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칼럼 = 참새는 죽어도 짹 한다

2024.06.15 09:58:30

 

 

 

 

칼럼

 

 

                                         참새는 죽어도 짹 한다

 

 

                                                                         권우상

                                                             사주추명학자. 역사소설가

 

 

제(齊)나라에 이역(夷㑊)이라는 대신이 있었다. 어느 날 왕의 초대를 받아 술을 마셨는데 잔뜩 취해 버렸기 때문에 밖으로 나와 대궐 문에 기대어 바람을 쐬고 있었다. 이때 문지기는 과거에 단족형(斷足刑)을 받은 사나이였는데 “술이 남아 있으면 적선해 주십시요”라며 간청했다. “저리 가지 못해! 죄수 출신인 주제에 이 어르신네에게 술을 달라고 하다니 염치도 없구만..” 문지기는 대신에게 심한 욕을 먹고 물러났지만, 대신이 자리를 뜨자 대궐 문 주위에 마치 소변을 본 모양으로 물을 뿌려 놓았다. 다음날 왕이 대궐을 나오다가 이곳을 보고 호통쳤다. “대궐 문에서 소변을 본 자가 누구냐?” 문지기는 시치미를 떼고 대답했다. “소변 보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만 간밤에 대신이신 이역 어르신께서 거기에 서 계셨습니다.” 왕은 이역에게 묻자 이역은 소변을 본 것이 아니라 잠시 서 있었다고 했다. 왕은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소변 자국이 뚜렷이 있는데 거짓말로 짐을 능멸하느냐?” 그리고는 사형에 처하라고 명령했다. “한 치의 벌레에도 닷 푼의 혼(魂)이” “참새가 죽어도 짹 한다”는 말이 있다. 인간성에 상처를 줄 만한 언동은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도 결코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또는 회사 사장이 직원들에게 하는 언동도, 혹은 부부간에서도 상대에게 정신적으로 상처를 줄 언동을 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사소한 원한이라도 상대방 마음에 상처를 주면 혹독한 응보를 받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측면서는 나는 지금도 나이가 아무리 어린 사람에게도 반드시 존대말을 쓴다.

 

윗사람이나 친한 사람이 무심코 밷은 한 마디의 말이나 조금 배려가 모자라는 말 때문에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여 뒷날 뜻하지 않는 보복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전국시대에 중산(中山)이라는 소국(小國)이 있었다. 어느 날 왕이 온 나라의 명사들을 초대하여 술자리를 베풀었다. 그 자리에 사마자기(司馬子期)란 사람이 참석하고 있었는데 무슨 착오인지 양고기 수프가 모자라 그의 몫은 없었다. 이에 앙심을 품은 사마자기는 홧김에 도망하여 초(楚)나라에 몸을 의탁했다. 그리고 초왕을 부추겨 중산국을 공격하도록 했다. 초나라는 워낙 대국인지라 중산국으로서는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중산국 왕은 하는 수 없이 국외로 달아나는 처지가 되었다. 그런데 왕의 뒤에는 창검을 든 사나이 둘이 쫓아오자 왕은 뒤를 돌아보며 “누구냐?” 소리를 지르자 돌아온 것은 이런 대답이었다. “몇 해전 임금님으로부터 한 보시기의 음식물을 받아 아사(餓死)를 면한 자가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 사람의 자식들입니다. 아버지는 임종할 때 “중산에 만약 무슨 일이 생기거든 목숨을 걸고 이 은혜를 갚아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금이야 말로 은혜를 갚을 때라고 생각하여 급히 달려온 것입니다.” 중산국 왕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며 말했다. “나는 한 사발의 수프로 나라를 잃었고, 한 보시기 음식으로 용사 두 사람을 얻었다.” 그렇다. 얼마 안 되는 시혜(施惠)라도 상대방이 곤궁할 때 베풀어 주면 효과는 나타난다. 반면 사소한 원한이라도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주면 혹독한 앙갚음을 당한다.

 

이처럼 원한이 한 나라를 패망으로 몰라 넣을 수도 있는데 하물며 군주가 신하에 대해서 복수의 화신(化身)이 되게 할 만한 처사를 한다면 어떻게 나라가 존속될 것인가? 춘추전국시대 말기 간신의 모함으로 초(楚)나라 평왕에게 억울한 누명으로 아버지와 형을 잃은 오자서(伍子胥)는 오나라에 망명하여 복수의 기회를 노리기를 16년, 오자서는 오(吳)나라 왕(합려)과 함께 초나라를 공격하여 함락시켰다. 그때 초나라 평왕은 이미 죽고 없었지만 오자서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서 평왕의 묘를 파내고 시신을 끄집어 낸 뒤 무려 3백대나 채찍으로 때려 아버지와 형의 원한을 풀었다. 손자병법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사마천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원한은 사람에게 끼치는 해독은 참으로 무섭고 엄청나지 않는가. 가령 왕자(王子)라 할지라도 왕자이기 때문에 더욱이라고 말해야 되지 않겠는가.” 인과응보란 말은 ‘원인에 따라 결과가 있으니 응당 그 보답을 받는다’는 뜻이다. 즉 과거 또는 전생의 선악 인연에 따라서 훗날 길흉화복의 갚음을 받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좋은 일에는 좋은 결과가 따르고, 나쁜 일에는 나쁜 결과가 따른다는 의미로 쓰인다. 본래 이 용어는 현장법사의 제자 혜립(慧立)이 쓴 현장법사의 일대기 ‘대자은사삼장법사전’에 처음 나온다. “바라건대 현묘한 도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원인에 따른 결과로 응당 보답됨을 묻습니다..(唯談玄論道, 問因果應報)..”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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