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이 동아시아 변방의 최빈국 농업국가에서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선제적 산업화 덕분이었다. 국가 주도하에 계획적으로 산업정책을 수립하고 특성화 공고와 공대를 통해 기술 인력을 체계적으로 공급했다. 이들이 단기간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하지만 경제성장의 공은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돌아갔다.
오랫동안 각종 제도를 통해 고위직 공무원과 의사 등이 주류층을 이루었다. 최근에는 부모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의대·약대·법학전문대학원이 결정되는 새로운 신분 세습 제도가 생겨나고 있다. 본인의 능력보다 행운에 의해 평생의 지위가 결정되면서 계층이동의 다양성이 저해되고 사회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성장국가 시절에는 일정 부분 용인이 되었지만, 성숙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계층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 하나의 대한민국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국부 창출의 원천인 이공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인식이란 바위에 새겨진 글자와 같아서 오해가 사실로 밝혀져도 믿지 않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행정, 언론, 교육 등 위로부터 아래로 지속적이고 대규모의 의식 대전환 운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이공계는 경제적 부를 축적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수단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얼론 머스크, 빌게이트 및 젝슨 황 등 이공계가 막대한 부를 창출하며 새로운 산업을 이끌고 있다. 국내 역시 “삼전닉스”의 열풍으로 이공계 재도약의 기회가 오고 있다. 벌써 이공계의 성적이 의대를 추월했다는 소식도 있다. 가정 형편과 지역에 관계없이 이공계 인재가 사회 각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는 약속이 지켜지면,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다시 젊은이의 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이공계에 대한 사회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오늘의 성공은 과학자, 기술자 및 공장 근로자들의 땀과 희생으로 가능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원자력 분야 세계 석학 이휘소 박사를 직접 공항에 나가서 영접했다. 국부 창출의 주역인 이공계를 청와대 등 주요 정부 행사에 초청하여 병풍처럼 배치하여 우대하는 문화가 들불처럼 번져야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이공계가 사회지도층으로 많이 진출해야 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물리학), 중국의 시진핑(화학) 등 정치지도자들은 공학계열 전공자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치권에 이공계 비중이 매우 낮다. 미래 100년을 좌우할 반도체, AI, 바이오 및 에너지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 이공계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지방의회 등에 이공계가 진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과감하게 마련해야 한다.
“이공계 중심사회”로의 대전환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고, 높게 쳐진 유리천장을 깨는 일이다. 어쩌면 연어가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 알을 낳는 것과 같이 고통스럽고 어려운 과정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연어가 알을 낳고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하물며 세상의 일은 인간의 의지와 열정에 달려 있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