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칼럼 = 권력 탈취, 게임에서 했던 방식은 이기지 못한다

  • 등록 2025.04.28 10:24:45
크게보기

 

 

칼럼

 

                권력 탈취, 게임에서 했던 방식은 이기지 못한다

 

 

                                                                  권우상

                                               사주추명학자. 역사소설가. 극작가

 

 

“결코 서두르는 것처럼 보이지 말라. 서두르는 모습은 당신 자신과 시간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든다. 항상 모든 일의 향방에 대비한 사람처럼 침착한 모습을 보여라. 때가 무르익지 않았으면 물러 서 있고 때가 되었으면 강력하게 나서는 법을 배워야 한다” - 권력의 법칙 - <로버트 그린>

 

세르토리우스(sertonius)의 힘은 급속히 커지고 있었다. 에브르강과 피레네 산맥 사이에 사는 모든 부족이 그의 편이 된 데다가 사방팔방에서 군대가 속속 함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칫거리도 있었다. 새로 합류한 이 야만인들은 기강이 없고 자신감만 넘쳐 빨리 적을 치자고 세르토리우스를 몰아세우며 지연 전술을 참지 못했다. 세르토리우스는 그들을 말로 설득시켜려 했지만 그들은 시큰둥한 채 상황을 따지지도 않고 계속 고집을 부렸다. 세르토리우스는 그들이 마음대로 적과 교전하게 놔두었다. 세르토리우스는 그들 군대가 완전히 전멸하지는 말고 심각한 패배를 맛보기를 바랐다. 그러면 앞으로 자신의 명령에 더 잘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사태는 세르토니우스가 예상했던 대로 돌아갔고 세르토리우스가 그들을 구하러 나섰다. 세르토리우스는 탈주병을 재집결 해 무사히 막사로 데리고 왔다.

 

이제 다음 단계는 꺾인 사기를 다시 북돋는 일이었다. 그래서 며칠 후 총회를 열어 소집했다. 세르토니우스는 사람들 앞에 말 두 마리를 끌어 냈다. 한 놈은 늙고 기운이 없었고, 다른 한 놈은 거대한 몸집에 활력이 넘치고 털이 수북하고 꼬리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기운 없는 말 옆에는 힘이 센 장사가 서 있었고, 건장한 말 옆에는 볼품 없는 체구의 땅딸막한 남자가 서 있었다. 신호를 보내자 힘이 센 장사가 옆에 서 있던 말의 꼬리를 움켜쥐고는 단번에 떼어낼 태세로 온 힘을 다해 잡아 당겼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한편 힘없는 남자는 건장한 말의 꼬리털을 천천히 하나하나 마음대로 뽑기 시작했다. 그 힘센 장수는 아무 성과도 없어 힘만 쓰다가 구경꾼만 즐겁게 만들더니 결국 털 뽑기를 포기해 버렸다. 반면 기운 없던 남자는 별 어려움 없이 순식간에 말꼬리를 다 뽑아 버렸다.

 

그러자 세르토니우스는 일어나 말했다. “친구이며 동맹군이여, 이제 여러분은 아실겁니다. 무식한 힘보다 끈질긴 노력이 더 효과적임을 말입니다. 또 단번에 모든 걸 할려고 해서는 안되며 조금씩 노력해야 많은 장애를 뛰어 넘을 수 있습니다. 끈질긴 노력에는 무엇도 당할 수 없는 법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들이 짧은시간 앞에서는 무릅을 꿇는 것도 다 이 때문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기억하셔야 합니다. 머리를 써서 적절한 시기에 나서는 자에게 시간은 좋은 친구이자 동맹군이지만 때를 잘못 골라 성급하게 달려드는 자에게 시간은 가장 위험한 적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 말은 때를 기다리려면 자신의 감정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감정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준다. 이들이 성급하게 뭔가를 하도록 당신을 몰아치기 때문이다. 이를 역으로 이용하면 적의 실책을 끌어낼 수 있다.

 

17세기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장군은 자신의 주된 전략을 활용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성급하게 조선을 침략할 계획을 세웠을 때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휘하 장군이였지만 조선 침략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자신까지 출병하면 내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하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일본에 남도록 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는 이런 생각은 조선 침략이 화를 불러 도요도미 히데요시의 권력을 몰락시킬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만약 조선 침략에 가담했다가는 자신도 몰락한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몇 년이 걸린다 해도 뒷짐지고 조용히 기다리다가 적당한 때가 왔을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번거처럼 들이쳐서 권좌에 오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생각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되어 그는 일본을 통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역사를 보면 앞에 한번 써먹은 같은 전략이나 전술 등을 되풀이하는 어리석은 착각도 있다.

 

이는 권력을 쥐는데 커다란 장애물이 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도요도미 히데요시의 휘하 장군이면서도 조선 침략에서 빠진 것도 그 전에 했던 대로 하면 권력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창의력과 고도의 정치적 수완이 없는 사람은 앞에 한번 써 먹었던 방법을 그대 반복하는 진부한 접근 방식에 이끌리기 쉽다. 그러한 방식이 따라하기 쉽지만 지금의 주변 환경과 조건은 과거의 그것과도 절대로 똑 같지 않다. 권력의 게임에서도 한번 했던 방식을 그래로 하면 이길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필리핀 주둔 미군 사령관이 되었을 때 한 부관이 그에게 전임 사령관들이 수립한 다양한 작전계획이 담긴 책을 주었다. 거기에는 과거에 성공을 거둔 전술과 작전들이 기록돼 있었다. 맥아더 장군은 부관에게 그 책이 몇권이냐고 묻자 부관은 6권이라고 대답했다.

 

맥아더 장군은 이렇게 말했다. “6권을 모두 불에 태워버리게, 하나도 남김 없이 말일세. 나는 한번 써먹은 선례에는 얽매이지 않을 걸세. 문제가 발생하면 내가 그때 결정을 즉시 내리겠네.” 권력 탈취에도 과거에 대해서는 이처럼 단호하고 무자비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양(羊)은 절대로 남을 약탈하지 않고 기만하지 않으며 말이 없고 온순하다. 그래서 양의 가죽을 뒤집어 쓴 여우는 닭장에 무사히 침입할 수 있다. 권력을 획득할려면 은밀하게 준비를 해 놓고 있다가 때가 되었으면 기습하여 탈취하라. 발타사르 그라시안은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적(敵)을 이용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당신의 살갗을 베는 칼날을 잡지 말고 당신을 방어할 수 있도록 칼 자루를 쥐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현명한 자는 바보가 친구에게서 얻는 이익보다 커다란 이익을 적(敵)에게서 얻는다.”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 저작권자 © 구미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구미일보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 등을 금합니다.

PC버전으로 보기

사업장주소 : 경북 구미시 상사동로 167-1, 107호(사곡동) Fax. (054)975-8523 | H.P 010-3431-7713 | E-mail : kgnews@hanmail.net 발행인 : 이안성 | 편집인 : 이안성 | 청소년 보호책임자 :김창섭 | 등록번호 : 경북 아 00052 | 신문등록일 : 2007년 8월 7일 Copyright ⓒ 2009 구미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