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여권 인사들과 여야 정치인들을 바라보노라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묻지 않을 수 없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연예인만큼만 하라.”
지금 우리 사회에서 연예인에게 적용되는 윤리적 잣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음주운전과 같은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면 활동을 중단하고, 수년간 자숙하며, 때로는 대중 앞에 다시 서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는 사회적 기준이 그만큼 엄격하다는 뜻이다.
연예인은 잘못을 저지르면 출연 중인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것은 물론, 광고 계약이 취소되고, 이미 받은 광고료와 별도로 위약금까지 배상하는 경우가 있다. 대중의 신뢰를 잃은 데 따른 책임을 경제적 손실로까지 감수하는 현실이다.
그런데 정작 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가의 법과 제도를 책임지는 정치인과 장관 후보자, 법조인, 선출직 공무원들에게는 왜 그보다 느슨한 기준이 적용되는가.
연예인에게는 엄격하고, 정치인에게는 관대한 사회라면 그 자체로 공정하지 않다.
연예인과 공직자의 책임은 그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공직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권한을 행사하고, 법을 집행하며,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는 태도만큼은 연예인보다 못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장관 후보자나 법조인, 선출직 공무원은 국민에게 법과 원칙을 말하는 사람들이다. 법을 집행하고 법을 해석하며 법을 만드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과거의 잘못에 대하여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는 식으로 넘어가려 한다면, 국민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법 앞의 평등은 법조문에만 적혀 있어서는 안 된다. 공직자의 인사와 책임에서도 살아 있어야 한다.
대통령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대통령은 국가의 최고 공직자로서 국민에게 법과 원칙을 요구하는 자리이다. 그렇다면 대통령 자신과 대통령이 임명하는 사람들에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권력이 크다고 책임이 가벼워질 수는 없다.
정치인의 잘못을 무조건 용서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반성과 회복의 기회는 있어야 한다. 다만 그 기회는 권력과 지위가 아니라, 잘못의 내용과 책임의 정도, 진정한 반성의 여부에 따라 주어져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완벽한 성인이 아니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만을 찾는 것도 아니다. 잘못을 저질렀다면 인정하고, 책임지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바라는 것이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잃는 까닭은 실수 자체보다도, 실수 이후의 태도에 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며, 오히려 국민에게 이해를 강요할 때 신뢰는 무너진다.
연예인에게 요구하는 윤리적 기준을 정치인에게도 적용하라. 아니,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공직자라면 그보다 더 엄격해야 마땅하다.
여도 아니요, 야도 아니다. 옳은 것은 여당이라도 취하고, 그른 것은 야당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이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민주공화국의 자세이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것은 말솜씨가 아니라 책임감이며, 당리당략이 아니라 공익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의 잘못 앞에 겸허히 서야 한다.
국민이 정치인에게 바라는 것은 성인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연예인에게 요구하는 만큼의 양심과 책임은 지키라는 것이다.
법과 원칙이 살아 있는 사회는 누구에게나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사회이다. 권력이 크다고 예외가 되고, 지위가 높다고 책임이 가벼워지는 사회라면 그것은 공정한 사회라 할 수 없다.
정치인들이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연예인만큼만 하라. 그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