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한 학교 앞에 줄지어 놓인 근조화환을 본 가수 하림은 그것을 두고 "꽃으로 하는 고약한 짓들"이라고 말했다. 그 표현을 듣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폭력을 없애 온 것이 아니라, 폭력이 더 아름답게 보이도록 끊임없이 디자인해 온 것은 아닐까.'
예전의 폭력은 숨길 필요가 없었다. 욕설을 하고 주먹을 휘두르면 끝이었다. 거칠었고, 노골적이었다. 그래서 누구나 그것을 폭력이라고 불렀다.
지금의 폭력은 다르다. 꽃으로 압박하고, 밈으로 조롱하고, 응원으로 모욕하고, 댓글로 고립시키며, '좋아요'로 잔인함의 인기를 확인한다.
폭력은 더 이상 험악한 얼굴을 하지 않는다. 보기 좋은 디자인을 입고 나타난다. 누군가는 단체 채팅방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누군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하루아침에 콘텐츠가 된다. 졸업앨범 사진은 평생 따라다닐 낙인이 되고, 수천 개의 댓글은 한 사람의 삶보다 오래 남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폭력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장난이었어."
"재미있자고 한 거야."
"다 같이 웃었잖아."
폭력이 가장 성공하는 순간은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가 아니다. 사람들이 그것을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었을 때다. 욕설은 유머가 됐고, 망신은 콘텐츠가 됐으며, 집단 따돌림은 챌린지가 됐다. 조회수는 양심보다 빨리 올라가고, 공유는 사과보다 먼저 퍼진다.
디자인은 원래 사람을 더 편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가장 공들여 디자인하고 있는 것은 사람을 가장 아프게 만드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날 가장 무서운 폭력은 주먹이 아니다.
꽃이다. 밈이다. 웃음이다. 응원이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누른 '좋아요' 하나다.
폭력을 미워하는 사회가 된 것이 아니다.
폭력이 아름다워 보이기만을 바라는 사회가 됐다.
요즘 폭력은, 주먹보다 '디자인'이 좋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