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의 벼랑 끝에 선 경북 상주시에서 사벌국면의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축구장 60개 크기에 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첨단 유리온실, 그리고 매년 고령화로 활력을 잃어가던 농촌에 젊은 청년들이 모여든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일이다. 상주시 역시 '청년 창업농의 요람', '스마트 농업의 메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붙이며 억대 매출을 올리는 젊은 농부들의 성공 사례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여기까지만 보면 상주의 미래는 장밋빛이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청년들은 첨단 기술을 배우고, 농촌은 세대교체를 이뤄내는 완벽한 상생 모델로 보인다. 그러나 행정의 카메라인 불빛이 꺼진 뒤,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의 진짜 목소리는 홍보 책자의 화려한 숫자와는 사뭇 결이 달랐다. 그들의 눈빛에는 희망보다 불안감이 더 짙게 배어 있었다.
혁신밸리의 핵심 프로그램은 20개월의 교육을 거쳐 최대 3년간 온실을 저렴하게 빌려주는 '임대형 스마트팜'이다. 문제는 이 '온실 속 화초' 같은 유예기간이 끝나는 시점부터 시작된다. 청년들이 인큐베이터를 벗어나 진짜 '상주 시민'으로 자립하려 할 때, 이들 앞에는 지자체가 책임져주지 않는 거대한 삼중고(三重苦)의 벽이 버티고 서 있다.
첫 번째 벽은 현실을 모르는 금융의 장벽이다. 교육을 마친 청년이 상주에 자신만의 스마트팜을 지으려면 최소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초기 자금이 필요하다. 정부가 청년 창업농 종합자금 융자를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담보'나 '신용'을 전제로 한 대출이다.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에게 수억 원의 빚을 지고 시작하라는 것은 농촌 정착이 아닌 '신용불량자'로 향하는 외줄 타기를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두 번째 벽은 원주민과의 갈등과 토지 확보다. 스마트팜을 지을 만한 적지를 찾아 상주 시내 외곽을 돌아다녀 본 청년들은 이내 좌절한다. 외지 청년이 들어와 대규모 첨단 시설을 짓는다는 소식에 토지 가격은 급등하고, 기존 지역 농민들과의 보이지 않는 텃새와 민원은 온전히 청년 개인이 몸으로 부딪쳐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는다. 행정은 시설 안에서의 교육까지만 책임질 뿐, 시설 밖 지역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데는 지극히 소극적이다.
마지막은 최근 폭등한 에너지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재앙이다. 스마트팜은 전력과 난방비 등 초기 유지비용이 막대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이제 막 자립한 청년 농부들의 목을 죄어오는 가장 날카로운 칼날이다. "정부 지원금으로 이자 내고, 천정부지로 솟은 전기세를 내고 나면 도시 노동자의 최저임금보다 못한 손에 쥐는 돈이 남는다"는 한 청년의 고백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올해 몇 명의 교육생이 수료했는가" 혹은 "몇 톤의 딸기를 수확했는가"라는 행정 편의주의적인 성과 지표가 아니다. "그들 중 몇 명이 실제로 상주에 주소지를 유지하고, 이웃과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다. 인위적인 인구 유입 정책이 실패해 온 이유는 '공간'만 제공하고 '삶'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혁신밸리가 청년들이 몇 년간 기술만 배우고 빚만 진 채 떠나는 '고급 농업 학원'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이제는 하드웨어 자랑을 멈추어야 한다. 청년들이 지역 금융, 지역 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촘촘한 '정착 사다리'를 놓아야 할 때다. 날카로운 현실 감각이 결여된 따뜻한 정책은 결국 예산 낭비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상주시가 진정한 청농(靑農)의 낙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30여년째 우리 땅을 지켜본 기자의 시선은 여전히 그들의 거친 손을 향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