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스물 다섯 번째회 (25)

  • 등록 2016.10.10 23: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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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스물 다섯 번째회 (25)

봉이 김선달

 

 

다음날 박초시 영감 집에서는 잔치 준비를 하느라 온통 야단법석이었다. 음식도 만들고 소牛도 잡는다 하면서 온통 집안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마을에서는 유명한 도사道士가 와서 잃어버린 황금 촛대를 찾기 위해서 삼일동안 경經을 읽는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자 무슨 큰 굿이라고 벌어진 것처럼 대낮부터 마을 사람들이 박초시네 마당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밤이 되었다. 김선달은 가짜 도사 노릇을 하느라 산더미처럼 음식을 쌓아 놓은 제상 앞에 앉아 북을 두드리며 불경을 읽고 있었다. 오래전에 스님에게 귀동냥으로 들은 불경이었다. 김선달은 생각할수록 기가 막혔다. 무슨 신통한 재주도 없는데 어떻게 잃어버린 황금 촛대를 찾아야 할지 속으로 암담한 심정으로 똥줄이 바짝바짝 타는 것만 같았다.

( 어찌다가 내가 이런 곤욕을 치르게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 )

지금 여기 와서 엉터리 도사 노릇을 하게 될 줄이야 꿈에도 몰랐던 일이라 봉이 김선달은 생각하면 할수록 기가 막히고 생똥이 나올 지경이었다.

“ 덩더궁 덩덕궁.....”

그래도 봉이 김선달은 기세가 당당하게 북을 치며 불경을 읽느라 흥얼거렸다.

“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계수관음대비주 원력홍심상호신 천비장엄보호지 천안광명변관조 진실어중선밀어........”

“ 어쩌면 저렇게 불경 읽은 목소리가 저토록 낭랑할까. 참으로 도사님은 도사님이구만...”

“ 그야 삼각산에서 오신 도사님이신데 그 정도 못해서야 될라고.... ”

밤낮으로 몰려와 구경을 하고 있던 아낙네들은 김선달의 불경 읽은 소리에 흠빡 반해 버린 모양이었다.

“ 만일 도둑이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네 ? ”

“ 그야 신통력을 가진 도사님이 도둑에게 천벌을 내릴거야 ! ”

“ 정말 도둑을 잡아낼지 모르겠네 ”

“ 도사가 못 잡아 낼 리가 있을까.. ”

봉이 김선달金先達을 영락없는 진짜 도사道士로 알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김선달이가 어떤 신통력을 발휘할지 궁금했다. 김선달은 이틀 밤 사흘 낮을 꼬박 잠 한숨 자지 못하고 불경을 읽었다.

어느덧 그 날도 날이 저물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불경을 읽는 소리도 그 어느 때 보다 힘이 있었다. 마지막 밤이라 그런지 구경꾼들은 더욱 많이 모여 들었지만 연일 잠을 자지 못한 김선달은 피로 때문에 앉아 있기 조차 몹시 불편했다. 그러나 봉이 김선달金先達은 꾹 참고 견디어 내며 힘차게 북을 두드리며 불경을 읽었다.

“ 덩덩 덩더궁... ”

“ 백천삼매돈혼수 수지신지광명당 수지심시신통당 세척진로원제혜 초등보리방편문 아금칭송서귀의... 천지신명이시여 대대로 가보로 내려온 박초시댁 황금 촛대를 훔쳐간 사람을 곧바로 밝혀내시어 큰 병에 걸려 일어나지 못하도록 천벌을 내리시기를 천지신명께 빌고 또 비나이다.. ..병으로 도둑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사지가 뒤틀리어 사흘안에 죽도록 하시옵기를 빌고 또 비나이다. 황금 촛대를 훔쳐간 이 마을에 황과부댁이 살고 있으면 사지가 뒤틀리어 걸음을 걷지 못하게 하시기를 천지신명께 빌고 또 비나이다... 황과부댁을 찾아내시어 천벌을 내리시기를 간절히 비나이다.... ”

김선달金先達은 한참 생각나는대로 불경을 읽느라 흥얼거리고 있을 때였다. 구경꾼들 속에서 한 여자가 허겁지겁 뛰어 나오더니 김선달을 향해 절을 넙죽하며 땅바닥에 엎드리고는 꺼이꺼이 울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계속>

권우상 기자 kg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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