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작소설 - 천.지.인.명(天地人命) 제2부 아홉 번째 (9)

  • 등록 2017.03.08 14: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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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연작소설 - ...명 제2부 아홉 번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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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仁祖)의 뒤를 이어 효종(孝宗)이 왕위에 오른지 얼마되지 않은 때였다. 훈련대장인 이완(李完)은 어느날 소실의 집에서 마음을 놓고 두 다리를 쭉 뻗고 잠이 들어 있을 무렵, 효종 대왕께서 별감을 시켜 긴급히 볼일이 있으니 즉각 입궐하라는 분부가 내렸다. 그래서 조복을 입고 급히 집을 나서는데 갑자기 소실이 무슨 생각이 났는지

대감 ! 상감께서 이 밤중에 부르시는 것이 암만해도 심상치 않은 일이옵니다. 만일을 대비하시어 갑옷을 입으시고 그 위에다가 조복을 입으시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하고 말하자 이완(李完) 대장은

옳은 말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 했으니 네 말이 옳다 ! ”

하고는 갑옷을 입고 그 위에 조복을 입고는 대궐문을 막 들어서자 등불이 일시에 꺼지며 화살이 빗발치듯 날라 들었다. 이완(李完) 대장은 영문을 모르고 황황한 걸음으로 어전(御殿)에 들어가자 불이 꺼졌다. 용상에 앉은 효종(孝宗) 대왕은 빙그레 웃으며

어찌 입궐하였소 ? ”

무슨 변고가 있사옵니까 ? ”

참으로 장하여라. 장군이라는 사람은 언제나 치밀해야 하는데 이완 대장의 부단한 주의력을 한번 시험해 보고자 하였소 ! ”

하며 효종(孝宗) 대왕은 몸소 차를 은잔에 따루어 권했다. 효종 대왕은 잠시 숨을 돌리게 한 뒤 황모 무심 대필 한 자루를 이완(李完) 대장에게 하사했다. 이완 대장은 효종 대왕에게 하사 받은 붓을 황감히 받아들고 퇴궐했다. 집에 돌아 온 이완 대장을 보고 소실이 물었다.

상감께서 무슨 말씀이나 하사하시는 것이 없었사옵니까 ? ”

하사하시는 것이 있었다

무엇입니까 ? ”

붓 한 자루

소실은 모필을 이완(李完) 대장의 소매에서 꺼내어 들고 이리저리 보면서 한참동안 만지작거리다가 이렇게 물었다.

이것을 어째서 내리셨을까요 ? ”

글쎄.......”

무인에게 칼을 하사하시는 것은 모르지만 붓을 하사하시다니.... 어리석은 소첩의 생각으로는 심상한 붓 같지가 않사옵니다. 칼로 이 붓대를 쪼개어 보십시오

그게 무슨 말이냐 ? 임금께서 하사하신 물건을 함부로 깨뜨리는 법도 있나 ? ”

소첩의 생각은 그렇지 않사옵니다. 무인(武人)에게 칼이 아닌 붓을 하사하실 때에는 필경 무슨 까닭이 있을 것이옵니다

까닭이라........”

한참동안 곰곰이 생각하던 이완(李完) 대장은

그도 그럴듯하다. 네 생각대로 쪼개보자 ! ”

하고는 이완(李完) 대장은 벽에 걸린 은장도를 내려 붓대를 쪼개었다. 그러자 돌돌 말은 종이가 붓 속에서 나왔다. 이완 대장은 얼른 종이를 집어서 펴 보았다. 효종(孝宗) 대왕의 친필 칙서(親筆勅書)였다. 이완 대장의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 명일(明日) 인시(寅時)에 만() ()을 인솔하고 남문(南門)으로 입성(入城)하여 삼문(三門)을 두드리라 - 는 어명이었다. 자정을 알리는 인경이 땡땡 울리고 있었다.

태평시절인 이 밤중에 만 명의 대군을 어찌 동원할 것이며 굳게 닫힌 남문과 성첩을 어찌 파괴할까.... ”

이완(李完) 대장은 소실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는 힘 없이 고개를 떨어뜨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감 ! 생각하셨습니까 ? ”

글쎄...”

대감 생각은 대감 생각이구 소첩의 생각은 소첩 생각입니다만 이렇게 하시면 어떠하실까요 ? ”

어떻게 ? ”

즉시 영문(營門)에 거병하시고 군기고에서 무명 천 필과 사침(絲針)을 꺼내어 군사들에게 일제히 내주어 자루를 하나씩 만들게 하고 노들강변에 가서 모래를 가득히 담아 메고 남대문 성에다가 쌓아서 월성(越城)을 하도록 하심이 좋을까 생각하옵니다

소실의 말을 들은 이완(李完) 대장은 옳거니 싶어 무릎을 탁치며 벌떡 일어났다. 곧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칼을 허리에 찬 이완 대장은 두 손으로 갑옷의 끈을 매고 서 있는 소실의 머리를 힘껏 얼싸안았다. 소실의 두 귀는 이완 대장의 두 손에 붙들렸다. 소실은 발돋음 하여 이완 대장의 수염을 헤치며

대감 !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사옵니다. 어두운데 조심하십시요

이 밤중에 영문도 모르고 뒤끓는 군졸들은 훈련대장의 명령이니 명령대로 따를 뿐 감히 무슨 이유냐고 물어 볼 수도 없었다. 삽시간에 주머니 하나씩을 만든 만 명의 군졸들은 한걸음에 노들강변으로 달려갔다. 지금까지 이런 비상소집을 해 본 일이 없었던지라 여기 저기 곳곳에서 소란이 생겨났다.

 

<계속>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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