모든 하인들을 불러 그 수를 세어 보라고 했다. “3만 7천 32개요.” 그것을 모아서 저울에다 달아보니 더도 덜도 아닌 한 홉이었다. “자아 이제는 다 세었단 말야. 한 홉이 그만한 수니 한 말이면 몇일까?" 그제야 모두들 가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이며 혀를 내둘렀다. 하인이 얼른 두루마리를 펴서 썼다. “무씨 한 말 총계 3백 70만 3천 2백알.”

 

곽재우 아버지는 호기심을 품고 아들 방에 왔다. 곽재우를 불러들여 말했다. “다 세었느냐?” “예.” “몇 알이더냐?” “저기 써 놓았사옵니다.” 써 놓은 것을 보자 할 말이 없다는 듯 곽재우 아버지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곽재우 아버지는 하인에게 그 전말을 듣고는 만족한듯 부인에게 이렇게 분부했다 “오늘 저녁상은 재우와 겸상을 차리도록 하시오!” 어릴 때 곽재우에게 문동아(文童兒)란 별명이 붙었다. 문동아(文童兒)는 글(文)을 잘 아는 아이란 뜻이다. 그런데 일본이 조선을 강점하면서 조선인을 어릴때부터 문맹으로 만들려고 ‘문동아’를 ‘문둥이’로 고쳐 나병환자의 명칭이 되었다. 문둥이를 경상도 사투리로 ‘문디’라고 하는데 ‘문디 가시나’란 욕설도 등장했다. 악성피부병인 나병은 한센병으로 정식 개칭됐다.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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