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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심학봉 前국회의원, “이제는 반도체, TK-호남 상생모델을 통해 대승적 화합의 길을 찾아야”

“구미에 반도체 후공정 클러스터를 조성하여 구미와 용인 그리고 광주와의 반도체 외주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자.”

 정부가 얼마 전 발표한 호남 반도체 결정은 상식적이지 않고, 경제 논리에도 맞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재벌 총수들과 함께 발표한 계획이니 원점에서 재검토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차제에 영호남이 반도체를 통해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고, 연계와 협업을 통해 상생하는 길을 마련했으면 한다. 즉 호남은 반도체 팹을 하되, 구미에 반도체 후공정 단지, 이른바 ‘반도체 첨단 패키징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다. 구미로 용인의 후공정 물량과 호남의 후공정 물량을 배정하고, 반도체 소부장 기업을 유치 및 집적화하면 지역별 반도체 역할론에 따른 협업적 상생모델이 완성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먼저, 영남의 냉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산업통상부에 근무했던 경험으로 미뤄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는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을 것이다. 지난해 12월10일 대통령이 ‘K 반도체 비젼과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서 그 지역에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던 것은 어쩌면 시발점이다. 이후 연초부터 용인클러스터의 전북 새만금 이전론을 거쳐 결국 현재 호남으로 큰 방향은 정해졌다. 그러나 이 거대한 국가사업은 구체적 실행방안에선 계속 논의가 있어야 한다. 그게 정부가 할 최소한의 도리고 역할이다.

 

구미가 ‘반도체 첨단 패키징 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강력하게 요청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만약 호남에 반도체 팹이 들어서면 구미공단에 있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은 상당수 호남으로 의 이전은 불가피하다. 이미 디스플레이, 휴대폰의 이전으로 관련 기업들이 구미를 떠나면서 지역은 산업생태계가 붕괴되었다. 구미 시민들은 그동안 공단의 공동화를 생생하게 지켜봐 왔다. 이에 대한 두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TK 정치권은 반도체를 왜 호남으로 가져가느냐고 반발할 것만 아니고 이제는 철저하게 실용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사실 반도체는 전공정 장비의 80% 이상이 고가의 외산 장비이다. 투자 금액에서 국내 장비 매출액과 또 광주가 안고 있는 반도체 소부장 기반 저조로 호남 지역의 투자 실익은 별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최근 이익 공유라는 삼성전자 노동쟁의의 경험에서 미뤄볼 때 ‘삼전닉스’는 100% 무인공장으로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호남 지역에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이상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에 전력 및 용수 수요는 거대한 하마처럼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이런 상상은 영남권에서의 치기어린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안 될 것은 버리고 될 것에 매달려야 한다. 구미에 반도체 첨단 패키징 클러스터 조성 약속만 받아내도 엄청난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그 경우 구미공단은 정체가 아니라 확장을 거듭 할 수 있다.

 

정부도 광주에 대규모 전공정 생산기지를 조성하고, 구미의 반도체 첨단 패키징 산업(첨단패키징과 시험·평가, 소재·부품·장비)과 연계하는 방안은 경쟁이 아니라 보완하는 구도임을 유념했으면 한다. 수도권의 기존 생산기지, 광주의 신규 생산기지, 구미의 반도체 첨단 패키징 역량을 하나의 공급망으로 묶어야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영남은 이제 호남 반도체 관련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정치권에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속칭 상생모델이다. 앞서도 이런 예가 적잖았다. 국회동서화합포럼을 통해 영호남이 상생한 경험이 있고, 영호남 의원들이 김대중 대통령의 생가와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를 교차 방문하고, 하의도에서 육지까지 대교건설과 박정희 대통령 유품관 건립을 상호 협조하는 등 상생모델을 경험한 바 있다.

 

TK 정치권은 동서화합의 아름다운 전통이 반도체 상생으로 복원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 구미 반도체 첨단 패키징 클러스터를 위해 ‘국회영호남반도체포럼’의 출범을 준비하고, 800조가 투입되는 호남 반도체의 거대한 물결에 무조건 동행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구미투자 곁가지(19조원)의 뒤로 숨어서는 안된다. 구미가 무너지면 경북이 위험한 것은 자명하다. 호남 반도체의 속살을 통해 구미를 다시 세우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가능성의 예술인 정치가 절박하게 결단해야 하는 엄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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