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연재소설 - 나를 살려준 남자 제6부 사십 번째 <40>
나를 살려준 남자
“맨날 낮잠만 잔다고 하니까 하는 말이죠. 강여사님에게 빰을 한대 맞고 나니 나도 할 말이 더 생겨 해야겠습니다.”
“할 말이 있으면 해 봐!”
“사실 나는 이 집에 와서 강여사님에게 섹스를 배웠어요. 또한 나에게 섹스를 가르쳐준 여자도 바로 강여사님이구요. 이걸 다른 말로 바꾸어 표현하면 나는 강여사님에게 동정(童貞)을 잃은 것입니다. 총각이란 내 순결을 빼앗아 간 사람은 바로 강여사님입니다. 말하자면 강여사님은 나의 첫사랑인 셈이죠. 그리고 지금까지 강여사님과 섹스하면서 느낀 것은 이만한 여자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아주 대단한 여잡니다. 그 대단한 파워가 마음에 듭니다..”
“대단한 파워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바다에 사는 뱃놈들은 그런 여자를 긴짜꾸라구 하죠.”
“뭐 긴짜꾸?”
“간짜꾸란 말은 바다에서 고기잡는 배 건착선에서 나온 말입니다.. 건착선은 사방으로 쳐놓은 거물을 가운데로 조이듯 점점 모아 들이면서 고기를 잡는 배를 말하죠. 들어왔다 하면 꽉 물고 놓지 않는 강여사님의 섹스 파워가 마음에 든다 그말입니다. 여자의 그런 파워를 뱃놈들은 속된 말로 긴짜꾸라고 하죠.”
“쳇. 이젠 못하는 소리가 없구만.”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솔직해야 하니까요.”
“날 정말 진심으로 사랑하니?”
“내가 이 집을 떠나기 싫어하는 것도 솔직히 말해서 강여사님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분명히 말하지만 내가 강여사님을 사랑할 수만 있다면 내일이라도 이 집을 나가겠습니다. 자 약속을 해 주시죠?”
“사랑하고 안하고는 네 마음대로 해... 하지만 그걸 무엇으로 믿니?”
“믿지 못한다면 여기서 행동을 보여 드리죠.”
김문석은 얼른 주방으로 가더니 식도(食刀)를 들고 왔다. 그리고는 칼을 꼬나 들고는 말했다.
“이 칼로 내 손가락 하나를 자르겠습니다. 강여사님을 진실로 사랑하고 있다는 징표로 말입니다. 손가락을 잘라 명세를 하면 믿겠습니까?”
김문석은 칼을 더욱 높이 꼬나 들었다. 나는 이 녀석이 정말 사람을 우습게 아는구나 생각하면서 말했다.
“나는 친하게 지내던 황선엽에게 돈 일억을 사기 당했어. 그런데 내가 또 너한테 사랑을 빌미로 또다시 기만당할 줄 알구...”
순간 으으악! 하는 비명소리가 방안에 울려 펴졌다. 김문석은 칼로 자신의 왼쪽 중지 끝을 잘라버렸던 것이다. 붉은 피가 방바닥에 질퍽하게 쏟아져 흘렸다. 당황한 나는 며칠전 주방에서 고기를 쓸려고 칼질을 하다가 다친 후 아직도 붕대를 감고 있는 내 손가락을 보면서 얼른 붕대로 김문석의 잘라진 손가락을 칭칭 감아서 동여 매었다.
그리고는 그를 데리고 급히 엘리베이트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 승용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한 시간에 걸친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봉합수술에 실패하여 손가락 하나를 잃고 말았다. 그를 입원시켜놓고 밤늦게 아파트에 돌아오니 아이들은 잠이 들어 있었다. 나는 잠도 오지 않고 해서 거실 쇼파에 앉아 시누이 박희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희정이 김문석 어머니를 찾아간 이유를 알고 싶어서였다. 마침 박희정이 전화를 받았다.
“밤늦게 전화를 해서 죄송해.”
하는 내 말에 박희정은
“죄송한 줄 알면서 왜 전화를 해요?”
하는 퉁명스러운 말에 무엇 때문이 지금도 나에게 이렇게 대하는가 싶어 부아가 났다. 나는 말했다.
“얼마전에 김문석 어머니를 만났다면서요?”
“남이야 김문석 어머니를 만났던 말던 무슨 참견이예요? 왜 어디 구린데라도 있어요?.”
“아니 구린데라니?”
“없으면 관 둬요. 나 오랜시간 강문숙씨와 입씨름을 할 시간 없어요. 지금 황선엽이 사기사건 기사를 쓰기 때문에 바빠요.”
박희정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황선엽의 사기사건 기사를 쓰고 있다니 그럼 박희정이 황선엽의 사기사건을 알고 있단 말인가? 만일 박희정이 황선엽의 사기사건을 알고 거기에 대한 기사를 쓴다면 분명히 내가 돈 팔천만원을 사기당한 사실도 알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나는 두려움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