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스물 여섯 번째회 (26)

  • 등록 2016.10.10 23:5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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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스물 여섯 번째회 (26)

봉이 김선달

 

 

 

“ 아이구. 도사님! 이 년이 눈이 뒤집혀서 남의 물건을 훔치는 짓을 했사오니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요.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사지四肢가 뒤틀리어 걸음을 걷지 못하게 된다면 살아서 무엇합니까.. 정말 이 년이 못할 짓을 했습니다.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

“ 으음..”

봉이 김선달金先達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 허어..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이럴 수가... ”

김선달金先達은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자 기운이 솟구쳤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그 놈의 황금 촛대는 찾든지 말든지 잠이나 좀 잤으면 사람 살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여자가 자기의 소행이라고 고백하자 김선달은 잠이고 뭐고 정신이 번쩍 들어 잠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주위는 그 순간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더니 곧 바로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김선달의 귀에 들렸다.

“ 정말 신통하신 도사님이구만... 어쩌면 저렇게 도둑을 쪽집게처럼 꼭 집어 낼까...”

“ 그러기 말이야. 그러니까 도사지... 참말로 도사 앞에서는 거짓말 하지 못하겠네. 황과부댁이 가져간 줄을 어찌 알고 꼭 집어 내셨을까... 참으로 신통하구만... ”

그 소리를 듣고서야 김선달金先達은 두드리던 북을 멈추었다. 김선달은 아무 뜻 없이 입에서 나오는대로 황과부댁이라고 한 것인데 우연의 일치인지 황금 촛대를 훔쳐간 황과부댁은 자기에게 하는 소리인줄 알고 지레 겁을 먹고 죄를 고백한 것이다. 이리하여 김선달金先達은 기상천외奇想天外한 방법으로 박초시 영감에게 황금 촛대를 찾아주고 진짜 도사라도 된 듯 의기양양 하였다.

“ 도사님에게 정말 이 은혜는 무엇으로 보답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

황금 촛대를 되찾은 박초시 영감은 김선달에게 돈(엽전) 이백 냥을 주고는 손을 꼭 잡고서 고마워 어쩔줄을 몰랐다. 김선달金先達은

“ 남편 없이 혼자 사는 여인의 좁은 소견으로 순간적으로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이니 너무 꾸짖지 말고 이후로는 안 잊어버리도록 잘 보관 하십시오 ”

하자 박초시 영감은

“ 예. 도사님 말씀대로 그리 하겠습니다 ”

하였다.

그날은 박초시 영감 집에서 머물고 다음날 아침 김선달金先達은 집을 나서자 박초시 영감은 김선달의 옷자락을 잡고

“ 도사님! 하루만 더 쉬어 가십시오 ”

하면서 애원했다. 그러나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박초시 영감의 간청을 뿌리치고 구월산이 아닌 평양平壤을 향해 두루마기 자락을 바람에 나부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떠났다.

<계속>

권우상 기자 kg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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