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육십 세 번째회 (63)
봉이 김선달
“ 그런데 말이다! ”
“ 예. 대감 나으리 ”
“ 삼 년째 비 한 방울 오지 않고 가뭄이 극심해 백성들이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는데 너는 어찌하여 농사를 지을려고 토지를 달라고 하느냐? 그렇지 않아도 가뭄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고 싶었는데 마침 네가 농사를 짓겠다며 토지를 달라고 하니 가뭄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는 것 같구나. 어디 한번 말해 보거라 ”
“ 소인에게 주시겠다는 토지는 대동강변에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 ”
“ 물론 그랬지 ”
“ 아무리 가물어도 강물은 마르지 않을터이니 강물을 퍼 올려 농사를 지으면 됩니다 ”
“ 강물을 퍼 올려 농사를 짓는다? ”
“ 그렇습니다. ”
말은 강물을 퍼 올려 농사를 짓는다고 했지만 봉이 김선달의 생각은 달랐다. 오랫동안 가뭄이 계속되자 일년 전부터 그의 머릿속에는 강물을 퍼 올릴 기구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평소에 목화木花로 실을 잣는 물레의 구조를 면밀히 살펴보기도 하고 직접 나무를 깍고 다듬어 물레와 비슷한 기구를 만들어 강물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몰두 하고 있었다. 이러한 일은 남에게 공개하지 않고 혼자 집안에 들어 앉아서 연구에 열중했다.
평양 감사는 다시 말했다.
“ 으음. 그럼 어떻게 강물을 퍼 올린단 말이냐 ? 너에게 그런 지혜가 있다면 어서 말해 보거라. 지금 가뭄으로 흉년이 계속되어 백성들의 삶이 곤궁하다보니 세금도 잘 걷히지 않는터라 나라 살림에 어려움이 많다. 더구나 백성들이 농사를 지으려면 물이 있어야 하는데 삼년동안 비 한 방울 오지 않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지 몰라 걱정을 하고 있었다. 가뭄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해 보거라! ”
“ 저. 그러시다면 소인이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
하고는 봉이 김선달은 주위를 한번 살펴본 후 평양 감사에게
“ 소인이 드리는 말씀을 그 누구도 듣지 못하게 주위 사람을 물리쳐 주십시요 ”
“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아니 되느냐? ”
“ 그렇습니다. ”
그러자 평양 감사는 주위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나가게 하였다.
“ 자. 이제 아무도 없으니 말해 보거라 ”
“ 예. 나으리! ”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평양 감사의 옆에 바짝 다가 앉더니 귓속말로 뭐라 중얼거렸다. 김선달의 말을 듣고 난 평양 감사는 김선달金先達의 기발한 생각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 그러니까 나한테 받은 땅을 저수지貯水地로 만든다 그말이렸다? ”
“ 그렇습니다. 땀흘러 애써 농사를 짓는 것보다 물장사를 하는 것이 백배 스무배 수익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 수익이 많은 장사를 하지 않고 땀 흘려 농사 지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
“ 그러니 농사를 지을려고 나한테 땅을 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그 땅에 저수지를 만들어서 강물을 끌어 올렸다가 그 물을 논에다 대주고 돈을 받는다 그런 말이구나? ”
“ 그러합니다 ”
김선달이 말하는 저수지는 깊은 연못과 같은 저수지貯水池가 아니라 강물을 끌어 올려 임시로 물을 저장하는 깊이가 얕은 저수지貯水地를 말하는 것이었다.
“ 으음. 듣고 보니 그것도 괜찮겠구만... ”
“ 그러니 대감 나으리께서는 눈만 감아 주시면 됩니다 ”
“ 네 땅에 네가 저수지를 만드는데 내가 눈을 감고 안감고가 무슨 상관이냐?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