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이 산사의 고목을 스칠 때마다,
모든 것은 서로 기대어 존재한다는 부처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이익과 손해, 강자와 약자, 나와 너의 경계는 결국 허상이라는 깨달음이다.
한미 무역협상이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관세 문제가 아니라, 첨단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
그리고 동맹의 방향을 가늠하는 중대한 분기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무역은 힘의 겨룸이 아니라, 공정과 신뢰의 균형 속에서 이익을 나누는 협력이어야 한다.
한쪽의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구조는
잠시 성과를 낳을 수는 있어도, 결국 신뢰를 잃게 만든다.
협상의 본질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지속 가능한 길을 설계하는 일이다.
부처님은 모든 존재가 한 몸임을 깨닫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지혜를 설하셨다.
외교도 다르지 않다.
상대의 이익을 존중하는 것은 곧 나의 이익을 지키는 일이다.
문서의 조항은 고칠 수 있지만, 한 번 무너진 신뢰는 쉽게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신뢰는 언제나 조항보다 무겁다.
최근 거론되는 ‘3500억 달러 현금 요구’는 재정과 외환, 시장 모두에서 비현실적이다.
한 나라의 경제를 흔드는 방식은 결국 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거절하기보다, 함께 길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금보다 미국 내 반도체·AI·배터리 산업에 대한 공동 투자,
에너지·인프라 협력, 방위산업 기술 이전 등 구조적 해법이 바람직하다.
이런 협력은 미국에는 일자리와 기술 경쟁력을,
한국에는 안정적 시장과 공급망을 제공한다.
돈이 아니라 미래를 함께 짓는 일,
그것이 곧 *불이사상(不二思想)*의 실천이자 상생의 길이다.
협상의 품격이 곧 동맹의 품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력은 분명 강점이지만,
동맹에는 강압보다 품격 있는 절차 외교가 더 큰 힘을 낸다.
대화와 설득, 그리고 상호 존중이야말로 진정한 외교의 힘이다.
한국 역시 기술 주권과 외환 안정 등 국가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수행자의 마음으로 중심을 지켜야 한다.
공정과 신뢰, 그리고 장기적 관점이 조화를 이룰 때,
한미 양국은 새로운 질서 속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
협상의 성공은 상대를 존중하고 미래를 함께 설계하려는 자비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것이 부처님이 말씀하신 동체대비의 길,
그리고 진정한 동맹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