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연재소설 - 나를 살려준 남자 제6부 설흔 여덟 번째 <38>
나를 살려준 남자
”그 카믄서 바다에 배가 지나갈 때만 물결이 일렁거리지만 배가 지나가고 나면 아무른 흔적도 남지 않는다꼬 하믄서 자끄 하자꼬 안캅니껴. 그래서 안해주믄 쫓겨나 일도 못할까 싶어 한번 했는데 하고 나이까 그 뒤에도 자꾸 하자꼬 케서 한번 하고 두 번 하고 자꾸만 하고 보이 마 지금 이렇게 된 깁니더... 남편이 있다카믄 다른 남자와 이런 일을 해서는 안되지만서도 남편없는 과부야 뭐 어떻심니껴...
그런데 하고 나이께 일을 시키는데 참말로 수월한 일만 시킨다 아입니껴.. 하루 나와서 그냥 얼쩡거리믄 한 대가리 쳐 주는기라얘. 가만 생각해 보믄 기분도 내고 돈버는 방법은 이 일밖에 없는것 같심니더... 노가다판에 과부가 일하러 오믄 반장은 반장대로 따먹을라 카고 십장은 십장대로 따먹을라꼬 조장은 조장대로 따막을려고 안캅니껴... 어떨 때는 반장보다 높은 주임도 따먹으라꼬 안캅니껴... 그래서 한번 주고 두 번 주고 짜꾸만 주고 나면 억시기 수얼한 일만 시킴니더...마 노가다가 그런줄은 지도 이제사 알았심니더.... "
“반장이나 십장이 일하러 온 여자가 과부란 걸 어떻게 압니까? ”
“그거야 노가판에서 일을 할라카믄 주민등록 등본을 띠오라꼬 안캅니껴. 주민등록등본을 보믄 남편이 있는지 없는지 다 안다 아입니껴.”
“그렇군요.”
나는 김문석 어머니의 말을 듣고 보니 쓴웃음이 나왔다. 요즘 젊은 가정주부 매춘행위가 사회문제가 되어 있는 것도 김문석 어머니처럼 쉽게 일하지 않고 돈을 벌어 보겠다는 욕심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하기야 남편이 벌어 오는 월급은 적고 아이들 학원비다 뭐다 쓸 돈은 많고 그러다보니 그런 유혹에 말려 들어갈 수도 있을테지 생각하면서 나는 말했다
“문석이를 오래 우리집 가정교사로 두었으면 좋겠지만 저도 사정이 생겼어요.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만 문석이를 집으로 오라고 하셨으면 하고 이렇게 제가 찾아온 것입니다.”
“그런 일이라카믄 문석이한데 말하믄 되는 일이 아임니껴?”
“문석이한테 말 하니까 넉달만 더 있겠다고 하지 뭡니까.”
“넉 달은 와 넉 달이라 캅니껴? 주인이 그만두라카믄 그만 두야지.”
“지금까지 여덟 달을 있었으니까 일년을 채우겠다는 것 같아요.”
“일년을 채우든지 이년을 채우든지 그거야 문석이 하고 상의를 하이소. 문석이가 그칸다카믄 무신 사연이 있을끼 아입니껴....아마 다른데 취직하기가 애려워서 그카지 싶심니더.”
“어렵긴 뭐가 어렵습니까. 대학생이 평생 남의 집 가정교사로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하이고 누가 대학생이라 캅디껴?”
김문석 어머니는 화들짝 놀라며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문석이가 대학에 다닌다고 하던데요.”
“누가 그깝디껴? 중학교 밖에 안나왔는데 대학은 무신 대학입니껴? 대학엔 문앞에도 안가봤심니더. 고등핵교도 못나왔는데 대학은 무신 얼어죽을 대학이라꼬 캅니껴."
"대학생이라고 해서 가정교사로 채용했는데...“
“우째 채용했던지간에 문석인 고동핵교도 못나오고 중학교 빼기 못나왔심니더...”
“어쨌던 저에게 사정이 있어 더 이상 우리 집에 가정교사로 둘 수 없으니 문석이를 집으로 불러들려 주세요. 그말을 드릴려고 이렇게 찾아온 거예요."
"정 그렇다카믄 문석이한테 이 애미가 오라 칸다꼬 말 하이소. 나이도 애리고 중학교 빼기 안나온기 한 달에 백만원 번다카이 눈이 확 터이더니 그것도 이제는 꽝이구만...”
김문석 어머니는 김문석이 우리 집에서 가정교사를 그만두는 일을 무척 섭섭해 하였다. 큰 길까지 내려온 나는 세워둔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나는 차를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놓고 엘리베이트를 타고 올라와 현관문을 열었다. 김문석은 안방 침대에서 혼자 낮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허구헌날 방에서 낮잠을 자는 김문석이 요즘에 와서는 무척 얄밉고 속이 상했다. 보낼려고 해도 쉽게 말을 듣지 않는 것도 그렇지만 고작 아이들에게 두 서너시간 공부를 가르쳐주고 하루종일 백수건달로 놀면서 한 달에 백만원을 주고 거기다가 침식까지 제공하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계속>