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설흔 아홉 번째회 (39)

  • 등록 2016.11.05 19: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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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설흔 아홉 번째 (39)

 

봉이 김선달

 

 

봉이 김선달이 긴 담뱃대를 호기롭게 내저으며 찾아간 곳이 바로 이 농라도 주막집이었다. 김선달이 주막안으로 들어서며 얼굴을 내밀자 술 냄새가 훅 풍겨 저절로 침이 목구멍으로 꿀꺽 넘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아침 일찍부터 선달님이 웬 일이세요? ”

부엌에서 돼지고기를 먹음직하게 썰고 있던 오달평의 아내가 살그머니 들어서는 김선달金先達을 발견하고서 목소리는 반기는 체 하지만 표정만은 약간 찡그린 채 뭘 또 얻어 먹을려고 왔을까 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허어. 그러면 그렇지. 내 집에서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까 석쇠 엄마가 막 고기를 썰고 있는 모습이 환하게 떠오르지 않겠소? 그래 그 고기 한 점에 텁텁한 막걸리 한 사발로 해장이나 할까하고 왔소이다 에헴...”

어이구 선달님은 발도 길어셔...”

발이 길어야 못 얻어 먹을 것도 얻어 먹을 것이 아니오...”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오달평의 아내가 상을 찡그리든 말든 까맣게 때가 묻은 나무 의자에 척 걸터 앉았다.

에그. 눈도 밝으셔라. 그래 어떻게 제가 돼지 고기를 써는 모습이 댁에서 보인다는 말씀이셔요? ”

나는 옛날에 돼지를 길러 본 경험이 있었지. 그래서 말인데 돼지 고기라면 십리 밖에서도 돼지 냄새를 알 수 있단 말이오 에헴... ”

선달님은 안 해 본 것도 없으시구만. 돼지도 다 길러보구... ”

돼지 뿐만 아니라 호랑이도 길러 봤지? ”

아니 호랑이를 요? ”

오달평의 아내는 놀라며 반문했다.

놀라긴... 그러니까 작년 이맘때였지. 호랑이 두 마리를 집에서 키웠는데 그게 꿈이였다니까...”

아이구 난 또 참말로 호랑이를 키워봤다구...”

허허. 석쇠엄마는 주막집 마담 노릇을 십여년간 했다면서 그런 걸 모르시오? ”

뭣을 말씀이셔요? ”

오달평의 아내는 바쁘게 돼지고기를 썰어 양념에 재면서 김선달金先達의 말을 귓전으로 받아 넘겼다. 물론 지금 들어 온 사람이 봉이 김선달이가 아니라 다른 손님이었다면 오달평의 아내는 갖은 애교愛嬌를 다 털어 내 놓으며 술상을 보아 올렸겠지만 상대방이 바로 천하의 재간꾼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이고 보니 기분이 개운치 못했다.

여태껏 김선달은 이 능라도綾羅島 주막집을 분주하게 출입하면서 한번도 돈을 내고 술을 마신 적이 없었다. 올 때마다 번번히 오달평을 불러내어 내기 바둑이나 장기를 두어 바가지를 왕창 씌워 놓고 유유히 술을 마시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김선달金先達이라 오달평 아내가 김선달을 보는 순간부터 얼굴을 찡그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노골적으로 싫다는 소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속은 쓰리지만 겉으로는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만약 싫은 내색을 조금이라도 했다가는 무슨 꾀를 써서라도 기어이 골탕을 먹이고 말 김선달이라 오달평의 아내는 김선달을 상대하기가 무척 어렵기만 했다.

 

<계속>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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